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직장의 신 - 고정도 왕자 구하기, 착한 남자 무저한...

까칠부 2013. 4. 30. 08:59

필자의 경우 처음부터 팀장 무정한(이희준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때문이었다. 착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자기만 착하면 좋을 것을 남까지 착하기를 바란다. 모두가 착했으면 바란다. 합리의 반댓말은 원래 정리다. 이치보다는 인정을 따르고,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감정에 이끌린다. 좋은 게 결국 좋은 것이다.

 

아무리 계약직이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였을 것이다. 그 동료가 복장까지 갖추고 청소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태연히 코털을 뽑아 바닥에 버리려 하고 있었다. 동료는 열심히 맡은 일을 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잡담이나 하면서 한창 청소중인 바닥에 쓰레기를 더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지 직급이 높고 연차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더구나 계약직이기에 그같은 모습을 참고 보아넘겨야 하는 것이었을까? 말했듯 그렇게 바닥에 버려진 코털을 치우는 것은 미스김(김혜수 분) 자신의 업무다.

 

일을 하면서 조는 것은 좋다. 주어진 일이 없다면 잠시 숨을 돌리고 여유를 가지는 것은 업무효율을 향상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코는 골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다른 일하는 중인 동료들을 위해서도 졸거나 자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속편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코까지 골아가며 잠들어 있는 상사를 보는 다른 직원들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누구는 혹시라도 계약연장에 실패할까 피를 말려가며 일을 하는데 누구는 단지 과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고 아무 걱정없이 숙면을 취하고 있다. 더구나 그 코고는 소리로 인해 일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어찌해야 할까?

 

영어학원에서 내줬다는 숙제를 대신해달라는 부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업무시간중이다. 업무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회사의 동료로써, 더구나 상급자인 과장으로서 하는 부탁이 되어 버린다. 업무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업무시간외에도 업무외적인 부탁을 상사로부터 강요받아야 한다. 그나마 장규직(오지호 분)은 어찌되었거나 스스로 회사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위해 휴일임에도 부장인 황갑득(김응수 분)의 이사를 돕겠다 나섰던 것이었다. 미스김은 분명히 그같은 부탁에 대해 들어줄 수 없다 거절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과장인데 체면을 살려주라 말한다. 과장이기 때문에 체면을 살려주려 업무시간에 업무외적인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하는 일도 없이, 그렇다고 이렇다 할 실적이나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고정도(김기천 분) 과장을 단지 회사에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로부터 구하고자 나서는 무정한과 장규직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회사가 오랫동안 실적이 좋지 않아 인력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한다. 회사에 불필요한 인력을 내보냄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과 능률을 향상시킨다. 그냥 구조조정한다고 아무렇게나 사람을 잘라내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협의를 가쳐 얼마만한 규모를 어떤 방식으로 줄여나갈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미 구조조정의 대상자가 정해져 있다면 다시 말해 고정도 과장이 그 대상에서 배제되었을 때 다른 누군가 - 어쩌면 고정도 과장보다 더 실력있고 더 의욕을 가지고 일하는 다른 부서의 직원이 그 대상에 포함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을 회사에서 내쫓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과연 장규직이나 무정한이 회사의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가? 어떤 경우에든 구조조정은 안된다. 설사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회사의 입장에 반대하여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다른 직원들의 권리를 지킨다. 그렇다기에는 무정한 자신조차 그런 회사의 방침에 매우 순종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반발도 저항도 없이 단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있는 고정도를 동정할 뿐이다. 구조조정은 해야 하는데, 그 규모나 방향 역시 틀리지 않았는데, 다만 단지 그 대상이 같은 사무실의 고정도여서는 안딘다. 그렇다면 회사 전체로 봤을 때 고정도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직원인가?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 회사에 남겨놓고 업무를 맡겨도 좋은 그런 사원인가 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다. 업무시간에 코털을 뽑고 편안하게 의자에 기대 잠든 모습을 통해서.

