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삼국지라 부르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원전은 연극대본에서 비롯된 삼국지평화였다. 삼국지라고 하는 이야기자체가 송대 이후 주로 민간에서 연극으로 소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송대에 이르러 연극이라고 하는 새로운 서민문화를 통해 재구성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다양한 편집들이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투장면이다. 현대연극에서도 당연히 불가능한데 기껏해야 시장 한 귀퉁이에 임시무대를 세우고 배우 몇 명이서 연기하는 수준이던 당시의 연극에서 수 천, 수 만의 대군이 맞붙는 전장을 구현한다는 것은 그냥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연극제작자들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군이 맞붙는 전쟁을 지휘관인 개인 장수의 무력에 의한 대결로 대신하고자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