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필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멘토링의 방식일 것이다. 먼저 멘티와 멘티의 삶을 이해하고, 그 위에 그것을 녹여 멘티만의 스타일로 완성해낸다.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 김태원이 한 말을 떠올린다. 음악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음악이란 우연처럼에서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것이 아니다. 삶 가운데 만나고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이 있다. 그저 한 번 스쳐 들은 것에 불과한데도 내내 그 멜로디와 가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다. 마치 원래 하나였는데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자신의 삶에 녹아들어 동화되어 버린다. 비록 그 음악을 만든 것은 그 자신이 아니더라도 그 순간 그 음악은 자기 음악이 되어 버린다.
어떤 음악을 하는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때로 어느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자신만의 음악으로 일생을 함께 하기도 한다. 그 음악에 자기 자신이 있다. 그 멜로디에, 그 리듬에, 그 가사에, 혹은 그것을 부른 가수에 자기 자신의 일부가 있다. 그것을 전제한다.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연주하고 부를 때, 그것을 감상할 때. 음악은 그의 한 부분이다.
역시 시즌1에서 그래서 방시혁은 그런 말도 했을 것이다. 음악인에게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스타일 또한 음악의 한 부분이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지금 그는 어떤 감정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사랑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애절한 사랑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정작 노래부르는 자신은 뒷골목 건달에나 어울리는 스타일을 하고 있다. 들뜬 첫사랑의 설렘을 노래하고 있는데 보여지는 모습은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본 노회한 여성의 그것이다. 과연 음악이 제대로 들릴까?
자기의 이야기라 전제한다. 가수 자신의 이야기라 간주한다. 그렇게 연기한다. 노래에 맞춰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의상을 결정하고, 메이크업과 무대에서의 표정과 안무에 대해 연구한다. 슬픈 노래를 부를 때는 슬프게, 기쁜 노래를 부를 때는 행복하게, 비장한 노래를 부를 때는 엄숙하다. 그럼으로써 청자는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의 조합이 아닌 가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마냥 듣게 된다. 가수와 하나가 되어 공감하고 감동하게 된다.
결국은 캐릭터다. 그리고 캐릭터란 그가 살아온 과정이다. 지금 그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다. 그의 생각과 그의 감정이다. 그의 성격과 그의 취향이다. 그것을 음악으로 하나로 녹여낸다. 음악을 통해 대중에 설득시킨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이러한 것이다. 음악과 음악인은 둘이 아니다. 하나다. 둘이 아니라 하나라 여겨진다. 그것이 음악인과 대중이 만나는 방식이다. <위대한 탄생>에서 부족하다 여긴 부분이다.
과연 김경주는 어떤 사람인가? 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주위로부터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성격은 밝고 활달하다. 중학교 교복이 무척 잘 어울린다. <위대한 탄생> 출연 이후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 점을 이선희 멘토가 지적하자 앞으로는 덜 떨어지도록 하겠다 다짐한다. 성적을 유지하겠다거나 노력해서 더 올리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이다. 막연히 낙관하여 기대하는 것이 아닌, 현재를 위해서 약간의 손실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긍정이 있다. 어린 것일까?
구자명에 대해서도 그 부모와 누나들을 통해서 더 깊이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술도 전혀 마시지 못하던 구자명이 못하는 술을 마시고 자꾸 토하더라는 이야기는 당시 구자명이 느꼈던 절망과 좌절을 말해준다. 어머니의 쌍꺼풀이 구자명과 닮아 있었다. 의학의 힘을 빈 것이 아닌가 싶은 짙은 쌍꺼풀이 어머니의 그것과 너무나 꼭 닮아 있었다. 작은 아파트와 반가이 맞아주는 가족들, 나이를 알 수 없도록 늙으신 할머니와 삶이 묻어나는 부모님, 누이들, 바로 지금 구자명이 머물고 있는 공간이다. 구자명이 더욱 선명히 보인다.
배수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그렇다. 영국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와서, 누구나 부려워하는 굴지의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보장된 직업을 놔두고 가수라고 하는 불안한 길을 선택하려 하는가? 배수정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면 바로 그만두고 오라 할 것이라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외할머니의 진심이기도 하다. 가족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배수정의 설레이는 열정과 대비된다. 그녀는 진심으로 음악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장이정의 경우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참가자였다. 과연 예선에서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장이정이라는 참가자에게는 어떤 개성과 장점이 있었을까? 단지 이선희 멘토의 멘티로 선택되었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인상에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마치 도인과 같은 아버지가 보이고, 그 아버지가 화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귀가 좋아 멜로디만 들으면 코드를 따고, 피아노를 배울 때도 단지 귀로 듣고서 따리 치더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식자랑 같지만 그러나 그것은 장이정이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제야 비로소 장이정이라고 하는 사람의 노래를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고 싶어진다.
