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만화 완독...

까칠부 2014. 11. 14. 09:11

요즘 컴퓨터 때문에 용산 갈 일이 많았다. 가는데만 1시간, 왕복 기본 2시간 반. 책 읽을 시간이 많다. 드라마 때문에 문득 '미생'을 읽고 싶어졌다. 참 시간이 많았다.

 

첫째, 자재부장, 김동식 대리, 한석률, 닮았다. 자재부장은 천연, 김대명과 변요한은 연기와 코디가 더해지며.

 

둘째, 오상식 과장만 이성민 목소리다. 만화를 읽으면 머릿속에 애니메이션과 대사가 동시에 떠오른다. 어떻게 움직일까? 어떤 목소리일까? 그런데 유일하게 만화 가운데 오상식만이 드라마속 이성민의 목소리로 들려온다. 원작과 가장 닮은 캐릭터도 오상식. 어쩌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오상식이 아닐까? 원작은 물론 장그래가 주인공일 테지만. 이번에도 이성민이 드라마를 잡아먹었다.

 

셋째, 장백기는 드라마 버전이 훨씬 낫다. '상속자들'의 그 강하늘이다. 이렇게 꾸미니 20대 중반의 샤프한 엘리트의 모습이 된다. 원작의 장백기가 단지 스펙만 좋은 소심한 신입사원의 전형이라면 드라마의 장백기는 그같은 스펙에 대한 자신감으로 정면으로 회사라는 조직과 부딪히려는 야심가로 등장한다. 드라마란 격정이라는 점에서 드라마에서 더 뜨거워지고 차가워지고 소란스러워진다. 실패를 모르던 엘리트가 처음으로 한 번 좌절하게 된다. 다음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넷째, 안영이 역시 드라마쪽이 더 현실감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신입사원 하나가 부서를 들었다 놨다 한다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오히려 여성이기에 그같은 안영이의 능력에 대해 반발하고 거부하려 하는 선임 한 명은 있어 주어야 어울린다. 신입다운 시련을 겪는다. 러브라인이 없다지만 만화에서도 분명 안영이는 장그래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장그래가 지레 거리를 두고 물러섰을 뿐. 원작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벌써부터 여러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섯째, 드라마가 훨씬 우울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다. 어둡고 우울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웃음의 페이소스를 위한 장치다.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게끔 해준다. 그러나 드라마에는 그런 배려가 부족하다. 임시완 자신의 우울함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웃는 모습조차 우울해 보인다. 만화에서보다 확실히 드라마의 장그래가 덜 웃고 있다.

 

여섯째, 공중파에서 - 아니 대중이 러브라인을 선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괜찮아 보이는 남녀가 주위에 있다. 유독 가깝게 지내고 있다. 상상을 부풀린다. 하기는 그나마 안영이와 장그래니까 그런 소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엘리트와 고졸 계약직 사이에는 넘기에는 너무 큰 현실의 간극이 있다. 그것을 안영이나 장그래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어쩌면 이 드라마가 시린 이유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러브라인이 나쁜 것이 아니다. 개연성없는 러브라인이 문제일 뿐. 얼레리꼴레리는 본능이다.

 

역시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 만화도 잘 그렸다. 무엇이 더 우위일까? 지하철에서 피곤한 몸을 가누며 읽기에는 만화가 낫다. 집에서 밥먹고 씻고 누워서 한가하게 무언가를 즐기려면 드라마가 낫다. 미디어의 차이일까? 역시 드라마도 끝까지 봐야 하겠다.

 

더 쓸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피곤한 관계로. 요즘 정신이 혼미해서 10분 전 일도 거의 기억을 못한다. 뭐였을까? 어쨌거나 재미있다. 웹툰은 거의 보지 않는다. 오랜만에 시간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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