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5월 15일 방영된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에 대해서는 다른 일이 있어 본방을 직접 보지는 못했었다. 대신 이야기만 들었다. 이번의 "남자, 그리고 여자" 미션이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한 형편없는 에피소드였는가.
사람들의 입소문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이미 방송을 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어느 사이엔가 머리속에서는 구체적인 이미지까지 그려지고 있었다. 이런 내용이었으리라. 이런 식으로 연출되고 방송되었으리라. 결국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단지 입장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았지만.
하기는 그러고 보면 거의가 남자들이었다. 남자들에게 있어 여자들이란 그렇게 가깝고도 먼 존재들이다. "남자, 그리고 여자" 미션이 공개되자 쉴 새 없이 터져나오던 멤버들의 여성에 대한 성토처럼 그렇게나 여자란 알고 싶으면서도 가까이 다가가기에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당장 '무관리 할머니 마을'을 찾아간 이경규가 할머니들 사이에서 외따로 떨어져 홀로 겉돌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다. 아주머니들 여행을 가는데 함께 따라 나선 이윤석 역시 겉돌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이야기에 끼어들 수가 없다. 이야기에 끼어들더라도 도저히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같은 한국말인데 전혀 외계어처럼 들린다.
"저... 할머니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잘 모르겠어요!"
아마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여성화장품회사를 찾아간 김국진이 한참을 화장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그것들이 아직 기초화장품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게 기초라구요?"
내 입에서도 바로 그 말이 비명처럼 튀어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저 위에 또 뭘 바른다는 것일까? 이래서 화장을 달리 변장이라고도 하는구나. 그래서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이 한 시간이 되기도 하는구나. 내가 알지 못하는 여자들의 일상의 심오함이라고나 할까?
물론 여성들도 남성들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의외로 여성 가운데 <남자의 자격>을 즐겨 시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궁금해 하듯 여성 역시 남성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까닭이다. 다만 이번 미션의 경우는 그 내용이 너무 적나라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끼리 드라마 이야기 하느라 기껏 찾아온 이경규마저 따돌려 버리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일 건 무언가.
그런데 사실 그렇다. 여자들끼 모인 자리에 가면 - 아니 할머니 마을만이 아니었다. 양준혁이 찾아간 여자고등학교도, 전현무가 찾아간 여자대학, 이윤석이 함께 한 아주머니들도 모두 마이페이스였다. 홍일점은 사랑받지만 청일점은 따돌려진다. 그나마 전현무 정도가 뻔뻔스레 상황을 주도하고 있었고 나머지 멤버들은 여자들의 기세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딱 남자들이 싫어하는 상황이다. 드라마 이야기에 여념이 없고 자기들 이야기만 하려 드는 할머니들에게 불편해 하는 이경규처럼.
하지만 그것이 또 익숙한 일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윤석과 같은 상황을 직접 겪어 보기도 했었다. 아주머니들만 모이는 자리에 갔더니 결국 몇 마디 건네는 듯 하다가 자기들끼리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다. 그러다가 호기심이 생기면 이것저것 묻고 하는데 그렇게 집요하고 끈질기다. 할머니들이 이내 관심을 다른데 돌리는 것은 그만한 호기심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인가 신경을 많이 써준다. 먹을 것이며 앉을 자리며 인생상담까지.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이라 여기는 것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다른 점일 것이다. 남자들은 유일한 여자에 대해 그런 식으로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은 그러한 괴리가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하게 만든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유익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많았고. 원래 여자들이 저렇구나. 물론 편견일 것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다만 내가 경험한 바로 저런 경우들이 많았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바쁜데 혼자 따돌려지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일어서려 하면 쏟아지는 수다들에 대해서는. 아예 외면당하는 것도 꽤나 슬프다. 그래도 덕분에 이윤석은 아내와 사이가 더 좋아진 듯 하니까.
<남자의 자격>다웠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래왔었다. 대단하게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그런 작위가 <남자의 자격>에는 없다. 심심할 정도의 진실된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남자의 자격>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들일 것이다. 지겹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도 이것이 바로 여자들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여자들이다.
흥미롭다는 것은 여대생들과 할머니들에게서 발견되는 한 가지 공통점. 아니 여고생들과 이윤석과 함께 한 아주머니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을 판타지를 꿈꾼다던가? 그래서 특별한 상황을 보통의 일상처럼 사진을 찍어 남들에 보여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할머니들이 드라마의 이야기에 여념이 없는 것도 그와 통하지 않을까. 아주머니들이 이윤석에 해주는 조언들이나 양준혁을 대하는 여고생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것이 여성이 남성을 대하는 것과 다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익숙한 여자들의 모습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 짜증마저도 새롭고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고,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게 된 것도 있고. 바로 그런 부분들에서 <남자의 자격>만의 스타일과 고정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 담담함이 좋은 것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자칫 섣부른 선입견으로 아는 체 할 수도 있는 것을 최대한 개입을 자제함으로써 그대로 지켜보고 판단은 각자에게 맡기고 있었다. 어떤 답을 내렸는가는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재미있었다. 필자로서는 무척 만족한 시간이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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