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나는 가수다2 - 돌아온 전설들, 백두산과 흔치 않은 헤비메탈에 열광하다!

까칠부 2012. 4. 30. 09:32

흔히 부활과 시나위, 백두산을 80년대 한국의 헤비메탈 붐을 이끌던 트로이카로 꼽는다. 하지만 사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활, 시나위와 백두산 사이에는 하나로 묶어 말하기에는 어색한 큰 차이가 있었다. 데뷔연도부터 차이가 있었다. 이제 갓 20대 애송이들이던 부활과 시나위와는 달리 백두산은 기타리스트 김도균을 제외하고 모두가 이미 70년대 데뷔한 베테랑들이었던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활과 시나위는 파고다공원을 중심으로 커버곡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갓 데뷔한 아마추어에 가까웠다. 인디밴드의 태동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반해 백두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군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던 프로연주자들이 모인 말 그대로 빅밴드였다. 당장 보컬 겸 리더 유현상부터가 이미 17살 때부터 당대 최고의 밴드이던 라스트찬스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으며 데뷔한 경우였으니 말 다했다. 베이스 김창식과 드럼 한춘근 모두 유현상과는 미 8군 무대에서 익히 함께 무대에 서며 얼굴을 익혀온 사이였다. 김도균 역시 이 가운데 가장 젊었지만 역시 당대 음악의 메카이던 이태원에서 당당히 미군들을 상대로 기타를 연주하던 프로연주자였다.


사운드의 완성도부터가 달랐다. 아직은 어딘가 어설펐던 부활과 시나위에 비해 그들은 헤비메탈의 본고장에서 듣는 듯한 단단하게 여문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당연했다. 당시 미 8군 무대의 연주자들에게 있어 경쟁상다는 물건너 본고장의 음악인들이었으니까. 얼마나 본고장의 음악인들과 비슷하게 치는가? 얼마나 본고장의 음악인들이 들려주는 연주를 똑같이 연주해 들려주는가? 그래서 오히려 본고장보다 낫다 하면 특A로 대우해주었다. 유현상이 데뷔했던 라스트찬스가 그런 밴드였다. 유현상 자신도 기타리스트로서 특A로 대우받고 있었다. 그런 만큼 오히려 한참 젊은 부활과 시나위에 비해서도 보다 헤비메탈이라고 하는 본질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부활과 시나위와는 한 차원 다른, 마치 학생과 어른과 같은 차이마저 느껴지는 그런 밴드였다. 


짧았던 헤비메탈의 전성기가 지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팀은 흩어졌다. 김도균은 영국으로, 유현상은 일본으로, 김도균은 다시 임재범과 아시아나를 결성하고, 유현상은 이지연을 발굴하고 이내 트로트가수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유현상 없는 나머지 멤버들에 의한 백두산 3집이 서태지와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기도 했었다. 그로부터도 20년이 훌쩍 지난 2008년 그들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2012년 간간이 예능으로 얼굴을 비추던 그들이 공중파 무대에서, 그것도 황금시간대에 무대에 섰다. 여전히 묵직한 빈틈없는 사운드를 선보이며.


소리로 무대를 채운다고 하는 의미를 깨닥게 한다. 단 네 명이지만 소리는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 관객과 시청자를 휩쓸고 있었다. 종교의 주문과도 같았다. 흥겨우면서도 흡입력있는 리프와 불길한 무게를 담은 쇳소리의 보컬이 심연의 어딘가를 건드리고 만다. 백두산의 <나는 가수다2> 도전에 대해 같은 밴드임에도 이전의 YB나 자우림에 비해 우려의 마음을 갖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백두산의 음악은 무겁다. 신나게 달리는 메탈이지만 박찬의 드럼만큼이나 묵직하게 가라앉는 힘이 있다. 선동하는데도 대중에 다가가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다만 미 8군무대에서 본고장의 음악을 카피하며 음악을 시작했던 그들의 내공에 대해서는 걱정을 않는다.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음악을 소화하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꽉찬 연주가 갖는 무게를 대중이 과연 견뎌주느냐 하는 것이다.


