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강력반 - 진부한 경찰영웅판타지...

까칠부 2011. 3. 9. 14:25

너무 평면적이다. 전형적이다. 정의감이 너무 투철해서 조직에 적응 못하는 형사... 더구나 그에게는 아픈 과거까지 있다. 물론 아픈 과거가 경찰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정은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드러나 보이는 것도 아니고.

 

사실 흔하다.

 

"잡으면 뭐하는데요? 도둑질하는 놈은 계속 도둑질하고, 사기치는 놈들 잡아봐야 변호사 믿고 띵가띵가 하고, 양도수 그놈은 정신병원으로 토낀다는데, 뭐하러 이 짓 하느냐구요?"

 

참혹한 피해자의 모습에 취조실로 쳐들어가 취조중인 피의자를 폭행하고, 협박전화에 안면이 있는 여경을 구하기 위해 역시 취조중이던 피의자를 보고조차 없이 빼돌리고... 정일도(이종혁 분)의 말마따나 어떻게 아직까지 경찰로 버티고 있는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그런 게 경찰물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해자의 악행을 응징하고 현대의 법은 그런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법은 정의라고. 따라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정의를 집행하는 역할이라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그래서 박세혁(송일국 분)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대중의 경찰에 대한 판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를 위해 좌충우돌. 그러나 현실은 과거 제자였다는 이유로 아이돌을 보호하기 위해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임의로 파기하는 범죄자라는 것일 테지. 과연 이동석(이민우 분)에게 납치된 여경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어도 박세혁은 그녀를 구하기 위하 중요한 피의자를 개인적으로 풀어주고 했을까?

 

정의란 개인적인 것이다. 법은 공적인 것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선을 넘어서면 이 사회에서 발붙일 수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자유롭다. 경찰은 그 일을 하는 존재다. 설사 누군가 법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자를 보호하더라도, 그것조차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일이다. 경찰의 임무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법을 어긴 범죄자를 잡아서 재판에 넘기는 것. 재판은 어디까지나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경찰 자신이 재판에 응징까지 하려 드니.

 

그래서 아직까지도 피의자에 대한 인권유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자백을 강요하고, 심지어 피의자에게 폭력까지 휘두르고, 법은 없이 범죄라고 하는 악과 그 악을 응징하고자 하는 정의만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바로 박세혁의 존재다. 그리고 그가 주인공인 이유다. 그의 외침이, 부르짖음이 전혀 설득력 없이 공허한 이유다. 마치 조민주(송지효 분)의 울부짖음처럼.

 

<런닝맨>에서의 멍지효를 재활용하고 있다. 보는 순간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놀랐다. 이것이 <런닝맨>인가? 아니면 <강력반>이라는 드라마인가? 방송국도 다른데 이미지가 너무 비슷하다. 송지효라는 배우의 한계일까?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색한 연기가 걸린다.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또 화도 내고 울기도 하지만 감정의 선이라는 것이 없다. 마치 버라이어이티에서 상황극을 하듯. 어떤 간절함이나 절실함이 없이 단지 주어진 상황이고 역할이니까 한다는 느낌 이상은 없다.

 

바로 그게 문제다. 아무런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아무런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지나칠 정도로 대중의 보편적 판타지에 기댄 설정은 어떤 특별함이나 놀라움을 주지 못한다. 여상하게 그저 스쳐 지나간다. 제아무리 등장인물들이 소리지르고 뛰어다녀봐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에 귀기울여 듣고 눈여겨 볼 사람은 그다지 없다. 알지 못할 비밀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그 비밀을 들으려 흥미와 기대를 갖는다.

 

모든 것이 너무 드러나 있다. 주인공 박세혁에 대해서조차, 그와 대척점에 있는 어쩌면 극에 있어 긴장을 조성해야 할 정일도에 대해서조차 너무 많은 것이 이미 드러나 있는 탓에 더 이상 궁금해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다. 보다 길게 하나하나 드러내놓음으로써 보다 입체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 아예 그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 차라리 박세혁과 정일도의 관계를 의문으로 남겨두었다면 어땠을까? 박세혁의 과거를 감추어둔 채 두 사람이 갈등하고 있었다면? 그나마 정일도와 관련해서 남아 있는 것이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조차도 전혀 궁금하지 않다.

 

결국 너무 뻔하게 기존의 경찰물을 답습하려는 대본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 성급하게 가져가려는 연출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그 전형적인 경찰을 더욱 전형적으로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뻔한데 연기마저 뻔하게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도 마치 오려 놓은 듯한 평면적인 모습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치 어디 그림책의 삽화처럼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다. 전시장의 밀랍인형처럼 마치 화석이 된 양 전혀 생동감이 없다.

 

이동석을 잡는 과정에서도 과연 얼마나 치밀하고 논리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던가? <CSI>나 <싸인>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추리하고 수사가 이루어져야 했을 텐데 역시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박세혁과 진미숙(선우선 분)의 개인적인 정의감이다. 조직과는 상관없이, 합리적인 절차나 과정은 무시한 채, 오로지 개인의 영웅담에 의해. 드라마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 이유다. <싸인>이 급속히 개연성을 잃은 과정을 떠올릴 필요가 있겠다. 어쨌거나 명색이 수사물이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과연 이대로 대중의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판타지를 지키려 할 것인가. 그래도 첫주니까 자극적으로 시작했다고 믿고 싶다. 단지 첫주이기에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도 보여주고,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보다 자극적으로 판타지를 충족시켰다고.

 

그만큼 <강력반>이라는 제목이 주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뜻일 것이다. 제대로 된 형사물을 기대했었다.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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