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 - 안준호의 도넘은 조석봉 무시, 위계란...

까칠부 2021. 8. 29. 23:18

조금 전 보다가 바로 쌍욕이 튀어나왔다. 안준호가 조석봉이 집합시킨 후임들을 해산시키는 장면을 보면서였다. 조석봉이 안준호 싸다귀를 날리고 쪼인트를 까도, 아니 삽자루 개머리판으로 두들겨도 이건 한 말이 없겠다. 그야말로 선임으로써 조석봉의 권위를 우습게 짓밟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조석봉을 선임같이 보지 않았다면 그것도 조석봉이 직접 후임들에게 한 소리 하라 지시했음에도 돌아가라 해산까지 시키고 있었을까?

 

굳이 군대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부장이 부하직원들의 잘못을 질책하는데 과장이 되어서 부장이 보는 앞에서 직원들더러 제 자리로 돌아가라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 가정에서 아버지가 자식들을 모아놓고 야단을 치는데 장남이라는 놈이 동생들더러 자기 방으로 돌아가라 한다면 아버지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더구나 그 원인이 된 것이 바로 과장이고 장남인 자신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위해서 그 아래 있는 직원이며 동생들을 불러 일부러 야단도 치고 한 소리 하게끔 기회도 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부장이나 아버지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그냥 돌아가라. 

 

그래도 선임이라고 평소 조석봉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조석봉이 그동안 자신을 배려 해 온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조석봉에 대해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황장수처럼 남들과 다른 취미를 가진 조석봉을 낮춰 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해주는 조석봉을 만만하게 여기고 조석봉이 기껏 선임으로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상황을 우습게 짓밟게 되었다. 그껏 조석봉 따위가. 아마 나였다면 때리고 욕하고 기합까지 주는 황장수보다 자신을 아예 대놓고 무시하는 안준호에게 더 큰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잘해주면 오히려 무시하며 겉넘는 놈들이 있었다. 어차피 어떻게 해도 위해가 돌아오지 않기에 무시하며 당연하게 제 마음대로 행동하려 든다. 선임들 괴롭힘이 싫어서 후임들 잘해주려다가 한순간 태도가 돌변해버리는 이유였다. 안준호가 바로 그런 부류다. 하긴 밀린 월급 안 준다고 바로 오토바이를 훔쳐서 팔아버리는 인간이니. 세상에 자기 혼자 존재한다. 자기보다 잘난 인간은 없다. 그런 오만은 부산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함부로 상대를 판단하고 그에 대한 행동을 결정한다. 그것을 선의라 정의라 착각한다.

 

차라리 대놓고 욕하고 주먹질하는 것이 나았다. 최소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런 식으로 아예 모두가 보는 앞에서 - 심지어 신병들 보는 앞에서 아무 의식없이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석봉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누가 더 개새끼인가. 내가 줄곧 이 이야기만 하는 이유다. 딱 이 장면 끝나고 넷플릭스를 껐다. 화가 난 이유다. 근래 보기 드문 무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