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나쁜 녀석들'이란 제목에 어울리는 활약이란 처음의 세 개가 전부였다. 연쇄살인범을 잡고, 장기밀매범들을 추적해서 일망타진하고, 묻지마 살인범을 뒤쫓고, 그리고는 바로 '미친 개들' 자신들의 이야기로 들어가 버린다. 박웅철(마동석 분)의 형님 이두광을 구하고, 정태수(조동혁 분)의 옛동료들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 죽이고, 그리고 다시 이정문(박해진 분)을 거쳐 '미친 개들'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단지 복수였다.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연쇄살인범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가 복수를 위해 2년 뒤 연쇄살인범과 그를 죽여줄 두 사람의 죄수를 끌어들여 특별팀을 만든다. 경찰청장 남구현(강신일 분)이 연쇄살인범에게 연쇄살인범에게 자식을 잃는 같은 아픔을 겪게 된 것은 어쩌면 기회였을 것이다. 어떤 거래가 오갔을 수도 있다. 하필 남구현이 추진하여 만든 팀에 오구탁(김상중 분)이 원하는 이정문, 정태수, 박웅철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죽여야 할 연쇄살인범과 그를 죽여줄 살인의 전문가들이. 이후 남구현의 명령에 의해 경찰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건들을 도맡아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구탁은 은밀히 이정문을 죽이려 계획을 세운다. 물론 아직 이정문이 죽기 전 어느 시점에서 이 모든 사실은 밝혀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지만 않았다면. 이래서야 '경찰청 특수범죄수사과'라는 이름이 서글퍼진다.
조금 더 다양한 사건들을 만났으면 했다. 박웅철, 정태수, 이정문, 이 세 사람의 서로 다른 개성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았으면 했다. 하기는 무리였다. 구색이나 갖추려는 노력조차 이미 첫사건부터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특히 이정문은 거의 하는 일 없이 나중에는 봉을 들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난투극이나 벌이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머리도 좋은데 싸움도 잘한다. 그런데 정태수 역시 머리도 좋으면서 싸움은 더 잘한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밤거리의 건달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려던 박웅철의 시도는 이정문을 쫓던 첫사건 이후 동네 건달 하나를 제압해서 써먹다가 그마저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오구탁이 앞장서고 나머지 멤버들은 흔한 드라마의 강력반 형사들처럼 각자 수사하고 하나로 뭉쳐 범죄자들을 덮친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 벌써부터 '미친개들'의 결성과 관련한 오구탁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었을 것이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면 드라마는 이대로 끝이다.
비밀스런 의도를 가지고 '미친개들'에 접근한 검사 오재원(김태훈 분) 역시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더구나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그것들을 드러내고 만다. 이제는 아예 '미친 개들'을 동원해 범죄자를 쫓는다는 드라마의 원래 의도마저 과감하게 생략해 버린다. 오재원의 계획과 유미영(강예원 분)을 통한 정치, 그리고 오구탁의 숨겨진 의도가 드라마의 전면을 채운다. 이정문과 관련한 의혹마저 그에 가려져 버린다. 이정문은 실제 연쇄살인을 저질렀고 사이코패스가 맞는가. 이정문을 살인현장까지 태워준 자가용택시업자와 이정문을 진료하며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준 정신과의사가 있었다. 아마 원래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씩 퍼즐조각을 맞추듯 나와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급히 한꺼번에 처리하려 한다. 그나마 유미영이 오구탁의 의도를 알아채기까지의 과정들이 속도조절을 해주고 있을까. 그러나 그 결과 오구탁의 원래 의도마저 모두 드러나 버리고 만다. '미친 개들'은 단지 오구탁 개인의 복수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불과 8회만에. '미친개들'에 대한 어떤 감정도 생기기 전에.
하기는 처음부터 11회 분량으로 기획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제라는 다른 선택도 있었다. 굳이 급하게 밑천을 드러내지 않고서도 적절히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만 단서를 던져주며 보다 멀리 길게 보고 만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첫사건부터 복선을 깔고서 보다 촘촘이 치밀하게 내용을 채워가는 것도 의미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오구탁의 의도와 '미친 개들'의 구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도록 시청자들을 유도한다. '미친 개들'이 보여주는 활약과 액션을 기대하던 시청자에게는 힘이 빠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는 아예 '미친개들' 없이 주변만으로 드라마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때라도 드라마의 중심은 다름아닌 '미친개들'이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이 중심이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다. 김상중의 연기력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두 말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자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다. 다만 지친다. 너무 쉽게 드러난다. 8회가 시작하고 채 절반도 지나기 전에 오구탁의 존재가 드러나 버린다. 유미영은 놀라는데 시청자는 그저 당연하기만 할 뿐이다. 유미영의 배신감과는 달리 지겹고 지루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다. 비밀이 없다. 아마 이렇듯 서둘러 밑천을 드러내고 마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회가 거듭할수록 캐릭터의 새로운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나머지 그런 여지를 처음부터 없애 버렸다. 드러내놓고 긴장해라를 60분 내내 외치는데 지쳐버리고 만다. 지치면 지겨워진다.
나름대로 공들여 구상하고 구상한 내용들일 테지만 방법이 썩 영리하다 보기 어렵다. 맥을 끊는다. 그나마 이정문의 비밀을 쫓는데 다른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동안 여러 이야기에서 정치가 너무 흔하게 등장했다. 배후에 누가 있다. 보이지 않는 저 높은 곳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선택을 강요당하고 선택으로 인해 기존의 관계가 흔들린다. 반전은 있다. 사실 너무 잘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의외란 없다. 무거운 것이 답답한 것으로 바뀐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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