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런닝맨 구하라 논란, 네티즌이 권력인 이유...

까칠부 2011. 6. 27. 18:40

80년대 실제 있던 심의기준 가운데 하나다.

 

"설사 도둑놈을 쫓는 중이더라도 나이가 어리면 반말을 해서는 안 된다."

 

왜? 어르신께서 보기에 그다지 좋지 못하거든.

 

도둑을 쫓는다는 상황은 전혀 상관없다. 어떻게 도둑을 쫓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반말을 했다. 그 이전에 어찌되었거나 어르신들께서 보기에 좋지 못하다.

 

그래서 당시 아무리 가난해도 한가족이 한 집에서 한 이불 덮고 자는 일은 없었다. 음란해서. 나도 어려서 그렇게 자고 했었는데. 중요한 건 가족이든 어쨌든 남녀가 한 이불에 있다는 것이니까.

 

과연 예능을 촬영하면서 격의없이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것과,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촬영에 임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시청자를 위해 좋은 것일까? 프로다운 것일까?

 

일상에서도 감정이 지나치면 반말이 나오고 한다. 이름도 부르고, 별명도 부른다. 단, 상황이라는 게 있다. 그것이 허용되는 상황.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 그것일 지혜라 부른다.

 

결국은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그런데 정작 유재석이나 노사연, 송지효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어땠을 것이다. 어쨌을 것이다. 자기 기준으로만.

 

결론은 그냥 보기 안 좋다. 감히 보기에 좋지 않다. 그들 사이가 어떻든. 서로가 그런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이유야 어쨌는 내가 안 좋다.

 

그게 권력이거든. 단죄. 단죄란 정의와 폭력이다. 죄를 정의함으로써 정의를 이루고, 죄를 응징함으로써 폭력을 확인한다. 그것은 짜릿한 쾌감이다. 그 대상이 대단할수록 더욱.

 

사정따위 상관없다. 지금 내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중요할 뿐. 그럴 이유가 있고 그럴 명분이 있으면 족한 것이다. 평소 반말 한 번 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그래서 보기 좋으라고 슬레이트지붕에 페인트를 칠하고, 악수를 하는 자리에서 농민의 굳은살을 깎고, 혹시라도 가난하고 추레한 모습을 보일까. 높으신 분께서 보기에 안 좋으니까. 안 좋은 건 나쁜 것이다. 단지 불쾌한 것으로 그것은 악이 되고 단죄되어야 한다. 늘 그렇듯이.

 

아무튼 그동안도 느끼던 것이다. 특히 무한도전의 "길". 그냥 재미없다 한 마디 하던가. 불성실하네. 나태하네. 뭐 함부로 하네. 뭔 도덕적 단죄는 그리 해대려 하는지. 같은 맥락이다.

 

나는 정의로워야 한다. 그리고 강해야 한다. 권력에 도취되어 그것을 과시하고 싶은 어린아이의 심리다. 그것이 그런 식으로 예능을 통해 드러나고 있을 뿐.

 

항상 도덕적으로 긴장하며 행동할 것을 요구할 것이면 그냥 개그콘서트 보던가. 아니지. 대본이 있어도 그런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도 콩트도 제대로 못보지? 감시하느라.

 

실드? 내가 아는데? 이런 글 보면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먼저 발작부터 할 거다. 더 날뛰겠지. 한 점의 오류도 허락지 않는 게 권력이란 것이니까. 그냥 보기 꼴사나운 것 뿐이다.

 

아무튼 구하라가 사과는 잘했다. 저들이 바라는 건 둘 중 하나니까. 완전히 굴복하던가. 아니면 완전히 파멸하든가. 대단한 상대가 자기로 인해 궁지로 몰리는 것에서 권력을 확인한다.

 

80년대도 아니고. 예능 보면서 이제는 도덕적인 엄격함까지 따지고 지켜야 한다. 무례할 수도 있고, 싸가지없을수도 있지만, 그 또한 사람 사이의 있을 수 있는 관계인 것을.

 

묻고 싶다. 유재석에게. 송지효에게. 노사연에게. 아니 과연 그들에게 지금 상황은 달가울 것인가? 네티즌이 고마울까? 글쎄... 그동안 방송에서 보아온 모습대로라면 노사연도 자기가 혼을 내지 이런 식으로는 곤란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발전이 없는 것들이다. 그게 또 네티즌이고. 하여튼 웃겨서. 진짜 질리지도 않는다. 논란이 될 걸로 논란이 되어야 진지하게 들어주고 한다. 이건 뭐... 뭣스런 것들도 아니고.

 

하긴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방송도 보지 않고 들은 이야기로 욕하는 인간들. 그런 인간에게 맥락이니 전후상황이니 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 유기니 서사니 하는 것도. 딱 그렇게 살아라. 말하기도 싫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예능인가? 아니면 도덕 다큐멘터리인가? 웃음을 바라는가? 아니면 도덕적 완결성을 바라는가? 항상 조신하고 깎듯한 예능이라... 그런게 좋으면 그런 걸 보도록 하고. 있나?

 

뭐 그래서 아이돌 예능출연을 조심하라 하는 것이다. 대중이란 그렇다. 아이돌을 띄어주지만 궁극적으로 아이돌을 업수이여긴다. 더렵혀진 신은 신이 아니다. 우상은 더렵혀져야 하고 더렵혀진 우상은 우상이 아니다.

 

아마 뭔 짓을 하는가도 자각이 없을 것이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정말 재미있는 것들이다. 웃는다. 같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