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죄를 낳고, 거짓이 거짓을 낳는다. 그 고리를 깨는 것은 단 하나, 용기다. 오로지 강한 자만이 정의로울 수 있다. 용기있는 자만이 선량할 수 있다.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생명의 은인이라고 서재명(손창민 분)을 감싸기 위해 한 거짓말은 도리어 그로 하여금 양심을 속이고 죄로 빠져드는 빌미를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사장으로 모시던 윤일구의 일가족을 다시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윤일구의 처 여은주(장영남 분)야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부모를 잃고, 자기에게 돌아와야 할 모든 것마저 빼앗긴 채, 부모의 존재조차 모르고 고아로 자라야 했던 윤재인(박민영 분)은 어찌하는가?
결국 시간이 흘러 자신을 찾아온 윤재인에게 그는 끝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윤재인이 오해하고 있는 채로 내버려두고 만다. 그리고 그 오해는 다시 아내인 박군자(최명길 분)와 딸인 김진주(남보라 분)을 불행에 빠뜨릴 뿐이다. 오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여기고 있는 순간 박군자는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딸 김진주는 아버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여기에 윤재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아들 김영광(천정명 분)의 혼란까지 더해진다.
단 한 마디 진실만 밝힐 수 있었다면 없었을 혼란일 텐데도. 한 마디 진실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 아내도, 딸도, 아들도, 그리고 윤재인도 더 이상 오해로 인한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거짓말을 했고 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기에는 그는 너무나 나약하고 비겁하다. 차라리 이대로 모든 것이 거짓으로 가려진 채 흘러갈 수만 있다면. 그나마 아들 김영광이 윤재인으로 인해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이 그로 하여금 서재명에게 모든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전화를 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은 어찌할 것인가?
가만 보면 지난회차에서도 이야기했듯 김영광의 이버지 김인배(이기영 분)이야 말로 모든 악의 근원인 것 같다. 이렇게까지 모든 것이 뒤틀리게 된 원인은 다름아닌 김인배가 거의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아무런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무지와 나태가 어떻게 인간을 죄로 빠져들게 하는가. 더구나 그런 상황에조차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하며 연민에 빠져들게 된다. 자신을 비난함으로써 그 죄로부터 잠시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과연 윤일구에 대한 죄책감에 그의 납골묘를 찾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그같은 자신의 행위에 취해 죄의식을 덜고자 하는 이기적인 목적에서 그곳을 찾는 것일까?
결국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김인배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매우 작위적이다. 어떻게 윤재인이 자신을 찾아왔는데 사실을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아내마저 그녀를 자신의 딸이라 착각하도록 내버려두는가? 상식적으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인의 딸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김인배는 아무말도 않고, 그 사이 윤재인의 착각이 아내 박군자에게까지 확산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가족 전체에게로 퍼지며 기정사실처럼 굳어진다. 그 사이 김영광으로부터 윤재인이 아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들은 김인배는 서재명에게 윤재인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한 전화를 걸게 되고. 만일 김인배의 그같은 나약함이나 비겁함, 그리고 이기적인 부성이 아니었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재치가 있는 것고 유치한 것과는 사실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유쾌한 것과 하찮은 것과의 차이도 그다지 크지 않다. 무언가 통통 튀는 감각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러나 윤재인과 서인우(이장우 분)의 대화나, 윤재인과 김영광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초등학생들 대화인지. 하기는 너무 말을 멋드러지게 해도 김수현의 드라마처럼 현실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더라도 그 경계를 잡아내는데 상당항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서 본 듯한 고전적인 설정에, 더구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 드라마의 내용을 좌지우지하고, 그리고 윤재인과 악역일 서재명과의 연결고리로써 마치 조커처럼 김인배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을 통해 윤재인과 서재명의 악연이 서로 만나도록 하기보다는 초자연적인 힘과 어느 특정한 캐릭터의 힘을 빌어 억지로 끼워맞추려 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신하기는 하지만 김인배의 국수집에서 윤재인이 나타나면서 벌어진 상황들이 얼마나 억지스러웠는가.
갑작스레 흥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발단은 윤재인과 서인우 사이의 유치한 말싸움이었다. 이어진 윤재인과 김영광의 상황극놀이. 여기에 김인배의 국수집에서 억지로 상황을 몰아가려는 것을 보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드라마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작위에 의존하려 하는 것인가. 드라마 자체가 원래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픽션의 작위란 의식하지 않는 작위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때에나 탄력을 받게 될까? 그나마 흥미롭다고 한다면 서재명과 서인우, 서인우와 서인철의 관계 정도일 것이다. 아마 아직 제대로 보여지기 전인 때문일 것이다. 김영광과 윤재인은 지금으로서는 너무 작위적이다.
많이 지루했다. 그리고 어수선했다.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드라마속의 상황을 위한 억지 상황들이 소란스럽기만 했다. 기대하고 보아도 좋을까? 불안요소가 많다. 아쉽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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