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절묘하게 두 사람은 엇갈린다. 어느새 세상의 주변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최고의 스타에서 당장 방세 낼 돈이 없어 애장품을 중고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나락으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편에서 누군가는 세상의 바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상은 그녀가 머물러야 하는 곳이었다. 인간의 세상이야 말로 그녀가 가장 그녀다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밀려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갈 기약조차 없다. 하루하루 약해진다. 마치 먼 지구에 홀로 떨어진 어느 외계인처럼. 자신을 죽이고 세상과 단절한 채 400년을 버텨왔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말은 어쩌면 도민준(김수현 분)이 자신에게 하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자신 역시 누군가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그러나 돌아가야 한다. 그녀가 다시 돌아가야 하듯.
모두로부터 거절당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자신의 처지를 확인한다. 필사적으로 버텨 보지만 그것이 사람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기대게 된다.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다. 처음 그것은 이휘경(박해진 분)이 될 뻔했었다. 아무라도 좋았다. 그래도 이휘경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우연처럼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사람이 있었다. 가장 곤란할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스타 천송이가 아닌 인간 천송이를 그대로 보아준 사람이기도 했다. 어떤 순간에도 그는 한결같았다. 어쩌면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그는 한결같을지 모른다. 도민준이 강의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환상이다. 아주 달콤하고 지독한 환상.
외롭지 않다. 도민준과 함께라면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자신을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어머니 양미연(나영희 분)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에 반감을 내보이는 동생 천윤재(양재현 분)도 아니다. 친구라 믿었던 유세미(유인나 분)로부터도 배반당했다. 그토록 자신을 떠받들던 모두가 그녀를 외면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첫만남은 영 아니었지만 어느새 도민준은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가장 힘들 때, 가장 외로울 때, 자신을 사랑한다던 이휘경마저 자신의 감정만 앞세우는 그 순간에 그는 천송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녀의 가장 약한 모습을 그는 적나라하게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그로부터도 거절당한다.
의도하지 않은 밀당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도민준이 먼저 다가갔다면 천송이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짐짓 튕기며 자신의 자존심부터 챙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민준이 먼저 물러났다. 도민준이 물러난 빈자리를 먼저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도민준이 그랬던 것처럼 천송이도 도민준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면 단지 환상에 불과하든. 이미 시간의 끝을 알고 있는 도민준과 그것을 알지 못하는 천송이 사이에 새로운 긴장이 생겨난다. 도민준은 멀어지려 하고 천송이는 거꾸로 다가가려 한다. 도민준은 결코 천송이를 외면할 수 없다. 이재경(신성록 분)의 위협은 도민준으로 하여금 천송이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재경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세미의 오빠 유석(오상진 분)이 죽은 한유라의 남자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휘경은 천송이에게 집착하는 이재경에게서 이상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도민준이 직접 이재경과 맞서려 한다. 유석이 이재경이 보낸 하수인에 의해 공격당하고 그 자리에는 도민준의 자리에서 훔쳐낸 볼펜이 떨어진다. 이재경의 음모가 도민준을 위기로 내몰려는 듯하다. 천송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민준 역시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달달한 사랑이야기 뒤로 갑갑한 긴장이 흐른다. 천송이를 지키려는 이휘경과 이휘경을 차지하고 싶은 유세미의 선택이 기다린다. 유세미의 오해가 상황을 더욱 꼬아놓을 수 있다.
언젠가 떠나야 한다. 아니 이제 얼마 안있으면 그는 지구에 없다. 천송이는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한다. 함께 할 수 없다면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모른다. 새삼 그에게 다가가려는 자신의 진심을 깨닫는다. 항상 그렇게 그들은 엇갈린다. 400년이라는 시간 만큼이나 먼 공간의 거리가 그들을 갈라놓으려 한다. 예정된 운명처럼. 차라리 체념한다. 끝이 정해진 이야기처럼 사람을 안달하게 하는 것은 없다. 그들을 노리는 악의가 준비되어 있다.
외계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니 외계인이라도 좋다. 누구나 지구에 산다. 때로 누군가는 지구가 아닌 곳에 산다. 실체없는 대상에 대한 악의가 점차 구체화된다. 없던 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일들도 왜곡되어진다. 누구도 진실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선의가 악의가 되고, 진심은 오해받는다. 맞잡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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