일곱 개의 대죄 - 때로 먼치킨이 필요한 이유
작가의 전작인 '라이징임팩트'를 무지 재미있게 보았었다. 그래서 차기작인 '일곱개의 대죄'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전작주의라 할 정도로 한 번 꽂히면 작가의 전작부터 최근작까지 빠짐없이 모두 찾아보는 편이다. 그런데...
무려 한 나라의 공주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어렵게 찾아나선 강자들이란 것이다. 이들이라면 성기사들의 전횡을 막고 다시 왕과 나라를 구해 줄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쳐맞는다. 별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 같지도 않은데 하여튼 여기저기서 쳐맞고 다니는 모습만 보여준다. 최소한 어느 정도 내용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힘에서는 압도하면서 다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하고 악랄한 적의 책략과 조직에 고전하는 정도를 보여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일 대 일 싸움에서조차 - 아니 나중에는 다수로 하나를 공격하고서도 결국에 이기더라도 터지고 깨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구르는게 일상이니 도대체 이런 놈들이 그렇게 힘들어 찾아야 할 만큼 대단한 인간들이란 것인가.
주인공이 왕과 나라를 구하겠다고 일곱개의 대죄를 찾아 떠난 공주 자신이었다면 오히려 왕도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공주가 왕과 나라를 구하겠다고 겨우 찾은 일곱 개의 대죄고 그 리더인데 허구헌날 쳐맞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 것인가. 그래서 대부분 이런 경우 어느 정도 완성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먼치킨물이 그냥 허황되기만 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래도 한 세계를 구원할 구원자이고 영웅일 텐데 그 정도 압도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김이 빠지고 마는 것이다. 내가 도대체 이걸 왜 고구마까지 삼켜가며 보고 있는 것인가.
물론 나중에 스포일러 나온 걸 보니 강해지기는 하더라. 아주 강해져서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적과도 싸워 이긴단다. 그러면 뭐하는가. 그나마 주인공은 원래 힘을 봉인당해 그런 것이라 치지만 나머지는? 처음부터 동료가 된 세 놈은? 고작 마신족의 피를 먹은 졸개 둘에게도 떼로 덤벼 당하기만 하는 놈들을 보면서 무슨 나라를 구할 영웅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놈들 찾아 개고생한 공주가 불쌍할 뿐. 물론 이 역시 나중에 설정이 따로 있다. 문제는 거기까지 봐야 할 의욕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이 새끼들 뭐 이리 약한가 하는 생각부터 들고 있었으니.
넷플릭스에 있기에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고 보기 시작하다가 다시 떠올린 것이다. 내가 만화를 보다가 중단한 게 벌써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보다가 중단한 사실만 떠올렸지 왜 중단했는지는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보는 도중 떠올리고 말았다. 아, 이래서 내가 이 만화를 더이상 보지 않았던 거구나.
취향이란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렵게 찾은 구원자란 그에 걸맞는 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딱 첫 회까지만 그런 것을 보여주었었다. 딱 거기까지 뿐이었다. 라이징임팩트는 재미있었는데.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