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윤식당2 - 지중해 가고 싶다...

까칠부 2018. 1. 20. 11:35

아, 아프리카였지...


유럽쪽 소설을 보면 지중해를 마치 이상향처럼 묘사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파란 하늘, 그리고 그보다 더 파란 바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따사롭고 무엇보다 낙천과 긍정의 웃음이 있다.


그러니까 이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다. 신원호PD가 예능PD에서 드라마PD로 오히려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어쩌면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능이란 드라마와는 다른 서사다. 마치 스케일 작은 트루먼쇼처럼 가공되지 않은 출연자들의 희노애락을 간접적으로 겪으며 그들의 성장과 성취를 함께 하게 된다. 출연자들과의 공감과 서사의 공유 없는 리얼리티쇼는 의미가 없다. 기만이며 사기다.


문득 가게에서 알바하던 때가 생각난다. 한참 손님이 없다가 갑자기 바글거리는데 내 가게도 아닌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었다. 손님없는 가게를 지켜야 하는 지루함과 답답함, 불안함이 정신없이 분주한 가운데 순간 희열로 바뀌게 된다. 정신없이 바쁘고 몸이 피곤한 동안에도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전혀 힘든 줄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장사가 더 잘 될까. 어떻게 하면 손님이 한 사람이라도 더 올까.


혹시라도 손님의 반응을 보려 홀을 흘끗거리고, 맛있다는 한 마디에 자기도 모르게 웃고 울고. 가공된 쇼인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출연자들 자신의 진지함이 시청자마저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이고 만다. 가공된 쇼의 출연자가 아니다 리얼리티 속의 당사자가 되어 직접 연기 아닌 생활을 보여준다. 자연스러움이다. 그 자연스러움에서 이어지는 서사다. 누군가 처음으로 먼 타지에서 식당을 시작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물론 평범하지는 않다. 많은 것들이 미리 준비되었다. 자기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것들이 주어진 상태였다. 그것까지 감안하고 보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배우니까. 이것은 리얼리티 쇼니까.


바다에 가고 싶다. 따사로운 여름바다를 보고 싶다. 멀리 바다건너 맑은 하늘과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날도 춥고 미세먼지는 답답하고 무엇보다 걱정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립다.


사람을 보는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잠시 행복의 꿈에 잠긴다. 그곳은 낙원이다. 치열한 성이다. 재미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동안 예능을 거의 보지 않았는데.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