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원래 근대 이전 유럽에서는 각 지방의 영주들이 자체적으로 화폐를 주조해서 유통하고는 했었다. 물론 그만한 재력이 되는 영주들이었다. 그리고 그 화폐의 함량은 각 영주마다 모두 달랐다. 아니 같은 영지에서 주조된 화폐라 할지라도 연도에 따라 그 함량이 달라지고는 했었다. 이를테면 급전이 필요하니 10그램의 금화에 8그램의 금을 넣던 걸 5그램으로 줄이던가 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조에 구리의 부족으로 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돈의 무게를 줄이고 있기도 했다. 같은 1푼의 가치를 가지는데 어떤 돈은 그보다 무게가 10%나 덜 나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0% 더 가벼워진 동전으로 더 무거워진 동전을 사서 차라리 구리로 녹여 쓰는 쪽이 이익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 남는 것은 가벼운 동전 뿐. 유럽에서도 금의 함량이 높은 금화와 낮은 금화가 동시에 유통되면 금의 함량이 높은 쪽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함량이 낮은 쪽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누군가 연구해서 내놓은 이론이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것이 아마 그레샴의 법칙이던가 했을 것이다.
간단히 어차피 100만원 들여서 대충 녹음하다 1억 들여서 공을 들여 녹음하나 정작 벌어들이는 돈은 같다. 아무렇게나 신디사이저로 대충 mr만들어 행사를 뛰는 것이나 밴드를 데리고 다니면서 제대로 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나 받는 돈은 차이가 없다. 그래서 밴드가 사라진다. 같은 값이면 솔로가 낫지 밴드처럼 여러명 있으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드니까. 같은 값이면 더 싸고 더 수월하고 더 편리한 것만 남는다. 짝퉁을 만들어도 비슷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차라리 짝퉁을 만든다. 그것이 옳은 말이다.
갑자기 이 말이 화제에 오르는 바람에. 짝퉁의 범람이 오히려 오리지널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오리지널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이다. 굳이 어려운 말 쓸 것 없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되었다. 아니면 다른 적당한 이론이나 경구가 있으면 그것을 쓰거나. 같이 방송하던 사람들도 꽤나 당황스러웠을 듯.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용어의 정의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전제가 없으면 보편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