그저 반갑다. 백두산을 공중파에서 다시 보다니. 그것도 일요일저녁 황금시간대다. 하기는 박미경이나 이수영 모두 최근 방송출연이 거의 없었다. 무대가 거의 없었다. 박완규도 한때 가수로서 거의 개점휴업상태였다. 박상민 역시 방송에 나와 노래를 부른지가 오래되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가수다2>가 갖는 의미라고나 할까? <불후의 명곡2>가 아직 채 꽃피지 않은 가능성을 발견해 대중 앞에 선보인다면, <나는 가수다2>는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잊고 있던 검증된 이름을 다시 프로그램을 통해 되살린다. 이런 가수도 있었다. 그나마 정인이 가장 젊다. 정엽은 현역이다. 김건모의 말처럼 45살이 되어서도 불러주는 무대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일 것이다.


박미경이 이은미더러 가시나라 부른다. 이은미는 박미경더러 '야'라 부른다. 누가 있어 이은미더러 가시나라 할 수 있을까? 김건모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선배가수도 이제 얼마 없다. 선배라는 말조차 정겹다. 누군가는 필자처럼 백두산의 팬이었을 것이다. 그 또래 가운데 백두산의 무대에 열광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박미경의 노래는 <나는 가수다>에서도 가장 많이 불려진 노래였다. 김건모 역시 선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는 하나다. 그들은 가수로서 무대에 서고 서로 경쟁한다. 가수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검승부를 펼친다.


새로 바뀐 경연방식이 필자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작년 처음 <나는 가수다>가 시작되었을 때 탈락자를 내놓는 기존의 방식에 대한 우려에서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바 있었다. <불후의 명곡2>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변형했다. 승자진출의 토너먼트와 패자 가운데 탈락자를 가르는 서든데스가 엄정한 룰 위에 펼쳐진다. 승자는 비록 방송출연의 기회는 잃게 되겠지만 연말 최고를 가리는 자리에 참가할 자격과 더불어 명예를 얻는다. 몇 회 더 방송출연하고 말겠는가? 명예를 얻겠는가? 물론 탈락자도 있다. 그러나 탈락자보다는 승자에게 관심은 쏠릴 것이다. 누가 최고인가?


아무튼 오랜만에 보는 이수영은 전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그동안의 공백으로 목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은 가운데 그러나 세월이 준 깊이가 노래의 맛을 더하고 있었다. 박완규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 치기가 아닌 완숙한 슬픔과 절망이 상처투성이의 묵직한 목소리에 묻어난다. 전성기보다 더 처절하고 더 아프다. 가수와 함께 노래도 나이를 먹었다. 박미경과 박상민의 노래에도 전성기의 날카로움은 없지만 삶에 패인 깊은 감성을 담아낸다.


김건모는 반면 그들 또래인데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 능숙함과 연륜 모두가 완벽하다. 그가 무대 위에서 가벼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읊조리듯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연주한다. 하필 정인이 그 앞무대에 오르며 이야기하듯 부른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절정에서 터져나온다. 김연우와 JK김동욱은 굳이 말을 더할 필요도 없다. 정엽은 시즌1에서도 가장 아까웠던 탈락자였다. 이영현과 이은미에 대한 판단은 평가단의 투표결과가 모두 말해준다. 노래란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야말로 <나는 가수다>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원숙한 기량의 베테랑들이 들려주는 완성도 있는 무대란 감히 보물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경연이 싫다. 순위를 나누는 것이 싫다. 가수들을 일렬로 세워 평가하고 판단하려는 의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무대는 좋다. 단지 그 무대를 보려 한다. 그 무대를 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것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 가운데 하나다.


백두산을 주목한다. 순위는 상관없다.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어디서도 듣기 힘든 헤비메탈 본연의 사운드가 공중파를 통해 여러 대중들에게 들려지는 그 자체가 기쁘다. 어느새 어깨를 흔든다.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목으로는 샤우팅을 한다. 기타치는 흉내도 내본다. 드럼도 쳐본다. 열광한다. 김도균은 단연 대한민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다. 유현상을 누가 우습게만 볼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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