 

회사의 입장에서 일을 못하거나 안하려는 사람은 잘라내야 한다. 회사가 땅파서 직원들에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익을 내야 그 이익 가운데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다. 그 이익은 결국 직원들이 하는 일에서 창출된다. 직원들 자신이 일을 통해 회사로부터 받는 자신의 월급을 벌고 있는 셈이다.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 당연히 직원들 자신도 월급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데 회사에 불필요한 인원이 몇 명 있다. 그들도 월급을 받는다.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 몇 사람을 위한 임금을 결국 나머지 직원들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 된다. 전혀 도움도 되지 않고 일도 않는 몇몇 사람을 살리고자 나머지가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려면 그를 위한 논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없다. 동료다. 선배다. 상사다. 같은 사무실에 있다. 그를 위해 사무실의 직원들이 불필요한 노력에 동원되고는 한다. 그렇게 살아남는다고 해서 고정도 과장이 회사를 위해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리라는 기대는 없다. 인정에 이끌려서. 회사와 다른 동료직원들에게 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구조조정에 반대하니 월급을 깎아서라도 모두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은 자기만족이다. 무정한이나 장규직이나. 특히 무정한의 선함은 타인의 선함을 - 그들의 양보와 희생을 전제하여 이루어진다. 어째서 사무실의 모두가 고정도를 위해 나서야만 하는 것일까?

 

잘못된 부탁이었다. 들어주어서는 안되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체면을 세워주라 말한다. 정주리(정유미 분)가 미스김을 대신해 고정도의 숙제를 해주겠다 나서고 있었다. 그것은 또한 고정도 자신에게는 도움이 되겠는가? 영어를 배우라 회사가 강요하는 것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영어를 배워놓는다면 고정도 자신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그저 인정에 호소하여. 착한 사람이 되라. 양보하고 희생하라. 자신은 그럴 수 있겠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다.

 

어느 정도여야 이해도 한다. 근무시간에 잡이나 잔다. 코까지 곤다. 같은 동료인 직원의 이름까지 제멋대로 바꿔 부른다. 몇 번을 지적해도 변호가 없다.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다. 능력도 없고, 의욕도 없고, 그렇다고 실적도 없고, 그런 식으로 주위에서 실적을 만든다고 몇 년이나 갈까? 그런 고정도를 살리려 한다. 어째서? 왜? 죄의식마저 가지게 만든다. 그것이 옳다. 누가 그것이 옳다고 정의하고 있었는가?

 

그렇다고 과연 미스김의 태도는 정리로부터 벗어난 합리를 보여주는가? 만일 미스김이 진정 합리를 추구했다면 섬에서 마지막 배가 끊겼을 때 쿨하게 하룻밤 섬에서 자고 갈 생각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불가항력이라는 것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망가진 고무보트를 타고 섬에서 나갈 생각을 할 정도로 그녀는 정신이 없다. 강박이다. 업무시간 이외에는 일을 할 수 없다. 회사원들과도 날 수 없다. 상처가 깊다. 그 상처를 자극한다.

 

슬픈 일일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가 회사를 떠나게 된다는 것은. 아픈 경험일 것이다. 더 이상 자기가 필요없다 회사로부터 내쳐지고 마는 기억이라는 것은. 그러나 그 이전에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회사원이란 그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회사원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바로 그 이익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회사에게도 회사의 입장이 있고, 동료직원에게도 동료직원의 입장이 있다. 그런데 마냥 고정도만을 살리려는가? 지금에 고정도만을 살리려는 의도가 갖는 의미라는 것은 무엇인가? 의리가 결국 고정도를 살리고 만다.

 

감상에 빠진다.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실적이 떨어졌다. 그로 인해 이익도 줄어들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만은 안된다. 그렇다고 달리 누구를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대안도 없고 고민도 없다. 착한 사람의 착한 완결된 세상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착하다. 그렇게 그 한 사람은 살아남는다. 나머지는 알 바 없다. 포편적이지 못하고 한정적이고 특정한 것 그것이 인정이다.

 

결국 어느새 아이까지 받고 있. 자염은 여러해전 크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산모로부터 아이를 받아 가문의 대를 잇고 크게 은혜를 입힌다. 미스김의 원맨쇼는 아무래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일 터다. 자염은 성공할 것인가? 고정도는 남을 것인가?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영어숙제는 과장이라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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