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1997년의 대선을 국개론의 가장 확실한 증거처럼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IMF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여전히 여당의 대통령후보이던 이회창은 유력한 대통령후보였다. 김종필과 연대하고 이인제가 여당표를 분산한 상태에서도 그 표차이는 아주 적었었다. 그러나 그럴까?
달리 생각해보자. IMF라고 하는 최악의 경제위기에서도 국민들은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맞아들이는 것을 매우 망설이고 있었다. 김대중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의외로 김대중을 빨갱이라 몰아세우는 여당지지자 가운데서도 김대중의 업적이나 능력 같은 것은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안된다. 심지어 지금은 야권이라 불리우는 민주화진영에서도 김대중에 대한 비토는 작지지 않아싿. 왜? 원죄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의 욕심과 고집으로 인해 민주화진영의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1996년에는 이미 한 차례 정계에서 은퇴했다가 돌아와서는 자신이 대통령후보로까지 선출되었던 제 1야당을 임의로 분열시키고 고사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자기가 다시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서. 1996년의 총선은 덕분예 여당의 유례없는 압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호남에 대한 차별의식은 거의 전국적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시작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그것은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호남이라서 싫다. 호남당이라서 싫다. 작년안게 이윤석도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제 1야당은 친노당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꺼려진다. 그래서 김대중으도 그토록 필사적으로 호남을 벗어나기 위해 애썼던 것이었다. 허화평 같은 인간을 영입하고, 김종인따위를 비례에 앉히고, 충청권의 김종필과 손잡고.
IMF극복이 아닌 3김의 청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이상 3김식의 낡은 정치로는 안된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은 정치개혁을 중요한 공약으로 앞세워 당선되고 있었다. 천신정으로 대표되던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소장파들도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당시 여당의 주류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민주화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의 주인공으로서 김대중은 이미 너무 낡았다. 구시대의 정치를 하고 있다. 차라리 대쪽판사의 이미지를 가진 이회창이 김대중보다 더 참신해 보일 수 있었다.
역시 작년 분열사태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나는 이번에 추가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새정치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호남의 지역주의를 직접 자극해서 이용할 줄은 몰랐다. 김대중은 오히려 압박받는 상황에서도 호남을 벗어나려 애썼는데 안철수는 호남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포기한 채 호남에만 올인하는 중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수십년 노력을 하루아침에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호남당으로. 지역정당으로. 지역주의로. 여기에 더해 아직 남아 있는 호남에 대한 차별로써. 정당문화도 아예 복고다. 제왕적 총재가 당헌과 당규마저 마음대로 만들고 새로 고친다. 야당을 망하게 하고 자기가 제 1야당이 된다. 김대중이기에 참았지만 과연 김대중도 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대중들은 참아줄까.
국민이 개새끼라서가 아니었다. 그만큼 당시 김대중에 대한 대중의 비토는 무척 컸었다. 김대중의 한계였었다. 김대중 자신의 원죄가 자신의 발을 옭아맨 것이었다. 이제 같은 길을 걸으려는 사람을 본다. 몸담았던 당을 부수고 철저히 짓밟는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겠다.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웃는 이유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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