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성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잠재해 있다. 집과는 다르다. 집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기 위한 공간이라면 성은 그와 더불어 자신이 외부로 확장하기 위한 거점이기도 해야 한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면서 또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괜히 사업병에 걸리고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많은 샐러리맨들이 그래서 지금도 자기만의 창업을 꿈꾸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다. 확실히 나영석PD는 영리하다. 그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줄 안다. 시즌2에서도 역시 시즌1에서와 같이 미미한 곳에서 시작했다면 그만큼 성취감도 덜했을 것이다. 아직 시즌1의 여운이 남아 있는데 그때 그토록 고생했던 출연자들이 다시 같은 고생을 반복한다면 오히려 실망과 좌절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목적으로 즐기는 예능도 있기는 하지만 시청자가 바라는 것은 단지 출연자들이 곤란해는 모습을 보며 웃는 것만이 아닌 그들의 성공을 함께 누리고픈 것일 터다. 사장은 회장이 되고, 상무는 전무가 되고, 주방보조는 과장이 되었다. 식당도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제 발리에서 저 먼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더 넓은 세계에 자신의 성을 쌓으러 간다.
때로 좌절하고, 때로 실망하고, 때로 넘어지면서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낙천과 긍정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예능이어야 한다. 실패에 큰 부담이 없는 예능이어야만 한다.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하다. 아니 일반인이더라도 몇 번 망해도 다시 일어날 여력이 있는 이른바 금수저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당장 오늘 매상이 줄면 내일 장사를 걱정해야 하고, 며칠 매출이 없으면 차라리 장사를 접을 궁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장사 망하면 다음 기회란 대부분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필사적이고 그래서 여유가 없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가. 하지만 알면서도 자기는 누릴 수 없는 것이기에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좌충우돌하면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럼에도 크게 근심걱정없이 여유롭게 한 발 씩 내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니까 그곳은 보통사람들은 감히 누릴 수 없는 잘 가공된 꿈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유명한 연예인들이 어쩌면 자신들과 비슷한 곤란을 겪으면서 자신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성공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며 현실에서 누리지 못할 만족감을 얻는다. 그래서 힐링인 것이다. 어차피 내 일이 아니니까 느긋하게, 어차피 큰 일이 벌어질 것도 아니니 여유를 가지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이 그만큼 열심히 하면서 하나씩 성취를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과장되지 않게 적당히 현실처럼 꾸미며 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리얼리티는 리얼이 아니다. 하지만 리얼리티는 그 안에서 리얼이어야 한다. 아, 나도 저곳에서 저들처럼 꿈속에 살고 싶다. 물론 꿈인 것을 모두는 안다.
풍광까지 아름답다. 그래서 더 꿈이다. 철저히 현실과 유리시킨다.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과 그렇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과장된 현실들이 만난다.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혹은 현실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의 일들이 그들 앞에 놓인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진다. 역시 배우는 배우다. 그들 자신의 모습이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제작진이 보여주고픈 모습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자신도 빨려들고 만다.
시즌1은 다 끝나고 나서야 한 번에 몰아보았다. 요즘 예능을 거의 보지 않는다. 인기가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래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한 걸음 더 크게 내딛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험만큼 성장하고 그만큼 더 능숙해지고 강해진 주인공들이 새로운 낯선 환경 앞에 선다. 자신의 일인 양 마냥 설레고 두렵다. 어떻게 그들은 이번에도 시청자의 꿈을 성취시켜줄까. 그들의 성을 완성시킬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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