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를 보면 정작 한식 쉐프는 얼마 없고 거의가 중식, 양식, 일식들이다. 특히 높은 순위로 올라갈수록 이들의 비중이 높아져서 마지막 TOP3를 보더라도 각각 중식, 양식, 일식을 대표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요리예능인데도 이렇다. 물론 TOP7에 오른 숫자로만 보면 임성근, 선재스님, 윤주모 이렇게 셋으로 전체중 가장 많기는 하지만 이 역시 이전 경연에서 임성근과 윤주모가 팀을 이루어 1위를 한 영향이라 보면 되는데, 이마저 정작 요리지옥에 이르면 가장 먼저 이 셋이 탈락하면서 일식2, 양식1, 중식1의 경연이 되어 버렸다. 어째서 그런가.
당장 1차 경연 결과만 보더라도 답이 나오는 것이다. 한식에서 좀 한다는 사람 가운데 정작 1차 경연조차 통과한 사람조차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드물었다. 당연하다. 선재스님이 그나마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식들이 너무 짜고 달고 맵고 자극적인 맛만을 추구한다. 너무 양념맛에만 의지하니 정교한 조리법같은 것이 발전할 리 없고 재료 본연의 맛같은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는 일의 특성상 배달시켜먹기가 만만치 않아 대부분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가끔 시켜먹거나 사먹으면 도저히 못먹겠을 정도로 달고 짜고 매운 것부터가 그 증거인 것이다. 내 입맛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텐데 밖에서 사먹기가 영 거슬릴 정도로 너무 자극적이기만 하다.
짜장면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짜장의 맛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 한다. 맞다. 된장찌개 인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 중 하나도 된장의 맛이 너무 강해 어지간해서 살리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아니 원래 한국 음식이 지금처럼 매워진 이유부터가 전쟁이 끝나고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어려우니 재료의 상태를 가리기 위해 고추가루를 있는대로 퍼부어 댄 때문이 매우 크다. 그래서 예전 시장에서 순대국 사먹으면 그냥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시뻘겋게 나오기도 했었다. 지금처럼 냉장상태로 유통되던 때가 아니라 돼지 내장의 심한 누린내를 잡으려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양념이 세면 재료가 썩었는지 쉬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마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조리를 잘했든 못했든 그게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대충 요리해도 양념만 잘 쓰면 그럭저럭 맛이 있다.
황교익이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라 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인 것이다. 떡볶이는 그냥 고추장양념맛이다. 그래서 나 역시 벌써 국민학교 때부터 대충 고추장과 설탕만으로 비슷하게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는 했었다. 제대로 조리기술이 들어갈 음식은 아닌 것이다. 소금과 고추가루와 설탕과 거기다 미원만 적당히 비율 맞춰 넣으면 뭘 어떻게 하든 일단 직관적으로 맛있는 맛이 나온다. 고기를 너무 삶아 풀어지든, 채소를 너무 조리해서 식감이 없든 그냥 양념만 대충 잘 맞으면 아무렇게나 요리해도 맛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 최근 유튜브 등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MSG넣으라는 것이다. 좋은 재료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제대로 요리하기보다 그냥 MSG때려넣고 설탕 때려넣고 고추가루 때려넣는 음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마저 생긴 것이다. 재료 제대로 써서 양념을 최소화해서 만들면 맛없다는 소리가 바로 나온다. 그런 대중을 상대로 만들어 팔다 보니 음식도 그리 발전하게 되고 그래서 나름 맛집이라 소문났어도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데다 또 대부분 음식점들이 직접 조리하기보다는 고기만 던져주고 알아서 구워먹게 만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 내 돈 주고 먹으러 가서 고기까지 내가 굽는다? 그럴 거면 그냥 집에서 먹지. 그런 곳들은 더구나 뭔가 조리를 할 필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김치도 어차피 중국산에, 김치 정도 빼면 쌈장을 제외하고 거의 쌈류들이다. 밑반찬이라고 내놓는 것들도 가공식품이면 충분하다. 음식문화가 이따위인데 한식쉐프라고 실력이 대단하게 발전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대중들이 알아서 맛집이라고 찾아와서 먹는다. 반면 일식, 양식, 중식은 각각의 기준점이 있어서 한국 대중의 입맛과 상관없이 그 기술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음식은 맛있을 지 모르지만 맛있는 한국요리는 없다. 흑백요리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시즌1에서도 한식요리사들은 그다지 크게 선전하지 못했었다.
아무튼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맛집이라고 해서 갈비탕 먹으러 갔다가 너무 짜서 고기만 건져먹고 와야 했다. 와, 뭔 소금을 그따위로 때려넣었는지. 내가 어지간해서는 음식을 남기거나 하지 않는데 거기서는 진짜 국물까지 먹는 게 고역일 정도였었다. 그런데 갈비탕 원래 슴슴하게 해서 간은 직접 하게 하지 않나? 떡볶이는 아예 입에 달라붙을 정도로 달고, 닭도리탕을 먹는데 이건 뭐 밥반찬으로는 못먹을 정도다. 김치까지 달다. 된장찌개도 달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먹는다고? 그런데 또 그런 걸 맛집이란다. 돌겠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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