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821

오징어게임 - 비석치기? 망까기의 추억과 룰

우리동네에서는 망까기라 불렀다. 비석이라는 말은 망까기 도중 벌칙게임에서 나온다. 일단 망까기의 기본 룰은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그대로 망이라는 이름의 돌을 던져서 땅에 세워 놓은 돌을 맞춰 넘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으로 끝인가? 당연히 그래서는 하루종일 해가 떨어질 때까지 놀 수 없다. 일단 비석에 대해서는, 망을 던져서 땅에 세워 놓은 돌을 맞추기는 했는데 넘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이때는 처음처럼 수평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모로 세워서 난이도를 높여 다시 도전케 했었다. 이때 완전히 모로 돌려서 던지는 사람과 수직이 되게 하면 비석, 비스듬히 45% 각도로 세우는 것을 반비석이라 불렀다. 비석은 아예 흔들리지도 않았을 때, 반비석은 그나마 흔들리기는 했을 때 ..

드라마 2025.01.23

중국 무협드라마의 와이어액션, 눈물을 찔끔한 이유

진짜 아주 오래전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중일 가운데 액션은 한국이 최고다." 아마 '공주의 남자' 리뷰를 쓰며 했던 말일 텐데. 한국의 액션에는 치열함이 있다. 절박함이 있다. 급박함이 있다. 그래서 더 처절하다. 현실에 닿아 있다. 과거 홍콩에는 한국인 출신 무술감독들이 있었다. 정두홍이 대표적이다. 대만도 그 영향 아래 있었다. 사실 당시도 한국과 홍콩의 액션은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달랐다. 한국은 실전을, 홍콩은 경극을 추구했다. 그러면 홍콩과 대만이 중국에 흡수되다시피 한 지금 중국의 액션에는 무엇이 있는가. 와이어가 허술하다. 같은 와이어액션인데 심지어 80년대 중국 무협드라마만도 못한 경우를 흔하게 보게 된다. 실제의 싸움이 아니다. 그렇다고 홍콩..

드라마 2023.03.27

성리학과 한류, 보편성에 대한 집착과 성과

원래 고전 유학에서 중요시여겼던 것은 리理가 아닌 기氣였다. 당장 중용만 보더라도 무수이 변화하는 실체로서 기를 그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희가 성리학을 만들고 난 뒤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양명학도 나오게 된 것이었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에 있지 그 밖에 더 이상의 다른 무엇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요하를 건너 한반도에서는 그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선말에 이르면 이이의 주기론을 이어받은 서인 가운데서도 일심론이라는 게 나타나고 있었다. 심이란 기이면서 리다. 각개의 변화이자 현실이면서 그 모든 근본이다. 그래서 조선의 사상가 가운데 유독 이황이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원래 하나였던 이와 기를 분리하고 그 가운데 리를 중심에 놓으려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리..

드라마 2022.09.0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자폐와 일반의 경계

아주 어렸을 적 나에게 자폐가 있는 건 아닌가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길을 갈 때면 반드시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와야 했다. 한 번 갔던 길은 어지간하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선호했다.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판단 아래 모든 말과 행동을 하곤 했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과 정서, 그를 통한 공감이 아닌 계산을 통해 사실을 판단하려 했었다. 슬퍼해야 할 일을 계산하고, 분노해야 할 일을 계량하고, 사랑해야 할 관계를 판단한다. 그러면 과연 나는 정상인가? 그래서 결론은 정상이다. 사람에게는 '벽'이란 것이 있다. 도벽 방랑벽 할 때 그 벽이다. 습관이다. 각인이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기도 하다. 그 또한 사람이 가지는 본성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나는 우영우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한다..

드라마 2022.08.28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쭈그리와 내가 노트북을 산 이유

오래전 쭈그리와 꼬맹이는 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항상 당연하게 무릎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러면 한 편으로 인터넷을 하고 한 편으로 게임을 하면서 한 손으로는 녀석들을 쓰다듬고는 했었다. 쭈그리가 죽은 것도 내가 손에 가득 담아 내밀었던 사료를 먹으면서였다. 그리고 어느새 혼자 남은 쭈꾸미는 침대에 엎어져 나를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꼬맹이와 쭈그리는 다가오는데 쭈꾸미는 내가 다가가야만 했다. 그래서 굳이 세일기간에 노트북을 구입한 것이었다. 침대 위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는 쭈꾸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그리 까칠하고 매몰차기도 한 쭈꾸미였지만 노트북을 사고 침대 위에서 커뮤터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다가와 고롱고리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데 냥냥거리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아..

