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뱅커 - 서로 다른 은행에 대한 열정과 순수, 시대의 비극을 돌아보며

까칠부 2019. 5. 10. 12:46

돈과 권력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은 아니라 해도 이미 주위는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의식하지 않은 행동이 그런 주변의 의도와 맞물리게 된다. 자신은 그저 은행원으로서 은행을 위해서만 일하는데 그로 인해 영향받는 이들이 있다. 그런 한 가운데 노대호가 있다.


강삼도 행장은 과연 악인가? 그러면 강삼도 행장과 맞서려는 이해곤 부행장은 선인가? 한수지 부행장은 어떨까? 단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대호의 행동이 강삼도와 이해곤 사이에 은행장 자리를 둘러싼 싸움과 얽힌다. 단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대호의 행동에 또한 어떤 은행원들은 불안을 느끼고 반감마저 가진다. 그럼에도 자신은 감사로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하는가.


노대호와 마찬가지다. 아니 강삼도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대한은행의 구성원으로서 대한은행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한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강삼도는 그렇게 은행을 지켜냈고, 이제 노대호는 당시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은행을 바로세우려 한다. 그래서 한수지 역시 노대호를 응원하면서 노대호를 비판하며 강삼도를 지지하면서 한 편으로 강삼도를 의심한다. 자신의 과거였고 현재였고 미래일 것이며 자신의 전부였다. 단지 서로 주어진 조건과 상황이 달랐고 판단과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얼핏 은행의 이야기인데 지난 역사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라도 해야 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러나 그래서는 안되었던 시대의 이야기들이다. 과거의 적폐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나타난 수많은 논란과 갈등과 고단함등이 그대로 은행이라는 공간을 통해 압축해 보여진다. 자칫 대한은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로 인해 대한은행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대한은행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묻어두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그럼에도 이제와서 그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과연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


하여튼 진실이란 것이 가지는 무게일 것이다. 무서움일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사실을 가지고 협박도 할 수 있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자라도 마침내 밝혀진 진실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고작해야 감사다. 법적으로 그 지위가 보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 가진 힘만 놓고 보면 대한은행을 지배하는 행장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노대호가 바로 턱밑까지 강삼도 행장을 위협하며 다가설 수 있었던 이유다. 진실이 무기가 될 때 노대호라도 강삼도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 진실이 은행까지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한 편으로는 한수지를 응원하게 되고, 그런 한 편에서 한수지의 말에 공감하게 되고,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 한수지의 의심을 따라가게 된다. 몇 년 전 드라마와 또 전혀 다른 이미지로 채시라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야심가이면서도 한 편으로 은행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열정을 간직한 캐릭터로써 그 복잡한 내면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여튼 배우 가지고는 이 드라마에서 흠잡을 곳이 전혀 없다.


과연 강삼도의 한 수에 대해 노대호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보다 은행장의 자리를 노리는 이해곤은 어떻게 강삼도에게 반격을 가할 것인가. 진짜 대한은행은 명성은행과 합병하려는 것이며, 그렇다면 그를 통해 강삼도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무엇일 것인가. 하긴 그 전에 과연 노대호는 D1의 진실을 밝히고 강삼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다음 은행장은 과연 누가 될까. 예측할 수 없어 재미있다. 점점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