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중 막걸리와 청주의 비밀, 국내산과 수입산 쌀의 차이

까칠부 2024. 3. 10. 02:58

솔직히 그 차이가 무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도대체 같은 멥쌀이라는데 수입산과 국내산 사이에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하다. 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술을 만들어도 쌀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그동안 궁금했었다. 어떻게 같은 쌀로 술을 만드는데 내가 만든 막걸리는 그냥 두면 위에 황금빛 선명한 청주가 떠오르는데 시중에 파는 막걸리는 어떻게 해도 맑다고는 할 수 없는 희끄무레한 액체만 분리되어 보이는 것일까? 시중에 파는 청주의 색깔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히 비싼 고급 청주가 아니면 역시 청주의 색깔도 흐릿한 노란색을 띄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내가 만든 청주들은 한결같이 선명한 주황색에 가까운 노랑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주류회사들이 원재료로 국산쌀보다 수입쌀을 더 많이 쓴다더라.

 

망했는 줄 알았다. 개량누룩과 생쌀가루로 술을 만드는데 국내산 쌀가루의 경우 일주일만 지나면 청주층이 맑게 분리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거의 반값이라 사서 쓴 수입 쌀가루는 거의 몇 주가 지나는 동안에도 뿌연 그대로였다. 기다리다 못해서 위에 뜬 부분만 국자로 떠서 거름종이에 거르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옇게 떠다니던 쌀가루들은 어떻게 걸러냈는데 술의 색이 물빠진 노랑색이다. 어디서 많이 본 색깔이다. 아, 이거구나.

 

지금 다쳐서 약을 먹느라 맛을 보지 못하는 탓에 술이 잘됐는가는 모르겠다. 대충 술을 병에 넣다가 흐른 자국을 보았을 때는 꽤나 맛이 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냄새도 청주의 그것에 가깝긴 하다. 그런데 색이 영 아니다. 그러면서도 어디서 많이 본 색이라 어쩐지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오히려 처음 술을 만들었을 때 색깔을 보고 더 불안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 술은 국내산 쌀로 만들자. 품종까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떤 품종이 더 전분이 많고 단백질이 적은지. 옥수수로 술을 만들어 보고 알았다.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술이 시고, 지방이 너무 많으면 술이 쓰다. 섬유소가 너무 많으면 술이 잘 걸러지지 않는다. 그래도 단백질도 지방도 섬유소도 너무 적으면 술 맛이 심심해해지기도 한다. 데킬라도 그래서 고유의 풍미를 위해 메탄올을 필수적으로 함유시키고 있다. 그런 건 어찌되었거나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국내산 쌀에서 시작하는 게 옳다. 시행착오다. 몇 만 원이나 들인. 망한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