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KBS의 일요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를 보면서 대략 세 가지를 느꼈다. 한 가자의 문제점과 한 가지의 가능성과 그리고 한 가지의 아쉬움. 어쩌면 가장 <남자의 자격>다웠으면서도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였을 것이다.
사실 자격증 하나 따는데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더라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실제 현실에서도 자격증학원에 등록한 모든 사람들이 자격증을 따고 하는 것은 아니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하면 단지 자격증에만 집중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제빵사 자격증은 국가공인 자격증시험으로 합격율이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각자 일이 있다. 가정도 있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관계가 있다. 일로써 하는 것이라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하나에만 전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하고 있는 프로그램만 여럿이고, 거의 매주 공연이 있다. 당장 <남자의 자격>에서 추진하는 다른 미션도 있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깔끔하고 보람찬 마지막을 보지 못하게 된다.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이경규와 김태원이 끝내 태권도와 탭댄스 미션을 포기했다고 했을 때 어느새 납득하고 있던 이유였다.
도저히 무리라 생각한다면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가능성도 희박한 일에 너무 매달리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이경규에게도 가족이 있고 <남자의 자격> 이외에 출연하는 프로그램과 관계자들이 있을 것이며, 김태원 역시 올초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한 적이 있고 지금 당장도 <남자의 자격>의 미션인 청춘합창단의 지휘를 맡아 스스로도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부활의 리더로써 음악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무모하게 주업도 아닌 일로 괜한 집착을 보이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주위에 피해를 끼칠 수 있었다. 괜히 배우겠다고 나섰다가 다른 진지하게 배우려는 사람들을 방해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깔끔하게 주위를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이며 배려일 것이다. 여러 미션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현실적으로 취사선택하여 할 수 있는 것들로 나누는 것은 지극히 설득력 있는 '리얼리티'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설정이었을 것이었다.
현실에서도 <남자의 자격>을 시청하는 수많은 대중들이 뒤늦게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자기에 맞는 것들로. 일단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이미 젊었을 적과 같이 혼자서만 열심히 하여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때는 지났다. 보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동적인 선택과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을 리얼리티 프로그램답게 진솔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모두에게 전할 수 있다. 한 가지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역시 아쉽다고한다면 그러한 포기들이 과연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서 타당한 이유에 의해 이루어졌는가.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보고서 도저히 안 되겠을 때 포기했다면 명분이 서지만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했다면 그것은 비겁한 것이고 나약한 것이 된다. 무책임한 행동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정작 미션을 포기하면서도 그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제작진의 편집은 무책임하고 서툰 것이었다.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했다.
과연 포기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예를 들어 김태원이 탭댄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암수술이 있었다. 암수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었다. 이어진 다른 스케줄들로 인해 더 이상 미션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제작진과 다른 멤버들과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도저히 현실적으로 문제이니 그만두겠다.
이경규 역시 마찬가지다.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나이라고 하는 장벽도 있다. 해 보고 도저히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과 스탭들에게, 혹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에게, 가족들에게. 그래서 내린 결론이 태권도와 탭댄스를 포기하고 대신 제빵사 자격응에 올인하는 것이라면 타당성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이경규더러 <남자의 자격>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하차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중간과정 전혀 없이 생뚱맞게 마치 땡처리하듯 여러 개의 장기미션을 떡하니 늘어놓고는 안 하겠다 하고 아예 안하고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두더라도 무언가 이야기가 있어야 납득해주고 동의해주고 할 텐데 그런 것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끝이다. 도중에 미션을 그만둔 멤버 - 특히 메인MC인 이경규는 물론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마저 비판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의 미션이란 시청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비난마저 끊이지 않게 된다.
