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사랑 내곁에 - 조윤정의 악과 배정자의 악...

까칠부 2011. 8. 7. 09:59

참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조윤정(전혜빈 분)은 뼛속까지 악인은 될 수 없구나. 그야말로 귀하게 자란 아가씨가 괜히 독하게 마음먹고 치는 악의없는 장난을 보는 느낌이랄까?

 

미디어에서는 그녀를 악녀라 말하지만 기껏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면접에서 해야 할 과제를 일부러 도미솔(이소연 분)에게만 백지로 바꿔치기하거나, 괜히 불러내어 회사를 그만두라고 강짜를 놓거나, 그렇지 않으면 실무면접하는데 일부러 따라가서는 기사쓰는 것을 훼방놓거나. 차라리 도미솔을 불러다 놓고 입사를 포기하라 강요하는 모습에서는 떼쓰는 어린아이의 모습마저 보였다. 결국에 자기 분풀이는 되겠지만 그렇다고 도미솔에게 크게 피해가 가지는 않는 일들이다.

 

아마 조윤정과 배정자(이휘향 분)의 캐릭터가 갖는 근본적인 차이일 것이다. 조윤정은 아가씨라는 말 그대로 유복한 환경에서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으며 곱게 자란 경우다. 그에 비하면 배정자는 아버지로부터 학대까지 받으며 비참한 가난 속에서 발버둥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들이 살아오면서 느껴온 절박함이나 직접 체험하고 몸으로 체화한 악의 정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예 작정하고 도미솔을 괴롭히려 해도 조윤정이 저지를 수 있는 악이란 것이 그런 정도에 불과할 수밖에 없고, 배정자가 그렇게 피해자인 척 도미솔과 봉선아(김미숙 분)를 원망하고 있어도 그녀가 저지르고 있는 행위란 벌써 그런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하고 동정하면서도 배정자가 저지르는 악의 크기와 깊이란 조윤정과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기는 더구나 조윤정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방송국 동료나 상사들과의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비하면 배정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살림만 하며 보낸다. 대인관계도 협소하고 따라서 행동에 있어서도 고려할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다. 더 과감하고 과격하다. 조윤정의 경우는 그럴 경우 직장에서의 평판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조윤정의 귀여운 심술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배정자의 독한 피해자놀음은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 결국은 그것이 드라마의 끝이 되겠지만. 조윤정이 비로소 세상을 알고 아가씨에서 여성이 되는 순간이. 혼자 사는 그녀의 이모는 그녀에 대한 데자뷰일까? 배정자의 피해자놀음은 자신이 직접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그치게 되리라. 모든 행위에 대한 결과가 돌아오게 될 때.

 

참으로 적절하다. 배정자가 꾸민 '가짜 영웅이 아빠' 소동이 결국 도미솔로 하여금 강정혜(정혜선 분)를 찾아가 영웅이가 자기 아이임을 밝히도록 만들고, 그것이 딸 선아의 아이를 버린 강정혜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면서 강정혜로 하여금 봉선아를 인정하도록 만든다. 주위의 눈이 두려워 딸이 낳은 아이를 버려야 했던 자신에 비해 더구나 고등학생인 딸이 낳은 아이를 자기 아이로 호적에 올리고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봉선아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부러웠으리라. 그렇지 않아도 딸 선아의 아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배정자의 음모는 도리어 고진국(최재성 분)과 봉선아의 사이만 단단하게 이어주는 결과를 낳고, 그것은 배정자에게 다시 한 번 위기로 다가온다. 아들 고석빈(온주완 분)이 진성기업을 물려받으리라는 기대마저 흔들리기 시작하고, 더구나 이제껏 숨겨왔던 고석빈의 아이와 고석빈이 마주치는 계기가 된다. 도미솔도 자기 어머니와 고석빈의 큰아버지가 만남을 계속 가지는 이상 고석빈과 아주 외면하고 지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조윤정도 고진국의 조카며느리로써 강정혜의 집에서 도미솔과 마주치게 될 터이니.

 

하필 그토록 강정혜가 찾아헤매던 공씨 아줌마가 정말자(사미자 분)의 고향 후배일 것이 무엇인가? 정말자가 공씨 아줌마와 재회하면서 이소룡(이재윤 분)의 출생의 비밀도 밝혀진다. 그 공씨 아줌마가 강정혜가 찾더 공씨 아줌마가 맞다면 모두의 예상대로 이소룡은 강정혜의 외손자가 될 것이다. 과연 그것은 언제 어떤 식으로 밝혀지게 될 것인가?

 

마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약속시간이 되어 약속장소에 모이듯 배우들이 점차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고진국은 비서 이소룡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봉선아의 딸 도미솔과 연인관계인 것을 알게 되고, 고진국과 봉선아가 사귀게 되면서 도미솔은 말했듯 다시 고석빈과 배정자에게 다가가게 되고. 자연히 이소룡 역시 고진국의 가족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는다. 여기에 공씨 아줌마마저 정말자와 관계를 맺으며 등장함으로써 결말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지게 되었다. 모두가 마침내 모이게 되는 자리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며 갈등 역시 해소되리라. 벌을 받을 자는 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할 자는 책임을 지게 되고, 복을 누리게 될 이들은 복을 누릴 것이고. 권선징악이란 어쩌면 모든 이들이 믿고 싶어 하는 가장 간절한 꿈이기에.

 

어쨌거나 드라마의 장점일 것이다. 악이라고 그저 단순히 악이기만 하지는 않다. 악이란 나약함이다. 비겁함이다. 비참함이다. 간절함이다. 치열함이다. 전혀 악이 아닌 것이 악이 되어가는 과정까지. 그리고 그 악조차 드러나는 모습에서 차이가 나는 것에서도. 인간이란 것에 대해서.

 

동화일 것이다. 현대사회의 동화. 선량하고 성실한 도미솔이 끝까지 인내하며 마침내 그 댓가를 누리는. 그리고 그녀를 고난에 빠뜨린 이들이 책임을 지게 되고. 어쩌면 참으로 단순한 구도의 이야기일 텐데. 그러나 그 과정이 정교하며 섬세하다.

 

끝이 멀지 않았다. 벌써부터 설레이려 한다. 어떤 식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끝내려는가. 도미솔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과의 이별이기도 하지만. 기대하고 보려 한다. 좋다. 여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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