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테리우스 - 일상속의 첩보원, 그리고 꿋꿋한 엄마

일단 애들이 싫어서 꽤나 망설여야 했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돌려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없어서. 그나마 소지섭이라는 배우의 이름값만으로 한 번 봐 볼까. 그런데 진짜... 뭐 이리 궁상맞냐? 그런데 궁상맞으면서도 우울하거나 하지는 않다. 이런 걸 좋아한다. 그럼에도 꿋꿋이 앞으로 나가는 긍정과 낙천을.

그러고보면 최고의 첩보원이나 암살자가 평범한 일상 가운데 숨어 활약하는 이야기는 꽤 흔한 편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의 일상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던 전직 국정원 요원이 아이들과 함께 진지한 표정으로 만화영화를 본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외우고 있다. 아이들을 매개로 한 아파트 주민들의 커뮤니티에 어쩔 수 없이 얽히기도 한다.

범인은 가까이 있다. 범인이 고애린을 불러들여 자기의 사무실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 김본이 쫓고 있는 것도 바로 그 고애린의 보스 진용태가 부리는 킬러였다. 그 킬러에게 과거 자신의 임무이기도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심지어 배신자가 되어 조직으로부터 쫓기게 되었다. 남편의 죽음이라는 일상의 큰 사건을 넘어 청와대 요인의 죽음까지 얽힌 국가적인 음모로까지 확대된다. 처음부터 북한으로부터 망명하려던 핵과학자를 암살한 배후에도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일까?

국정원 내부에 암살자와 내통하는 배신자가 있다. 김본이 작전에 실패한 이유이고 누명을 쓰게 된 이유다. 이제 그 단서를 잡는다. 국정원 시절 동료 유지연이 붙인 스티커와 암살자가 두 아이에게 건넨 스티커의 재질이 같았다. 김본은 고애린을 통해 진용태와 암살자를 쫓고, 배신자는 국정원을 통해 김본의 뒤를 쫓는다. 언제까지 김본의 비밀은 지켜질까? 김본은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저들을 쫓을 수 있을까?

아파트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꽤 흥미롭다. 준수, 준희 남매를 납치하려던 암살자의 의도를 훌륭히 저지해 냈다. 결정적인 순간 아파트 주민들이 무언가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용두사미만 되지 않기를. 삶에 치이고 갑작스런 불행에 짓눌리면서도 여전히 활기찬 고애린에게 응원을. 의외로 재미있다. 기대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