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한바탕의 축제와 같았을 것이다. 겨울을 자축하며 <불후의 명곡2> 출연가수들이 초대한 지인과 더불어 관객 앞에서 한바탕 놀이판을 벌였다. 항상 그렇듯 점수는 단지 따라올 뿐. 그 또한 <불후의 명곡2>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사실 B1A4와 아역스타 김유정이 함께 한 '유정과 아이들'에서 김유정의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노래도 잘 들리지 않았다. 옥타브까지 낮춘데다 성량도 작아서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상큼한 아이돌과 그보다 더 귀엽고 발랄한 아역스타의 무대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다. 굳이 노래를 잘하지 않더라도 단지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이 그렇다.
박현빈 또한 허경환과 더불어 흥겨운 잔치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실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노래 자체가 그때나 지금이나 고음이 조금 된다 하면 솜씨자랑하느라 선곡하고는 하는 레파토리 가운데 하나였다. 쉬운 노래가 아니다. 노래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허경환으로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굳이 박현빈이 허경환을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 놀자는 것이다. 때로 입만 뻥긋거리며 노래라고는 전혀 부르지 않아도 허경환과 함께 만드는 유쾌한 무대를 함께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노래에 더 욕심을 부리고, 점수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런 선택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즐겁고 관객이 즐겁고 시청자가 즐겁다.
그런 점에서 스윗소로우의 꼬드김에 넘어간 정재형 또한 서슴없이 무대위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음악의 요정이라더니 커다란 천사날개를 붙이고 나온다. 무대에서 무용수들이 캉캉춤을 출 때는 스윗소로우와 함께 치마를 입고는 다리를 들어올리며 춤을 춘다. 스윗소로우와 정재형의 음악인으로서의 역량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결코 지루하지 않은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산만할 정도로 흥겹지만 결코 유치하지는 않다. 다만 정재형의 천사날개만 조금 작았더라면. 조금 욕심이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손호영과 김태우의 호흡은 그들이 과거 같은 그룹에 몸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지금도 마치 한 팀처럼 그들의 호흡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겨울이야기'란 분명 DJ DOC의 노래였을 테지만 그러나 무대 위에서 그것은 손호영과 김태우의 GO의 노래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노래의 가사 만큼이나 음울한 김태우와 손호영의 보컬, 그러나 그것을 반전시키는 무대구성과 연출이 신명이 무엇인가를 그래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귀기울이게 했고 함께 뛰어놀도록 만들었다. 무대가 무엇인지 안다. 베테랑이란 이런 것이다.
조관우의 '겨울이야기'를 조관우에 함께 제아가 부른다. 조관우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파워풀한 제아의 보컬이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원곡자이지만 지금 무대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알기에 조관우는 한 발 물러선다. 제아는 조관우가 아닌 자신의 '겨울이야기'를 부르고 조관우는 그것을 뒤에서 받쳐준다. 조관우가 무대에 오른 것 만으로도 사기라 할 수 있는데 부러울 정도의 호사였을 것이다. 귀가 즐거웠다. 조관우의 목상태가 썩 좋지는 않은 것인지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어쩌면 조관우 자신의 말처럼 쉽지 않은 노래였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조관우의 가성은 지금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 유일의 극품이라 할 것이다.
정동하와 알리의 만남은 흥미로웠다.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두 사람은 함께 무대에 서게 된 것일까? <불후의 명곡2> 최다우승과 최고점자의 만남. 그 이전에 노래 잘하는 두 가수가 만나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편곡은 아쉬웠다. '광화문 연가'의 원곡이 갖는 스산한 우울함이 아예 처절한 통곡으로 바뀌는 듯했다. 겨울에 어울리는 시린 외로움이 겨울마저 잊은 아픈 슬픔으로 바뀌어 있었다. 더구나 노래까지 잘하는 두 사람이다. 하필 노래가 시작되기 전 원곡자인 이문세가 같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정동하라면 조금 더 절제하며 부를 수 있었을 텐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설득되고 마는 것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힘일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노래 잘하는 놈이 이긴다. 그것은 진리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이기고 지고도 사실 그리 크게 의미는 없다. 김유정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어도, 허경환이 무대에서 입만 벙긋거렸어도, 정재형의 천사날개가 너무 커서 우스꽝스러웠어도, 하지만 그들이 있어 무대가 즐겁다. 흔히 볼 수 없는 무대다. <불후의 명곡2>가 아니면 보기가 쉽지 않은 무대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추워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겨울 TV앞의 좁은 공간을 흥겨운 축제의 마당으로 바꾼다.
주제가 좋았다. 겨울특집 우리들의 겨울이야기. 한 해가 벌써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겨울을 즐기기 시작할 때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겨울의 쓸쓸함이란 그같은 분주함 속에 어느새 잊혀지는 법이다. 즐거운 무대였다.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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