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한수호 한강호 형제의 어머니는 이 사회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시험 합격해서 판검사 되었다고 너도나도 추켜주니 자기가 진짜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한다. 아니 그냥 사람이기만 하면 다행이다. 자기들이 사람 이상의 존재이거나 자기들 말고는 사람 이하의 말 그대로 벌레취급이거나.
하려튼 고작 한수호를 징계하겠다며 내세운 이유라는 게 고작 직무태만, 품위손상이다. 더 큰 뇌물수수나 재판거래는 건드리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 와중에 너무 당당한 것이 딱 현실의 판사들이다. 뻔히 있는 증언과 증거마저 무시하고 은폐하고, 명백한 범죄사실마저 감추고 숨겨주고, 그래서 정작 사회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큰 죄는 풀어주면서 약자의 사소한 범죄에만 엄격하다. 하필 주취자로부터 폭행죄로 고소당한 소방관의 재판이 징계위원회와 교차되어 보이고 있는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재벌2세의 마약과 상해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다.
사실 무조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부터 하는 소방관의 태도도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변호를 제대로 하라는 한강호의 다그침은 소방관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피의자가 적극적으로 자기를 위해 변호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다. 이미 모든 피의사실을 인정했는데 선처한다고 해봐야 한계가 있다. 법정에서의 자기방어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판사가 올바로 진실을 가리고 옳은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자기주장이 필요하다. 정작 자기는 아무것도 않으면서 판사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원망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검찰이 기소했어도 판결을 내리는 것은 판사인데 지레 포기하고는 원망만 쏟아내고 있다. 물론 자기가 호송하던 환자가 바로 눈앞에서 죽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나름의 변명은 있다. 그래도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진정 법정이 정의롭기를 바란다면 시민은 스스로 싸울 수 있어냐 한다.
이제와서 후회한다. 전혀 상관없는 제 3자가 보기에도 어머니에게 아들은 한강호 하나 뿐이었었다. 진실도 눈감으며 철저히 편애했었다. 그렇게 스스로 아들들을 사랑한다면서 한강호는 물론 한수호까지 망치고 있었다. 조금씩 두 아들을 상처입히며 영혼까지 좀먹고 있었다. 비단 형제의 어머니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진정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낳아서만 부모가 아니다. 출산률이 낮은 이유 가운데 이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부모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부모가 되는 자체을 두려워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도 형제에겐 끝까지 믿어주고 감싸줄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에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남자를 구하는 것은 여성인가.
법조인의 오만과 몰염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의뢰인을 위한 변호에도 소극적인 변호사도 그런 한 부분이다. 정작 법이 법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이 사회의 단위들에게 전혀 아무 위로도 도움도 되어 주지 못하고 있다. 법을 믿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방어마저 포기하고 있다. 한강호의 말처럼 그저 법에 무서워 멀리하려고만 하는 사람들과 법을 우습게 알고 발아래 두려는 사람 가운데 법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뉴스의 정치면과 사회면을 보고 있으면 차마 드라마조차 모두 보여주지 못하고 한참 에둘러 미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그래서 가장 동떨어진 판타지였을 것이다. 판사인 한수호나 전과자에 양아치인 한강호나 판사자격 없기는 마찬가지다.
살짝 정치적인 의도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판사와 검사가 마음먹으면 대통령조차 죽일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오버랩된다. 수사중인 사실을 검찰은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취재없이 그 내용을 고스란히 보도해서 사람들에 알린다. 사실을 흘리는 쪽의 일방적인 의도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이후의 결과따위 알 바 아니다. 다른 방송사의 '라이프'나 이 드라마나 자신들도 언론사이면서 어쩌면 이리도 적나라한지. 옳다는 걱을 알면서도 그 옳은 판단을 내린 아나운서를 응원하기보다 먼저 걱정한다. 이미 그것이 이 사회의 상식이 되어 있다. 당시 불행했던 그 사건에 있어 언론의 책임도 새삼 묻는다. 하필 방송사도 SBS다.
한수호와 한강호가 비로소 정면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주먹다짐까지 한다. 주먹보다 더 날선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도 입힌다. 그토록 먼저 다가서지 못하던 송소은을 상대로 한강호는 충동적으로 키스를 한다. 차일 때 차이더라도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이다. 형제라고 모두 사이가 좋을 필요는 없다. 노래 못하는 가수나 연기 못하는 배우처럼 사이 안좋은 형제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일란성 쌍동이라 둘이 너무 닮았을까? 한수호을 노리던 범인들은 전혀 소식이 없다. 오상철의 한수호에 대한 질투와 적개심은 더욱 활활 타오른다. 예고편은 없다. 어찌 진행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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