문제라면 과연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이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으로부터 비롯된 것인가.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원래 지금은 그만둔 신원호 <남자의 자격> 전PD의 입장은 '합창단 시즌2'는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KBS 교양국에서 거의 떠밀다시피 시작하여 지금의 '청춘합창단' 미션이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청춘합창단' 자체는 시청율이 잘 나오고는 있지만 그로 인해 여러 미션들이 뒤로 미뤄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배낭여행이 방영되고 바로 청춘합창단 오디션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4주간의 오디션과 3주간의 오리엔테이션과 연습을 통해 7주라는 시간이 그대로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그대로 <남자의 자격>은 전혀 더 이상 시청자들과 약속한 장기미션을 보여줄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다. 조금의 여유만 더 주어졌더라도 충분히 방송을 통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부분을 그 기회 자체를 빼앗겨 버린 것이다. 한 마디로 애초의 계획들이 윗선의 지시로 모두 틀어져 버린 결과 지금처럼 졸속으로 급하게 그동안 진행해 오던 것들을 말 그대로 땡처리하듯 싸게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시청율이 좋게 나와도 합창이란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에 있어 지엽말단에 불과하다. 당장의 시청율은 오르겠지만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하자면 기존의 시청자들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필요했다. 보다 친절하게 시청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청춘합창단' 다음도 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을 일시적인 시청율만을 모르고 그대로 깡그리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청춘합창단' 끝내면 프로그램 접을 것인가. 이미 진행중인 장기미션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래서는 <남자의 자격>에는 미래가 없다.
결국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실무진의 요구를 듣지 않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시청율만을 보고 제작진의 의도를 무시한 결과 그대로 방영계획 자체가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중간과정 없이 이경규나 김태원이나 단지 말 몇 마디로 포기를 선언하고 있었고, 한 번 틀어지기 시작한 오해는 갈등말 불러일으켰다. 더 이상 재미가 없다. 비판여론이 상당하다. 그러나 결국 제대로만 되었다면 미션을 포기하는 장면들에 대해서까지도 <남자의 자격>만의 담담한 리얼리티로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실 재미는 있었다. 지극히 <남자의 자격>스러운 장면도 상당했다. 조미료 없이 담담하며 깔끔하다. 그러나 여전히 걸리는 것이다. 중간과정이 생략된 채 보여지는 모습들에 시청자는 어떻게 반응할 것일까. 무엇보다 예능국이 개입함으로써 기존의 미션들마저 흐트러진 모습들에서 다시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어떤 프로그램이든 일선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일관된 장면을 화면에 담아낼 수 있다. 이번 미션은 실패였다.
아무튼 말했듯 보기에 상당히 그럴 듯했다. 아예 이것을 하나의 미션으로 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몇 가지인가의 장기 미션 가운데 몇 가지를 수행해내는가. 장기미션으로 인해 한결 분주하고 번거롭거나,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이유들로 인해 포기하거나, 그런 자연스런 모습들로 남자의 바쁜 일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논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너무 많은 장기미션으로 인해 교통정리가 안 되는 상황에 그 모든 것을 하나의 공통미션으로 묶어 버리자. 어렵겠지만 지금을서는 하나의 대안이었을 것이다.
어째서 이정진이 중간에 하차할 수밖에 없었는가. 기본 미션들에, 귀농, 자격증, 그리고 당시 얼마 안 있어 배낭여행을 떠나야 했었다. 이렇게나 바빴던 것이었다. 모든 미션을 그대로 수행할 경우 한 달에 쉬는 날이 단 사흘밖에 나오지 않는다 할 정도로.
그리고 끝으로 전현무가 불안하다. 물론 웃기려는 마음은 알겠다. 상당히 정적인 <남자의 자격>에 동적인 웃음을 불어놓으려는 의도가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같은 역할이더라도 김성민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조금 더 능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선량함을 잃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아예 귀찮다는 듯한 표정까지 짓고 있는 전현무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아예 미션을 장난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웃음만으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해도 이렇게 몰아서 급하게 보여줄 미션들은 아니었다. 살릴 수 있는 장면들도 많았고, 편집의 묘에 따라 더 재미있을 수 있는 내용들도 있었다. 그러나 등떠밀리며 서두른 탓에 많이 심심하고 재미가 없었다. 단지 어떤 가능성만을 엿볼 수 있었을 뿐.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많이 아쉬웠다.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적절하게 일관된 전략을 세워 시청자와 소통해갈 수 있는 것은 일선의 제작진 자신들일 것이다. 섣부른 개입은 당장은 성공을 가져올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작진의 재량이 안타까웠다. 무척 아까웠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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