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 수술이 끝나고, 강동주와 젊은 의사들의 성장과 숙제

까칠부 2017. 1. 4. 04:15

결국 메인인 인공심장 교체수술 직전 갑작스럽게 응급수술을 해야 했던 것은 강동주(유연석 분)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던 듯하다. 물론 수술의 난이도가 전혀 다르니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사부(한석규 분)의 수술이 끝나기 전에 이쪽의 수술을 모두 마치고 기다리고 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두 수술을 같은 시간의 선상에 놓이게 만든다. 본원의 경험많은 흉부외과의들마저 놀라게 만드는 김사부의 속도를 어느 정도는 따라잡아야 김사부가 수술을 마치기 전에 수술실 앞에서 기다릴 수 있다.


김사부가 수술을 마치는 순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술실로 들어서는 강동주를 보면서 작은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야 했던 이유였다. 과연 빨랐다. 그리고 정확했다. 마치 김사부의 수술을 보는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는 전혀 달랐지만 교차하며 보여주는 사이 두 손놀림이 무척 닮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김사부의 수술이 끝나간다는 말에 급히 수술을 마무리하고 김사부의 수술실 앞에 서기까지 심장마저 무리하게 뛰고 있었다. 김사부가 없는 곳에서 그들은 스스로 판단했고 결정했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결정한 행동을 훌륭히 마무리하고 원래 주어졌던 임무로 돌아오고 있었다. 스스로 불가능하다 여겼던 수술마저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 고민하고 궁리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 이상으로 해낼 수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를 통해 보아왔던 그들의 고민과 갈등과 방황이, 성장이 그 모습에 하나로 녹아든다.


그래서 이후의 수술장면은 그 중요성이나 난이도와 상관없이 사소하게 간략하게 등장인물의 대사 몇 마디로 대충 뭉뚱그려 넘어가게 된다. 괜히 생뚱맞게 심장이식을 마치고 윤서정(서현진 분)이 성공적으로 이식된 심장을 만져보는 장면 하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어차피 시청자에게 중요한 것은 수술 그 자체가 아니다. 수술을 얼마나 잘하고 못하고 시청자가 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하는 내내 떠들며 설명한다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술이 잘됐다니까 잘됐나보다, 수술이 성공했다니까 성공했나보다. 진짜 주요한 것은 김사부가 수술에 성공해서 스스로가 만든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술이 성공하고 신회장이 살아나서 애초 의도한대로 도윤완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느 것이다. 그나마 그 과정에서 강동주와 윤서정의 성장을 보여주어야겠기에 김사부의 놀라운 수술실력마저 그들을 위한 배경으로 전락시킨다. 내러티브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김사부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들 어린 햇병아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장하며 자신들의 상처와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


수술이 성공했다. 그 만큼이나 강동주와 도인범도 그동안 의사로서 훌륭히 성장해 있었다. 윤서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드라마의 수술장면이라는 것이 집도의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것이라 어시스트인 윤서정의 역할이 가려져 있지만, 그러나 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공심장을 교체하는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김사부의 속도에 맞춰 끝까지 뒤쳐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는 스태프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시스트인 윤서정이 김사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결국 김사부의 속도마저 윤서정의 속도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수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없는 그 부분을 도윤완(최진호 분)이 소개한 젊은 흉부외과의가 대신해준다. 초반 실수는 있었지만 이후 김사부의 수술성공은 윤서정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전히 윤서정은 자신과 강동주의 관계를 공식화하는데 소극적이다. 모두가 뻔히 눈치채고 있는데도 혼자서만 고집을 세우며 아닌 척 꾸미려 한다. 계기가 필요하다. 강동주가 남자로서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수술의 성공과 그 과정에서의 성장은 중요한 동기가 되어준다. 강동주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그것을 윤서정이 용인해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도윤완의 소개이기에 차마 박차고 나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했었다. 강동주가 나서서 거짓말까지 해가며 난처한 처지에 놓인 그녀를 구해내고 있었다. 비로소 인정한다. 자기가 연하의 강동주에게 남자로써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자라서가 아니다. 인간이라서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그래서 손내밀어 잡고 싶은 인간의 본능과 같은 것이다. 외롭기에. 약하기에. 불완전하기에. 그래서 운명처럼 사랑하게 된 상대를 자신의 반쪽이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자를 주문하게 시키고는 가만히 강동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딱 카메오 출연에 적당한 역할일지 모르겠다. 이후 다시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술로 끝이 아니다. 어차피 수술이 시작도 아니었다. 수술을 계기로 불거진 갈등이 수술을 마치고 깨어나지 않는 신회장으로 인해 불안하게 고조된다. 아직 신회장이 깨어나지 않았다. 자칫 신회장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할 지 모른다. 신회장 한 사람의 생사에 여러 이해가 얽히며 충돌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살았으면 바라고, 누군가는 차라리 살지 못하기를 바란다. 아직 신회장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김사부의 실수나 잘못을 찾아내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회장이 살아나기보다 신회장이 살지 못할 경우에 대해 섣불리 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회장이 죽으면 끝이다. 반대로 신회장이 살아나면 그 반대편이 끝나게 된다. 도윤완의 행동도 그래서 수술이 성공하고 더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인다.


의사인가 단지 샐러리맨인가. 반듯한 양복차림으로 손도 소독하지 않고 중환자실로 들어서려는 본원 흉부외과장의 모습은 그래서 매우 상징적이다. 의사의 차림이 아니다. 의사라기보다 그저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는 샐러리맨의 모습이다. 의사로서의 양심도 상식도 그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다. 김사부의 수술을 지켜보던 의사들 대부분 김사부의 실력을 칭찬하는 것조차 도윤완 원장의 눈치를 살펴야 했었다. 의사이기를 고민하는 돌담병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결국 도인범도 우연화(서은수 분)도 의사로서의 자신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다툼돠 갈등도 오해도 의사로서의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간호사 박은탁(김민재 분) 역시 그런 위에 자신이 보고 듣고 배운 돌담병원의 방식을 더한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 김사부가 자신을 김사부라 이름지은 이유다.


싸우고 부딪히고 갈등하고 오해하며, 때로 울고 때로 울리며 때로 상처주고 스스로 상처입어가며. 그러면서 마침내 이르는 곳은 사람을 살리는 현장이다. 그토록 도윤완 원장 앞에서 앞뒤 안가리고 아부하던 외과장 송현철(장혁진 분) 김사부의 수술성공에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만다. 아직 남아있는 이야기들일 터다. 그래도 그들은 의사다. 그들은 의사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연인으로 돌아간다.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간다. 해피엔드라면. 낭만이란 원래 인간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회귀다.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