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후궁견환전 최고의 장면과 에피소드...

까칠부 2016. 10. 13. 13:49

끝까지 정주행하고 나서도 다시 몇 번을 돌려보고 있다. 특히 계속 반복해서 보게 만드는 장면 하나와 에피소드 하나, 바로 그것 때문에 아직도 이 드라마를 놓지 못한다.


최고의 장면, 녕귀비가 독단을 먹이고 난 뒤 견환이 죽어가는 옹정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 특히 옹정제가 죽고 회한어린 표정으로 내뱉는 독백이 인상적이다. 사랑하기에 미워했고,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다. 오히려 과친왕을 죽인 것보다 자신으로 하여금 더욱 한때 사랑했던 자신의 남편을 이토록 미워하게 만든 것이 더 원망스러웠을지 모른다. 


차라리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 그저 수많은 후궁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잠시의 인연에 만족하며 일없이 늙어갔다면. 더 사랑하는 일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미워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랑으로 그리고 미움으로 괴로워하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기 앞일만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는 비빈들이 지금의 견환으로서는 더 부러울 수 있다.


아무튼 깨닫는 것은 옹정이야 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딱 그동안 자기가 한 일들 만큼 죽임을 당했다. 차라리 아예 다정하던가, 차라리 아예 무정하던가. 정을 뿌리는데 온전히 정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무정한데 괜히 사람들이 기대하게 만든다. 자기를 사랑한다. 자기만을 사랑한다. 그래서 군왕은 사랑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치졸하게 그래놓고는 도대체 몇 사람을 죽이는 것인지. 잘 죽었다. 아주 통쾌하다.


최고의 에피소드, 황후가 꾸미고 기귀인이 주연을 맡았던 견환의 친자감별사건. 사실 이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것은 거짓과 진실이 수도 없이 서로 얽혀 있어 시청자마저 판단하기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분명 견환이 다른 남자와 사통한 것은 맞다. 온실초가 견환과 사통한 것도 맞다. 견환의 아들 홍염이 옹정제의 친아들이 아닌 것도 맞다. 하지만 견환이 사통한 상대는 온실초가 아니었다. 온실초가 사통한 상대도 견환이 아니었다. 홍염도 온실초의 아들이 아니었다. 처음 자신의 사통을 기귀인이 고발했을 때 당황하던 견환의 표정이 그 상대를 온실초로 지목했을 때는 오히려 평온하게 풀려 있었다.


더구나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친자감별장면에서는 또하나 기믹을 통해 시청자를 혼란케 만들고 있었다. 이미 현대를 사는 시청자들은 안다. 친자라도 피가 안섞일 수 있고 친자가 아니라도 서로 섞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이 방법으로 친자감별하다가 억울한 사람 많이 만들기도 했었다. 혹시나 온실초의 혈액형이 과친왕과 같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매번 피를 섞고 그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뻔히 결과를 알면서도 시청자 자신마저 긴장하게 된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반전이 일어나게 된다면.


하지만 역시 이 에피소드를 가장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그 결과 결국 견환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냥 승리도 아니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준비한 회심의 일격을 바로 맞받아치며 황후는 궁지에 몰리고 견환은 마침내 황후가 가진 모든 권한까지 가지게 된다. 견환을 돕기 위해 나선 단비와 경비, 흔귀인의 존재가 황후에 맞선 연합군을 연상케 한다. 기귀인은 황후의 편에 섰지만 안릉용은 기귀인의 반대편에 섰다.


중국에서도 이만한 드라마는 드문 모양이다. '보보경심'은 후궁견환전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른 드라마들은 보보경심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한참을 더 반복해서 봐야 할 것 같다. 근래 최고의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