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표절의혹, 자기 귀와 머리를 의심하라!
SF나 판타지가 주류문학계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별 것 없다. 대부분 전형적이다. 아니 이른바 대중소설들, 혹은 장르소설이라 부르는 대부분 소설들이 그렇다. 대중적인, 혹은 장르적인 전형적인 소재와 캐릭터, 구성등을 가지고 말 그대로 돌려막기나 하는 것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또 그런 것들이 뻔하게 소비되기도 한다. 그래서 3류라는 것이다. 아마 드라마에 대입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캐스팅된 배우만 다를 뿐 이야기의 구성만 살짝살짝 뒤집으면 거의 같은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 것들이 대부분이니.
음악이라고 다를 게 없다. 그래서 표절이라고 할 때 조심해야 한다. 그냥 그 음악이 가지는 장르적인 전형성일 수도 있고, 대중음악이기에 대중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타협의 결과일 수 있다. 아무튼 그러니까 팔리기 위한 전형적인 멜로디와 코드를 써서 딱 팔리기 좋게 만든 것일 경우 음악도 뻔하게 비슷해지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트로트라고 하는 장르가 아주 잘 너무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냥 듣기만 해도 트로트인 것을 알 수 있는 음악들의 경우 그냥 쓰인 멜로디와 코드부터가 장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코드와 멜로디를 갖다 붙인 것들이다.
그러면 그렇게 만든 음악들은 아주 가치가 없는 음악들인가? 아주 오래전 멜로디가 전부이던 시절에는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진짜 아주 오래전에는 멜로디와 코드가 전부였을 테니 흔한 전형적인 멜로디와 코드만으로 대충 짜깁기한 음악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뭔가 더 색다른 독창적인 요소가 추가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연주가 아주 기깔난다던가, 사운드가 아주 놀랍고 신선하다던가, 가사가 진짜 죽여주는 경우라던가. 그리고 지금은 더욱 더 다양한 요소들이 음악을 정의하고 있다.
굳이 정의하자면 지금의 음악은 사운드에 의해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더 복잡하고 더 치밀하고 더 정교하게 설계된 사운드 위에 이미 한계에 이른 멜로디와 코드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그런 요소들이 얼마나 잘 조화롭게 독창적인 느낌으로 완성되어 있는가가 새로운 시대에 음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뻔한 코드와 멜로디인데 그것을 색다른 느낌의 사운드와 구성과 무엇보다 무대의 퍼포먼스를 통해 새롭게 구현해 냈다. 그러면 독창적인 것이다. 그 음악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완성된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이전의 다른 음악들과 비슷한 것은 의미가 없다.
힙합부터 이미 그런 경향이 있었다. 기존의 음악 위에 비트를 더하고 랩을 더해서 자기만의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 다만 힙합의 경우는 기존 음악의 고유한 독창적인 무언가마저 마음대로 갖다 쓰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힙합에서 중요한 것은 비트와 랩이었을 테니.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고도로 발달한 사운드기술에 의해 더 크고 넓은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기준대로 멜로디 몇 개가 비슷하고, 코드진행 어디가 똑같고... 의미가 있을까? 더욱 그것이 대중적인, 혹은 장르의 전형에 의한 것이라면.
그렇잖아도 무분별한 표절의혹에 질려 있던 참이다. 유튜브에 유명 음악인들 표절했다며 갖다 붙이는 채널이 몇 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그냥 억까다.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귀로 들으니 비슷하더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진짜 표절의 선수들은 같은 멜로디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달리 들리도록 재구성해낼 수 있다. 예전 윤종신이 예능에서 보여 준 적 있다. 남의 멜로디를 따러 전혀 다른 음악처럼 만들어낸다. 그냥 장르적으로 비슷한 것이다. 서로의 음악적 영향으로 인해 비슷하게 들리는 것이다. 하긴 그놈들이야 원래 조회수 빨아먹자고 그러는 것이니 의미가 없겠지만. 새롭게 단지 유명세로 제기되는 의혹 때문에 문득 떠오른 것이다. 무지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인간을 관통하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