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아이즈원을 보며 든 생각, 한류에 대해

까칠부 2018. 11. 5. 08:26

여긴 줄 알았는데 다른 데였다. 그러면 더 전에 썼다는 이야기다.


처음 한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한류의 완성은 소비가 아닌 생산이다.


미국 헐리우드가 대단한 것은 아무튼 세계 어디서 성공을 하고 인기를 얻었든 일단 헐리우드로 가서 다시 한 번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배우와 감독들이 한결같이 바라고 꿈꾸는 것이 헐리우드에서 세계를 시장으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헐리우드란 곧 세계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 미국의 팝시장을 영국밴드들이 점령하디시피 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이 미국에 진출한 영국밴드들에게 훈장처럼 따라붙었다. 퀸이 동시대 다른 밴드들에 비해 영국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낮은 이유도 미국에서의 부진한 성과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 성공해야 세계적으로도 성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음악시장 자체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의문이었다. 한류란 단시 일시적인 유행으로 잠시 소비되고 마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 대중문화가 가진 실력으로써 하나의 브랜드로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익숙지 않는 남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자기문화로서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때 서로 다르다는 것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점을 닮고 싶다. 배우고 싶다. 과거 우리가 미국의 대중문화를 접하며 그랬던 것처럼. 일본의 대중문화를 대하며 느꼈던 것처럼. 과연 한국의 대중문화에 그만한 힘이 있을 것인가.


하긴 그동안 중국과 대만, 태국 등지에서 많은 연습생들이 한국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고 실제 아이돌로 데뷔하기도 했었다. 최근 데뷔한 아이돌 그룹 가운데는 일본 멤버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AKB출신이 한국 아이돌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일본에서 이미 아이돌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데뷔도 불확실한 한국의 아이돌 오디션에 도전한다. 일본만이 아닌 아시아와 더 넓은 세계시장을 타겟으로 일본을 벗어나 한국의 아이돌에 도전하려 한다.


오히려 한국의 스타들이 너도나도 중국으로 일본으로 돈벌러 떠나는 것을 우려했었다. 그런 식으로 정작 한류라 하면서 한국의 인적자원이 중국과 일본의 생산시스템에 흡수되는 것은 아닌가. 인기는 한국 연예인들이 누리지만 정작 그 성과를 누리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제작자들이 아닐까. 결국은 생산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 한국의 연예인이 출연했어도 그것은 중국의 작품이고 일본의 대중문화다. 중국과 일본의 가치와 지향이 담긴 그들의 문화인 것이다. 이대로 한류는 소비되고 끝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설마... 아니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 그만큼이나 중국과 일본의 인재들이 한국으로 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마 문제는 언어의 장벽일 것이다. 그나마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크게 어려움없이 출연할 수 있는 원인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중국은 후시녹음이라. 중국말이라고는 한 마디 못해도 후시녹음으로 성우의 더빙을 입히면 문제없이 출연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서로의 말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국 연예계에 도전한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언어의 장벽 앞에 좌절하고 말았다. 저 대단한 여명도 그 한국어 발음 때문에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스맙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도 그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웃음만 주고 말았었다. 그에 비하면 미국과 유럽은 서로 언어가 비슷해서 말을 배우기도 어렵지 않다. 더구나 영어는 이미 세계공용어다.


그럼에도 음악은 이미 언어를 넘어선 언어니까. 발음이야 조금 어눌해도 음악과 춤이 모든 것을 대신해 줄 테니까. 그래서 상대적으로 쉽게 중국이든 일본이든 아이돌에 도전하고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어 발음이 어눌해도 쯔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그 다음이다. 그럼에도 과연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류는 음악 이외에까지 국제적으로 영향을 넓혀 갈 수 있을 것인가. 아이돌 시절 배운 일본어로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중인 강지영이 힌트가 될 수는 없을까?


그냥 생각이다. 오래전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그런데 전혀 신경도 쓰지 않던 사이 벌써 여기까지 와 있었구나. 어떤 사람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한류에 스스로 도전하고 주체로서 참여하고자 하는 주변의 인재들이 있는 이상 그들 인적자원을 흡수할 수 있는 이상 한류는 이미 세계의 일상이다. 마치 한때 홍콩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미국의 대중문화가 가지는 위상처럼.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중국에 검열이 남아있을 때 얼른 그것을 기정사실로 만들어야 한다.


요즘 너무 바빠서 오디션도 주위에서 떠드는 이야기만 주워들을 뿐이었다. AKB 출신까지 오디션에 참가했구나. 참가한 동기와 목적을 들으며 한국의 아이돌이 가지는 위상이 이렇게까지 높아졌구나. 한류가 가진 힘이 이렇게까지 커졌구나. 아직은 갈 길이 남았다. 그래도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