드라마 2022.08.20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고려말 불교가 폐단으로 여겨진 이유

고려시대 전국의 대형사찰들은 당연하게 다수의 노비를 소유하고 대규모의 농장까지 경영하고 있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왕실이나 귀족으로부터 시주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는가? 불교신자라면 알지 모르겠다. 불교 교리에는 고리대금에 대한 금기가 딱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고리대금을 교리로써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고려에서는 사찰에 의한 고리대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하기는 아예 일본에서는 사찰이 사병까지 보유하고 조정과 다이묘들을 상대로 무력으로 맞서는 경우마저 있었다. 그런 현실을 당시 고려의 사대부들은 현실로써 바로 눈앞에서 겪고 있었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내세를 지향한다. 현실을 고통이라 여기고 그 고통이 사라진 내세의..

드라마 2022.08.1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20대 남성의 공정과 대변자 권민우

지난 몇 년 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서 불공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권이 교체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사회경험이 없는 20대, 특히 남성들이 많이 낚인 때문이다. 모두가 바라는 직장들은 대부분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대상들을 상대로 공채라는 걸 한다. 바로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그 가운데 신입직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오로지 그것만이 공정하다. 시험과 면접을 통한 경쟁만이 오로지 정당하다. 그러나 사실인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대기업들에도 경력직에 대한 채용은 수시로 이루어진다. 다른 기업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을 여러 경로로 스카웃해서 자기 기업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다. 당연히 시험같은 건 없다. 면접이야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드라마 2022.07.24

시그널 장기 미제사건 수사반 - 일본 드라마의 한계

아마 일본 드라마 오리지널이었으면 역대급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기존의 일본드라마들과 다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 드라마도 기존의 일본드라마와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일본 드라마는 그렇게 인간의 감정을 깊숙이 파고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그널은 그 이상이다. 과연 일본에서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결국 김혜수와 조진웅의 존재로 인해 바로 한계를 맞이하고 말았다. 주연을 맡은 사케구치 켄타로는 이제훈에 비해 그다지 아쉬운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 외모는 물론 연기력까지 충분히 이제훈과 비견할만한 수준에 있다. 문제는 키치세 미치코와 키타무라 가츠키다. 솔직히 키치세 미치코는 늙었다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으니 패쓰다. 젊은 시절을 ..

드라마 2022.04.24

소년심판 - 가해자의 비겁한 눈물에 대한 분노

확실히 인간이 어떻게 자연선택에 의해 악해지는가를 알 것 같은 에피소드였다. 곽도석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곽도석은 물론 죽은 희생자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을 주저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이기가 그녀를 살렸고, 그녀를 살리고자 했던 이타가 곽도석을 죽였다. 그러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누구인가?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여성이 자신의 수치를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타인을 희생시키는 건 당연하다. 여성의 정조와 자존이야 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진짜 그러한가? 더구나 사진도 지웠다면서? 그런 분위기를 드라마가 만들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진술하지 않는 건 장당하다. 오히려 피해자다.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그런 상황..

드라마 2022.03.06

지금 우리 학교는 - 인간에 대한 절망, 차라리 파멸을 바라는 이유

내가 라이트노벨 '내 청춘에 러브코미디는 없다'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다른 것 아니다. 아싸의 정신세계를 정말 정확하게 적확하게 잡아서 묘사하고 있었다. 아웃사이더가 아웃사이더인 이유는 그 세계가 자기완결적이기 때문이다. 아웃사이더의 세계에 다른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오로지 대상이고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오류를 범하고 혼란에 빠지는 이유였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세계에 절망했으니까. 인간에게 좌절했으니까.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이 심지어 자기마저 객체화 대상화시키고 만다. 인간이란 이렇다. 이 세계란 저렇다. 그러므로 나란 존재은 그렇다. 그러니 싹 다 뒤집어 버리자. 다 엎어 버리고 깡그리 바꿔 버리자. 그래서 내가 ..

드라마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