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PC, 개발자와 유저와의 사이에 벌어진 괴리
예전에는 진짜 게임에 빠져 살던 놈들이 자기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게임 만드는 일에 뛰어들고는 했었다. 게임만 죽어라 하던 너드 새끼들이 뭐라도 해야 하니 결국 선택한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만드는 일이었던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게임 만드는 놈들과 하는 놈들이 하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드는 놈들이 좋아하면 하는 놈들도 좋아하고, 하는 놈들이 좋아하면 만드는 놈들도 좋아한다. 다만 기술적인 완성도라든가 다소간의 취향차이 같은 것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래서 오래전 나는 이야기했었다. 세상에 진정 재미없는 게임이란 없다. 최소한 모든 게임에는 개발자가 재미있다고 여길만한 요소가 하나씩은 있다. 단지 그것을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는 것은 별개겠지만.
그런데 알음알음으로 너드 한둘 모아다가 만들면 되던 시절을 지나 수 십, 아니 수 백 명의 개발자들이 참여해서 사이즈도 개발비만 수 백억에, 게임 사이즈도 기가 단위를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너드는 너드다. 그냥 독학으로 프로그램 배우고 개발툴 익혀봐야 한계는 명확하다. 내가 게임업계에 있던 21세기 초에도 벌써 그런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냥 미대 나온 사람 데려다 포토샵이든 3디맥스든 가르쳐서 쓰는 쪽이 처음부터 그것만 배워서 오는 놈들 데려다 쓰는 것보다 낫다. 게임업계에서 십 년 넘게 있었다는 나름 베테랑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개발툴을 쓰려 하면 뭘 어째야 할 지 몰라서 버벅이는 경우도 수도 없이 보게 된다. 괜히 게임업계에서 서른 넘어가면 관리자로 넘어갈 것 아니면 치킨 튀기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게 아니다. 그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의 기본부터, 가장 기초적인 이론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고 올라온 전공자들과 그냥 필요한 코딩기술만 익히고 있을 뿐인 너드의 차이는 게임의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벌써 20세기 말부터 개발자들이 한탄하던 게임이라고는 모르는 상식인들이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게임은 모르는데 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으니 먹고 살기 위해서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인간들이 게임만 하며 사는 너드들과 생각하는 게 같을 리 없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른바 PC논란은 바로 그런 괴리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해서 대학에서 전공을 공부한 덕분에 개발일을 한 사람들 대부분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런데 방구석에 쳐박혀서 게임이나 하는 이른바 너드 새끼들은 딱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과 행동만을 보이게 된다. 그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판타지 세계에 성소수자가 웬말인가?'라는 어느 너드인지 모를 인간의 일갈일 것이다. 아니 판타지세계에 성소수자가 있으면 안돼? 왜 안 되는데? 현실에 성소수자가 존재하면 판타지세계에도 당연히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아예 무성생식으로 자식을 낳아 번식하는 종족들도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판타지에서 그냥 동성들끼리 어쩌구 해서 성역할을 나누어 자식도 낳고 한다면 그게 뭐 문제가 되는가? 그런데 평생 게임만 하며 살던 사람에게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성소수자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니까 충돌이 생긴다. 성소수자 넣었다고 발작하는 놈들이나, 그런 발작을 이해하지 못하고 발진하는 개발자들이나.
시마모토 요시히코가 참 멋진 말을 남겼다. 평생 방구석에 쳐박혀서 만화나 그리던 새끼들이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그런 게임을 만드는 놈들이 그저 높은 연봉만 바라고 개발자 일에 뛰어든 만큼 - 그런데 정작 게임업계가 전통적으로 다른 IT업계들에 비해 연봉이 짜기로 이름높았던 만큼 딱히 그 이상의 실력까지는 기대하지 못하는 부류들인 만큼 그런 덜자란 어린아이같은 게임유저들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 게임만이 세상의 전부라 여기는 새끼들도 어느새 보편의 상식이 되어 버린 성소수자나 유색인종이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존과 배려라고 하는 가치를 생소하게 여기는 것이고.
사실 게임이 실패하는 이유라는 건 별 것 없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생긴게 이상하다. 생긴 게 우습다? 20세기에는 그런 게임이 없었을까? 내가 서구권 게임을 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걸리는 게 그 되다말게 생긴 캐릭터들이었었는데. 그래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한다. 매번 나오는 선택지가 지겹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텍스트나 대사들이 짜증나고 지루해 하면서도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냥 일단 한다. 언제부터 너드새끼들이 그런 것 따져가며 게임을 했었다고. 말했듯 너드들이란 그냥 자기 보는 세계만 보는 인종들이다. 이미 PC니 반PC니 떠드는 것부터 너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성소수자가 나와도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것이다. 아니 게임속에서 게이가 되어 같은 남자캐릭터들을 후리고 다닐 수 있으면 거기서 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예쁜 여자캐릭터 골라서 여자캐릭터만 후리고 다니는 플레이를 더 선호할 테지만. 너드들도, 아니 너드를 치장한 인간들 역시 결국 게임 이외의 외부의 이야기들에 너무 쓸데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또한 이 사단의 문제들인 것이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거지 그게 무슨 PC씩이나... 그런 면에서 개발자들도 자기들 게임 좆같이 만든 것을 반PC에 책임을 돌릴 수 있으니 편리하기는 하다.
그래서 솔직히 요즘 뭔 게임만 나왔다 하면 PC어쩌고 지랄해대는 요즘 풍경들이 벌써 1980년대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나로서는 그저 불편하기만 할 따름이다. 게임이 재미있냐 없냐를 보려고 리뷰를 살피는데 뭔 성소수자가 나오니 PC고, 유색인종에 뚱보가 나와서 PC주의고, 못생긴 캐릭터가 나오니까 PC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란다. 그게 어제오늘 일이냐고? 벌써 수 십 년도 전부터 일단 머릿수가 셋이 넘어가면 하나는 흑인이거나 아시아인이었다. 당연히 여성캐릭터도 하나는 필수였었다. 캐릭터도 못생기기 이를 데 없었고. 이야말로 무지성 이데올로기라 할 만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너드들의 취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넘어가려는 개발자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찌되었거나 내가 만든 제품을 사주는 소비자 아닌가. 소비자에게 싸움을 걸어 뭐하려고?
결국은 더이상 너드만으로 게임을 만들 수 없는 현실적 이유와 더불어 너드들마저 세상밖으로 끌고 나오는 미디어의 발달이 만들어낸 시너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게임만 재미있으면 되던 것들이 엄한 데 꽂혀 버렸다. 그를 표면화시킨 것이 바로 트럼프일 것이다. 트럼프가 딱히 반 PC만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여기고 믿고 싶은 심리까지 더해진다. 복합적인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이고. 게임은 일단 재미있으면 된다. 그리고 게임의 재미는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게임플레이로부터 나온다. 스스로 제한을 둔다. 역시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재미있으면 재미있다. 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