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 뱀파이어의 함정, 추리가 사라진 탐정드라마

까칠부 2016. 4. 25. 04:29

추리물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추리과정에서 관객을 소외시키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이 자기들끼리 모든 결론을 내놓고 관객에게 그저 전달만 한다. 그래서 이들이 범인이다. 이런 트릭이 숨어 있었다. 추리물에서 추리란 그 과정을 관객과 함께 쫓는 것을 말한다.


매니저가 범인이라면 시청자 역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그가 범인임을 알아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단서는 주었어야 했다. 범인을 알아내지 못했더라도 나중에라도 설명을 듣고 그래서 그랬구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끔 단서들을 배치했어야 했다. 같은 소속사 여배우가 세트장에서의 사고와 죽은 새를 배달한 일에 관계되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떤 과정과 단서들을 통해 최소한 눈치라도 챌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물론 눈치는 챘었다. 추리물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패턴은 의외로 매우 단순하다. 일종의 클리셰다. 언니가 아니라면 범인은 둘 중 하나다. 둘 모두였다는 것은 반전이라기보다는 무성의다.


하기는 윤산(이준 분) 일행이 받은 의뢰는 배우 윤설아(구재이 분)에게 죽은 새를 보내 협박한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윤산의 말처럼 그것은 경찰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었다. 윤산과 용구형(오정세 분), 한겨울(이세영 분)들이 맡은 임무는 배우 윤설아의 경호였다. 그녀의 곁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의뢰받은 그대로 철저히 범인을 쫓는 과정과 무관하게 주인공 윤산과 한겨울은 윤설아의 주변만을 맴돌며 윤설아와의 관계만들기에만 주력한다. 마지막에 진범이 밝혀졌을 때 오히려 무심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래서였다. 도대체 이제 와서 누가 그랬든 무슨 상관인가. 그래서 그런 것이 드라마와 무슨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가. 마치 드라마의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무료한 뉴스처럼 그렇게 스쳐지나고 만다.


뱀파이어가 문제다. 현장에 피만 한 방울 튀어 있으면 그를 통해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한 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 제한조차 없다. 굳이 추리라는 것이 필요가 없다. 어떤 일들이 그곳에서 일어났는가 일일이 쫓고 재구성할 필요도 없다. 허술해진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부분도 덩달아 허술해진다. 추리는 뱀파이어 능력에 맡기고 엉뚱한 것들만을 뒤쫓게 된다. 그나마 모두가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어둠속 '그녀'를 쫓는 과정이 아직까지는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과연 그 끝에서 윤산이 만나게 될 잔혹한 진실이란 무엇일까. 어떤 반전이 그곳에 숨어 있을까. 기대는 솔직히 그다지 없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말았다.


추리도 아니다. 스릴러도 아니다. 그렇다고 호러나 액션은 더더욱 아니다. 멜로와도 거리가 멀다. 그냥 배우가 나오니 드라마라는 느낌일까? 뱀파이어에 탐정이라는 소재까지 더해지니 뭔가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다. 윤산과 윤설아의 관계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 채 끝나고 만다. 그런 주제에 사건이 끝나고 괜히 있는 척 여운을 강요한다. 범인의 정체만큼이나 뜬금없는 감정의 과잉이다.


도무지 의도를 모르겠다. 윤산과 용구형, 한겨울, 이들 세 탐정이 하는 일도 모르겠다. 그나마 이번 사건에서 한겨울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저 의뢰인인 윤설아와 알맹이없이 투탁거릴 뿐이었다. 용구형은 결정적인 단서를 가진 주위와의 소통을 맡는 메신저다. 그나마 뱀파이어가 아니었다면 윤산은 아무것도 아니다. 보고 나면 허무해진다. 이것도 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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