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음악은 발명이 아닌 발견이다.
예전 동아리에서 그림을 배우려 할 때 선배들도 그랬었다.
"그림은 배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찾아가는 거다."
예전에는 확실히 그런 게 있었다. 예술은 따로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거라는.
이승철 마이크 잡는 게 희한하다. 코와 입술 사이에 마이크를 놓는다. 그쪽이 비성과 함께 진성을 전달하기에 가장 좋다는 나름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임재범이 지금의 노래를 부르기까지 무수한 시도가 있었다. 임재범에게도 스승은 없었다.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 연습하고 실험하기를 반복한 결과 그는 가장 다양한 기법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되었다.
조관우도 전무후무하다. 그의 팔셰토창법은 오로지 그만이 구사한다. 누구에게 배웠으면 그러한 창법이 나왔을까? 물론 아버지와 외할머니로부터 체화한 판소리가 있기는 있었을 것이다.
김수희나 조용필처럼 판소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기도 하고, 송창식처럼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최선의 소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선배들은 단지 거들 뿐. 자기가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불후의 명곡"에서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가 무척 심심하다. 당연하다. 창법이 같거든. 규격화되었다. 어떻게 소리를 내는가가 정해져 있다. 더구나 아직 깊이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무대에서 깨져가며. 무엇보다 자기에게 실망해가며. 유현상도 말했지. 어떻게 하면 샤우트가 되냐니까 하다 보면 필요에 의해 하게 되어 있다.
확실히 배우려면 이은미가 나았을 것이다. 방시혁이나 신승훈도. 김윤아도 잘 가르쳤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원은 아무래도 그쪽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부활의 보컬들이 같은 노래를 불러도 각각의 색깔이 모두 다른 것은 그래서다. 김태원은 보컬들의 색깔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는다. 당장 박완규와 김기연과 이성욱과 정단과 정동하, 무슨 접점이 있을까? "누구나 사랑을 한다" 무대를 듣는데 네 사람 창법도 제각각이다. 단지 노래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아마추어에게는 가혹할수도 있겠다. 백청강 역시 나름대로 밤무대에서 쌓아 온 내공일 텐데. 그래서 김태원도 마지막에는 백청강의 비성을 그만의 강점이라 풀어주었던 것이다. 비성을 쓰면 안된다가 아니라 적절히 쓰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라. 그건 백청강 자신이 알아서 해야겠지. 자기 목소리일 테니.
더구나 어차피 보컬트레이너가 있다.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역할은 따로 맡아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그들에 맡겨 하면 된다. 김태원의 역할은 따로 있을 터다.
느닷없이 예전 일이 생각나서. 배우면 그걸로 끝이다. 배워서 만들어지면 그것을 부수는 데 몇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자기가 부딪히고 깨져가며 깨달아가는 것이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이 모사. 모창. 모방.
어쨌거나 이로써 이은미의 주가상승. 하지만 이은미는 다시 예능을 할 생각이 없다. 너무 시달린 때문이다. 김태원도 이미 그다지 생각이 없는 것 같고. 그렇다. 결론이다. 위탄은 끝났다.
누구도 자기의 무대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자기의 노래를 책임져주는 것은 자신 뿐이다. 나도 들었던 것인데 실천은 못하고 있다. 힘든 것이다. 스스로를 책임진다는 건. 기대하는 바다. 10년 후를 본다. 부디.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댄싱 위드 더 스타 - 인간의 향기, 춤의 향기... (0) | 2011.06.25 |
---|---|
기적의 오디션 - 연기 오디션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이유... (0) | 2011.06.25 |
나는 가수다에 대한 김어준의 비평을 들으며... (0) | 2011.06.22 |
불후의 명곡2 - 부당한 비판에 대한 아이돌을 위한 변명... (0) | 2011.06.21 |
나는 가수다 - 조관우와 장혜진을 환영하며... (0) | 2011.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