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되었는가. 그렇다면 조선은 언제 건국되었는가. 조선의 정통성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동아시아 국가에서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왕조에 대한 역사서를 편찬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는 이유다. 역사의 계승관계다.
조선이란 단지 조선이 건국되면서 존재하기 시작한 나라가 아니다. 조선 이전에는 고려가 있었다. 고려 이전에는 신라가 있었다. 고구려와 백제가 있었다. 고조선이 있었다. 단지 새로운 왕조가, 체제가 이전의 왕조와 체제를 계승하여 이 땅에 들어섰을 뿐이다. 그 연속선상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해한다.
지금이야 프랑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이해되지만 프랑스 안에서도 여러차례 중요한 왕조교체가 있었다. 그 가운데는 심지어 이웃한 나바로의 국왕이던 앙리 4세에 의해 시작된 부르봉왕조도 있었다. 각 왕조 사이에 연관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 프랑스의 국왕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으로 계승관계를 가진다. 하기는 영국의 경우는 아예 노르망 대공 기욤에 의해 정복되어 새로운 왕조가 성립되기도 했었다.
아무리 왕조가 바뀌어도 프랑스가 프랑스인 이유, 심지어 민족까지 달랐음에도 중국인과 주변의 나라에서는 모두를 중국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이 역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신화시대에 고조선을 건국한 10월 3일을 개천절로 정하고 건국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건국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독립기념일이 아닌 광복절인 이유다. 아니 그래서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독립기념일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이전의 봉건적이고 전제적인 전근대의 구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세웠다.
이전부터 존재해 온 나라였다. 상해임시정부나 3.1운동은 그 연장에서 존재한다. 빛을 다시 되찾은 것이다. 주권을 다시 되찾은 것이다. 그래서 광복절이다. 단지 정부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정부는 이전의 역사를 계승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이라고.
정부가 달라졌다. 왕조가 달라지고 체제가 달라졌다. 그러나 결국 그것을 관통하는 것은 한 가지다. 이 나라가 계승하는 정통성이란 그 연장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광복절이었고, 그것은 헌법에도 이미 명문화된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여론이 그러하니. 대한민국은 이제 겨우 67년 된 나라다. 한국 보수의 수준이다.
별 해괴한 소리들을 다 듣는다. 그것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다. 표를 주고 권력을 준다. 그럴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노인들을 존경하지 않는 이유다. 스스로 자신들이 이룩한 역사를 부정한다. 하기는 한 편에서 목숨을 걸고 조국광복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었고, 한 편에서 그들을 비웃는 이들이 있었다.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