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게임 캐릭터들이 못생긴 이유? 반PC의 막무가내 주장들

까칠부 2025. 1. 28. 00:58

그러니까 pc게임 초창기부터 유럽이나 미국 쪽에서 나왔던 많은 게임들에서 캐릭터가 못생기게 묘사된 이유란 게 다른 게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일본의 게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째는 현실성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었고, 둘째는 게임 그 자체에 몰입토록 하기 위한 것었으며, 셋째로는 그쪽이 캐릭터의 개성을 보다 강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 현실에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오히려 드물 것이다.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잘빠진 사람을 거리를 걷다가도 우연히 보기가 쉽지 않은데 게임캐릭터들이 죄다 멋지고 예쁘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게임에 현실을 반영하려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집어넣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설정까지 만들어 놓는다. 그러니까 이 게임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세계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사 이전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고 여겨지는 코난류의 소설과 영화에서 흑인과 아시아인들까지 당연하게 등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그 세계 안에 거리가 멀고 오가기도 쉽지 않지만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흑인과 아시아인이 존재하고 있음을 압축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당연하게 실제 세계였다면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 다른 인종들도 존재하고 있었을 테니 그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게이도 등장하고 레즈비언도 등장하고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부정하는 캐릭터도 등장한다면 세계는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면서 현실성도 강화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존재들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생각이 다를 테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세계에서 무작위로 누군가를 집어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당연하게 모두가 생각하는 잘생기고 예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을 가능성은 오히려 낮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영웅이라 불리운 인물들 가운데 모두가 인정할만한 빼어난 외모를 지닌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예전 서구권 게임을 하다 보면 가장 짜증이 났던 것이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괴상하게 생긴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본쪽 게임들은 귀엽고 쭉쭉빵빵한 캐릭터들이 넘쳐나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온 게임들 보면 호르몬이 과다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하나의 완결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한다면 결국 그 가운데서도 평범하거나 혹은 그 이하의 외모를 가지는 것이 더 현실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그래서 개발자들의 선택에 의해 그런 캐릭터들이 주를 이룰 때가 많았다. 하다못해 엘프조차도 일본게임속 엘프와 달리 미국쪽 엘프들은 귀만 뾰족한 이상한 놈들이었으니 말 다했을 것이다.

 

더구나 캐릭터가 너무 미형이면 게임의 내용보다 캐릭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집착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카이림 오리지날 커스터마이징으로는 대충 만들다가 모드 커스터마이징에서는 거의 한 달 넘게 캐릭터 만드는데만 시간을 쏟아부었던 경험에서 하는 이야기다. 스카이림 오리지날 커스터마이징으로 만들 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 이상 노력을 기울여봐야 크게 의미가 없지만 모드에서는 게임하다 말고 다시 손보는 경우마저 적지 않았으니 이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일본의 개발자들도 다르지 않아서 게임의 시스템 자체로 승부를 보려는 경우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밋밋하게 설정해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그러면 캐릭터보다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이것은 게임을 게임 자체로 보게끔 하고 싶은 개발자들이 지금도 흔하게 선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외모가 게임을 넘어서서는 안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흔히 잘생겼다 멋있다 예쁘다 아름답다 할 때는 그 표현의 폭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정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남녀의 외모란 것은 역시 한정되어 표현될 수밖에 없다. 반면 굳이 잘생길 필요가 없으면 그만큼 표현의 폭도 넓어진다. 이를테면 마리오와 큰 코와 콧수염과 둥글게 튀어나온 배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춘리는 허벅지가 자기 몸통보다 굵고, 추바카는 피부까지 녹색이면서, 달라이심은 앙상하게 깡말라 있다. 누군가는 키가 크고 누군가는 키가 작고 누군가는 말랐으며 누군가는 뚱뚱하다. 피부가 검기도 하고, 주름투성이이기도 하고, 곱슬머리가 있는가 하면 긴 생머리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캐릭터들을 보면 그렇게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일본에서처럼 머리스타일과 색, 그리고 가슴크기와 키만 바꿔서 다른 캐릭터라고 우기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할 테지만 또 그런 게 통하지 않는 게 크리에이터라는 인종들이다. 다른 사람인 만큼 전혀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다. 

 

아마 그놈의 반PC 때문에 게임에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들을 우겨넣어야 하는 개발자들의 경우 그래서 고민이 꽤나 많을 것이다. 그렇게 반PC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예쁘고 잘생긴 백인이면서 철저히 이성애자인 캐릭터들만으로 어떻게 다양하게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낼 것인가? 그러면서도 인종도 다 같고 몸매도 다 잘빠졌을 텐데 모두가 다른 캐릭터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신 게임은 대충 만들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반PC주의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보는 것은 PC냐 아니냐지 게임이 재미있는가 아니냐가 아닐 테니까. 기껏 게임을 만들었더니 캐릭터 외모나 인종, 성적 지향들만을 따지는 것을 보며서 과연 개발자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그리고 덧붙이자면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가 오히려 그리기도 만들기도 더 쉽고 편하다. 돈도 덜 든다. 3D초창기 게임들에서 캐릭터들이 꽤나 잘생기고 예쁘게 만들어진 듯 보이는 실제 이유일 터다. 원래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시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해 그 이상의 개성을 부여하기가 어려웠던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다 보니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의 상상까지 더해져서 그 이상으로 미화되어 기억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툼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다. 원작의 캐릭터만 보아서는 전혀 미인같지 않았는데 하필 실사모델이 역대급으로 나온데다 영화까지 대박이 나면서 미인캐릭터로 고정되어 버렸다. 당시 기술수준으로 여성캐릭터를 제대로 묘사할 방법이 뭐가 있었겠는가. 눈 크고, 입술 크고, 가슴과 엉덩이도 크고, 그러면서 허리는 잘록하고. 그 이상은 당시 부두 수준에서 감당이 안 됐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디자이너들도 처음 그림 연습하면서 그리기 시작하는게 잘생기고 예쁜 모델들이었을 텐데.

 

아무튼 오만 게 다 PC라. 서구권 게임에서 캐릭터가 못생기게 묘사된 것까지 어느새 PC라며 딱지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런 식이면 파이날판타지 시리즈의 게임들은 죄다 게이거나 호스트들이거든? 오랜만에 파이날판타지7 리메이트를 하며서 주인공 크라우드를 볼 때마다 도저히 봐주기 힘들어서 모드 씌워놓고 게임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른 시리즈는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사내새끼가 뭐 이렇게 역하게 생겼나? 그러니까 파이날판타지7 리메이크 파트2가 실패한 것도 그래서 PC가 묻어서 그런 것일까? 내가 반PC운동에 반감을 가지는 이유다. 그런 식이면 모든 것에 다 PC를 붙일 수 있다. 진짜 PC와 억지 PC조차 구분하지 않는 게 바로 그들 반PC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캐릭터 못생긴 것까지 PC라 그러고, 캐릭터가 백인이 아니라고 PC라 그러고, 어쌔신 크리드에서 그럼 백인이 전국시대 일본에서 활약했으면 전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일까? 아, 일본만화에도 있었다. 전국시대에 백인이 일본에 표류해서 텐구의 모델이 되었다는 내용이 아마 있었을 것이다. 그 후손이 백인의 유전자를 받아 태어나기까지 했다. 일본인은 명예백인이라서 일본에서 흑인이 사무라이가 되어 있으면 안된다는 것일까? 뭐하자는 놈들인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