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하문수의 죄의식,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까칠부 2017. 12. 26. 07:22

이를테면 시청자와의 유쾌한 밀당일 것이다. 하나씩 감춰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지난주에는 이강두(이준호 분)더니만 이번에는 하문수(원진아 분)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오랜 죄의식이 하필 이강두와 만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이 그곳에 그 사람을 불러내지만 않았더라면.


동생을 지켜야만 했었다. 동생의 곁에 있었어야만 했다. 동생을 잃은 엄마의 절규를 들었다.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서로 상처주고 상처입으며 부모가 끝내 갈라서는 모습까지 보았다. 그런데 그때 자기가 동생의 곁에 없었음을, 더구나 누군가와 만나려 자리를 비우고 있었음을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자기만 기억한 채 한 사람이 철저히 잊혀지고 있었다. 사라졌다는 사실마저 잊힌 채 오로지 자신의 기억속에만 죄의식과 함께 남아 있었다.


하필 이강두가 외면했던 그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아직도 그가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였다. 어쩌면 하문수도 온전히 현실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끝난 이야기가 아니었다. 벌써 오래전에 끝난 사고가 아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남은대로 각가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죽은 이의 보상금으로 성공했다는 죄책감을,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이 버리고 온 누군가에 대한 부채의식을, 그리고 차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미안함을. 그런데 그것을 단지 몇 마디 말로 고작 비석 하나로 끝내려는 것은 얼마나 오만하며 무도한 것인가.


사고 자체는 삼풍백화점을 연상케 하지만 결국 떠올리게 되는 것은 세월호일 것이다. 아니 얼마전 일어난 제천화재 역시 결국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상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끝을 낼 수 있었다. 시신도 찾고 장례도 치렀기에. 하지만 시신도 없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잊혀지지도 못한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어쩌면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들까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피해자만 상처가 아니다. 정유택(태인호 분)도 그리 못돼 보이더니 남모를 상처를 감추고 있었다. 정유진(강한나 분)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차라리 솔직할 수 있었으면. 그냥 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그냥 자기 자신만 사랑할 수 있었더라면. 후회는 또다른 상처가 되고 그 상처가 덧나며 어느새 사람은 괴물이 되어간다.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라는 것일까.


여러가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아름답기에는 너무나 처절하다. 그저 행복하기에는 너무나 절절하다. 그냥 사랑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냥 아무일없이 솔직하게 사랑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가. 인간에 대한 연민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행복하기를.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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