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2기 - 유우키와 브라만과 장자의 꿈, 버추얼 머신의 미래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브라만의 꿈이라 떠들다가 비웃음을 샀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장자의 호접지몽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분명 브라만의 꿈에 가까웠었다.
현실이란 실재인가, 아니면 단지 의식이 만들어낸 허구인가. 그렇다면 의식이 실재하는 한 허구도 실제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 2기의 후반부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었기에 나 역시 걱정이 앞서 보기를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말로 버추얼머신의 새로운 가능성이 아니던가.
꿈을 실제처럼 보여 줄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을 속여 허구의 세계를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허구의 세계에서 그들은 실제가 된다. 이미 그러고 있다. 오히려 현실에서보다 허구의 세계에서 더 실제로서 자신을 인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터다. 존재하더라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 직접 만지거나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과학의 힘으로 그것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실제인가 허구인 것인가.
허구를 실제처럼 살아온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살아갈 수 없기에 허구 속에서 더욱 실제처럼 살아야 했던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게임이란 허구는 허구인가 실제인가. 그렇다면 진정 실재하는 것은 게임의 허구인가 현실의 실재일 것인가. 새로운 가능성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현실은 살지 못해도 허구를 현실삼아 그들은 존재할 수 있다.
영원에 대한 또 하나 답인 것이다. 성삼문은 어째서 부모와 형제, 자식마저 모조리 죽임을 당하여 후손조차 남길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단종을 향한 충정을 다했던 것인가. 방효유는 아예 제자는 물론 평소 교류하던 지인들마저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현실을 보면서도 건문제를 향한 충성을 굽히지 않았었다. 남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생명체로서 나의 유전자는 이대로 끊겨 사라지더라도 자신에 대한 기억은 남아 역사라고 하는 영원 속에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기억하는 이가 있는 동안 자신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꺼이 죽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부모와 형제, 자식은 물론 가까운 혈연과 친인들의 목숨까지 아무렇지 않게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비록 내 자식은 의지할 곳 없이 굶어 죽더라도 자신이란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전해지게 될 것이다.
대충 들은 사전정보가 있었음에도 보스를 잡으면 파티원의 이름이 기록으로 남아 전해진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원을 가지고 싶다. 기억이라고 하는 영원을 알브헤임 온라인이란 게임에 남기고 싶다. 유우키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것도 그래서 현실이 아닌 게임속 유저들이었다는 것이다. 병으로 인해 밖에도 나가지 못했던 현실보다 게임속 현실이 유우키에는 더 현실같은 현실이었을 터다. 그곳에서 유우키는 당할 자 없는 최고의 실력자였으며 게임의 유저들 모두가 추앙해 마땅한 존재였었다.
그냥 애니메이션이니까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현실의 게임에서 일어났던 일화들인 것이다. 꿈과 실재의 경계에서, 과연 지금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그것들이 꿈인가, 아닌 현실인 것인가. 현실에서 그가 누구였든 상관없이 게임 속에서 그는 길드마스터였고 최고의 강자였으며, 친구고 이웃이었다. 어리석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소드 아트 온라인' 본편보다 더 의미있고 감명깊었던 에피소드였을 것이다. 현실로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허구의 현실로써 버추얼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겪을 수 없는 일들을 실제로 겪는다. 결국에 아무 희망도 없었더라도 그곳에 지금의 현재와 실재가 남는다.
삶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영혼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무엇으로 그 존재를 입증하며 살아가는가. 어렵고 복잡하지 않아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존재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화두다. 무게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