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형우라는 기자가 역사에 대해서는 제발 안 썼으면 좋겠다. 결국 세조와 공신의 후손들과 쿠데타세력이 만들어 놓은 논리 그대로다. 사림이 의도적으로 세조와 찬탈을 폄하하고 적대시했다. 과연 그럴까?
세조의 찬탈과 관련해 나오는 모든 민담과 야사들은 백성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것들이다. 신숙주의 마누라가 신숙주가 찬탈을 도운 것을 부끄러워하여 자살을 했다느니, 세조가 단종을 죽인 복수로 현덕왕후가 꿈에 나와 의경세자를 죽이자 세조가 그 무덤을 파헤쳤다느니, 심지어 신숙주가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를 노비로 달라고 청했다는 이야기까지. 왜일까? 어째서 숙주나물에는 신숙주의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그리고 세조는 왜 말년에 그 아픈 몸을 이끌고 후회하는 척 반성하는 척 연기를 해야 했던 것일까?
김종직의 조의제문이야 말로 당시 조선의 여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세조는 더욱 공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공신에 의존하여 멋대로 정치한 것이 왕권강화로 비쳐졌다. 그러나 예종은 그렇다 하더라도 성종의 즉위 당시 한명회에 의해 왕이 결정된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 김종서의 황표정치가 문제라면 한명회와 신숙주는 예종 당시 원상정치를 실시하고 있었다. 종친세력은 더 약화되었고, 훈구세력의 전횡으로 조선의 내정도 악화되고. 그런데 찬탈에 반감을 품은 지방의 지주들을 포섭하기 위해 세금마저 한껏 낮춰주고.
물론 김종서에게도 문제가 없었는가면 그건 아니다. 집현전의 유학자들이 계유정난 당시 수양대군의 정난을 지지하며 김종서와 양평대군을 공격한 것이 그래서였다. 이를테면 신하가 왕권을 넘보며 권력을 휘두르려는 권신으로 보인 탓이었다. 그러나 사실 계유정난이 있던 당시는 워낙 단종이 영민해서 김종서도 황표정치를 거두고 난 뒤였다. 다만 이미 형성된 정치적 대립구도가 계유정난을 일으키고 김종서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 뿐. 이를테면 김종서를 중심으로 한 실무관료와 집현전의 신진유학자들, 그리고 종친과 수양대군과 결탁한 공신의 후예 일부가 부딪힌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종서가 충신으로 기록된 것은 김종서 자신이 원래 충신이기도 했지만, 결국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했기 때문이었다. 숙부가 조카의 왕위를 빼앗는다는 것은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사회에서 신하가 임금을 몰아내고, 숙부가 조카를 쫓아낸 있을 수 없는 패륜이었다. 그렇더라도 일단 왕이 되었고 그 왕위가 후손들에게 이어졌으니 왕으로 인정은 하되 그 과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정적이었다. 무오사화의 원인이 되었건 김일손의 사초에도 그래서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비롯 김종서와 황보인등이 절의를 지켜 죽었다 하여 절사節死라 쓰고 있었고 사육신에 대해서도 같은 논조로 사초를 쓰고 있었다. 과연 사림이 무오사화 등으로 사림이 몰살한 보복으로 세조와 그 공신들을 폄하했는가?
김종서를 충신으로 만든 것은 다시 말해 세조 자신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찬탈만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주공이 되어 단종이 성장하기를 기다렸다가 모든 것을 놓고 물러났다면. 그러나 그가 찬탈을 함으로써 그가 정난을 일으켜 죽인 김종서와 황보인은 왕을 지키려다 죽은 충신이 되어 버렸다. 계유정난부터가 그가 왕위찬탈을 염두에 두고 벌인 반란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한 관점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왕과 왕위를 노려 난을 일으켜 죽였다면 그가 무엇이 되겠는가? 충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세조가 살아있을 당시에도 사림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단지 이미 왕이기에 바로잡는데 조심스럽고 오래 걸렸을 뿐. 괜히 숙종과 영조까지 이들을 복권시키려 끊임없이 상소하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사림에게도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거니... 그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닌 이익에 따른 판단으로 세조와 찬탈을 비판한 것일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무오사화가 과연 조의제문 하나 때문에 일어났는가? 그러면 당시 사람의 인식은 어떠했는가? 백성들은 세조의 찬탈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었는가? 막연히 그랬을 것이라 하는 것은 그다지 옳지 못하다.
드라마 덕분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좋은데, 관심을 받고 싶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예가 아니기를 바라며. 김종서 깎아내린다고 세조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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