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하나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의'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준이며, 범해서는 안되는 금기다. 사법부는 바로 그 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곳으로, 그 사회의 양심과 정의가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일 터다. 막연한 기대다. 법은 옳으며, 그 법을 지키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것을 판단하는 사법부는 항상 정의롭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가?
주제는 참으로 단순하고 명확할 것이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바로 그 법에 의해 재판받고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그 규준이 되어야 할 법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아니 법은 문제없는데 그 법을 집행하는 자신들이 법을 어기고 죄를 지은 당사자들이다. 사법부에 문제가 있다면 과연 사회의 정의는 어떻게 세워야만 하는가? 오로지 검찰만이 범죄자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으며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대해서만 판결할 수 있다. 먼저 검찰이 판단을 하고 그 다음에 재판을 할 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그 검찰이 부패하여 법을 사익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
검찰만이 아니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지만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그 용퇴가 결정된다. 전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 역시 검찰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를 바라며 이태준(조재현 분)과 손을 잡고 있었다. 전직 국무총리이고, 대법원장이고, 대법관이지만, 그러나 법조계 명문의 자손인 윤지숙과의 인연에 이끌려 심지어 현직 검찰총장을 압박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법은 정의로울지 모르지만 정작 그 법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정의롭지 못하다. 박정환(김래원 분)의 마지막 싸움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법에 호소하면 되는 일인데 정작 그 반대편에서 법을 쥐고 마음대로 흔들어대고 있다. 그런 때 무엇으로 저들과 싸울 수 있을 것인가?
다름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참혹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부정과 비리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커녕 검찰의 수사만 보고도 기함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다못해 남의 돈 몇 만 원 훔친 것 가지고도 실형을 살리면서 그 몇 백, 몇 천 배의 돈을 횡령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이다. 때때로 권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마저 있다.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지켜야 할 정의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이용하기 좋은 수단에 불과하다. 언론은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보다 사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받아쓰기에 급급하고, 대중은 아무런 비판없이 그들의 의도대로 애꿎은 박정환의 딸 나래의 신상털기에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맞다. 그래서 출구가 없다. 애초부터 출세를 위해 법을 배운 이들이었을 것이다. 신분상승을 바라고 법을 배웠고, 자신은 아니더라도 주위의 기대를 완전히 무시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대세를 쫓아 자신의 양심마저 그에 맞추려 한다. 이태준의 일방적인 지시에 과연 검찰 내부에서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런 검찰을 길러낸 것이 개인적인 인연을 위해 명백한 범죄를 가리려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자리에 나선 이른바 원로들일 것이다. 염치가 사라졌다. 그것을 윤지숙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지금와서 이태준을 몰아내고 검찰을 개혁한다는 것이 어떤 대단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더 궁금하다. 박정환에게 앞으로 어떤 수단이 더 남아있을 것인지. 법도, 정부도, 언론도, 대중도 믿을 수 없다. 그나마 남은 흔치 않은 양심들조차 저들이 움켜쥔 법에 의해 억울한 죄인이 되어 체포되고 조사받는다. 만일 방법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 사회의 마지막 희망일 것이다. 그래도 특검팀에 합류하는 인사들 가운데는 윤지숙과는 다른 이들도 있지 않겠느냐는 박정환의 마지막 위로가 그래서 아프게 들려온다. 과연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을까?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지키고, 잘못과 죄를 바로잡고 심판하라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이용해 오히려 죄를 가리고 덮는 기술로서 사용한다. 차라리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서 사회에 해가 되는 경우일 것이다. 절대 썩어서는 안되는 부분이 썩어 버렸다. 판타지도 아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사법부도 썩어 있다. 무엇을 빋어야 하는가. 끝까지 지켜봐야만 하는 이유다. 박정환이 찾는 답이 자신이 기대야 할 마지막 희망일 것이므로. 쉽지는 않다. 차라리 이호성(온주완 분)이 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얼마전까지 그는 법과 정의를 말하고 있었다.
잦은 반전이 이제는 조금 식상하기까지 하다. 또다시 윤지숙인가. 설마 윤지숙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결국 하나의 구조였다. 검찰총장 이태준과 법조계 명문가 출신으로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한 윤지숙, 그리고 그녀와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그녀를 돕기 위해 동원된 법조계의 원로들. 윤지숙과 그녀의 아들을 위해 어느 성실한 자동차 정비공이 무고하게 죄를 쓰고 검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다. 법이 더 이상 정의롭지 않은 참혹한 현실일 것이다. 박정환이 싸워야 할 상대이며, 시청자 자신이 살아가야 할 현실이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새로운 물이 쏟아진다고 반전이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수렁이다. 그냥 원래 그런 구조인 것이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 어디서도 답은 보이지 않는다. 믿어왔던 상식이 있다. 진실과 정의가 있다. 하지만 통용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전혀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설마 검찰이 그렇겠는가는 의문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통쾌하지도 않다. 너무 큰 적이다. 적이라기보다는 늪이다. 갈수록 깊이 빠져들어갈 분이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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