이제 그들의 노래에도 의미가 부여된다. <위대한 탄생>에 참가하고, 앞으로 어떻게 어떤 결과를 거두느냐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또래답게 발랄하고 적극적인 김경주는 그대로 즐거웠으면 좋겠다. 구자명은 한 번의 좌절이 있었던 만큼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행복했으면 좋겠다. 외할머니의 아쉬움은 뿌듯한 자랑스러움으로 바뀌지 않을까? 장이정의 노래를 들을 때면 장이정의 아버지와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다. 마냥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입하여 본다. 바람이 생긴다. 희망이 생긴다. 동화된다.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그들 각자의 과거로부터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위대한 탄생>이라고 하는 드라마다. 희극이 될 지 비극이 될 지, 그러나 어느 쪽이든 그것으로 의미를 갖는다. 김경주라는, 구자명이라는, 배수정이라는, 장이정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각자의 이름에 의미와 가치를 두게 된다. 그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드라마에 동의하며 이미 그것으로 특별한 존재로 여겨진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다만 한계는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봐야 방송시간이라는 것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한 회 방송분이 대략 한 시간, 그 안에 모든 드라마를 녹여내어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멘토스쿨이라고 그같은 드라마가 없었을까? 자르고 압축하다 보면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기란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멘토스쿨에 네 명의 멘티란 그래서 시즌1부터도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중간평가와 최종평가의 경쟁이라는 요소에 있어서 네 명의 멘티는 최소한의 숫자겠지만 드라마에 있어서는 그조차도 부대낀다. 하지만 그래도 이미 그들의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의 드라마를 동화되어 지켜보게 되었으니까. 그것만으로 특별해지지 않을까?
역시 윤상이었다. 물론 이미 '위대한 캠프' 당시 남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멘티들이었다. 예선에서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장솔은 조금 의문이더라도 김태극과 전은진, 저스틴 김은 예선부터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참가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재능과 가능성이 윤상이라는 탁월한 음악인과 만나 제대로 꽃피우게 되었다.
전은진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마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멋진가를 안다. 어떻게 하면 더 멋져질 수 있는가도 안다. 이제 나이 스무한 살. 그러나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녀의 나이를 잊는다. 신인이라기에는 너무나 원숙하고 프로라기에는 풋풋하다. 노래에 깊이 빠져들도록 만드는 힘이 그녀의 목소리에는 있다. 외모마저 뛰어나니 그녀의 무대는 단지 가수지망생이 프로들에게 그 가능성을 평가받는 자리가 아닌, 실력과 매력을 갖춘 신인이 대중들에 자신을 선보이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하기는 필자는 이미 예선에서부터 그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위대한 탄생>의 결과가 어떻든 프로가 된 그녀를 기대하게 된다.
김태극은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양파와도 같다. 정말 특정이 안 된다.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토록 경솔하게 나서던 김태극이 그렇게까지 자기를 억누르며 노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가사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다가 아이유가 연습실을 찾아오니 어느새 가사마저 다 외우고 완벽한 노래를 선보이고 있었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더니 아이유 앞에서 긴장하기보다 오히려 자기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것으로 자기를 끌어올릴 줄 안다.
어쩌면 순수하다. 하기는 경솔하다는 자체가 순수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남을 믿지 못하면 경솔하지도 못하다. 때로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의 경솔한 말과 행동들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호의로 받아들여주리라는 낙천과 긍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버릇이 없고, 좋게 말하자면 그만큼 순진하다. 그러한 순수함이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와 만나 오롯하게 노래의 감동 그 자체만을 전한다.
'노래'를 부르는 것과 노래를 '부르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노래란 이야기다. 과연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에 충실한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신에 더 집중하는가? 노래를 재해석하고, 노래에 자기만의 기교를 더하고, 그러나 다른 것 필요 없이 노래가 갖는 멜로디와 가사에만 집중한다. 사실 어지간히 자신이 없으면 시도하는 것조차 힘들기는 하지만 김태극은 음악에 대한 진지함으로 노래 자체에 대한 집중력을 끌어냈다. 워낙 목소리가 좋다. 굳이 기교를 더하지 않아도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노래를 듣게 만들고 설득하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의외성이 있다. 역시 <위대한 탄생>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지켜보고 싶어지는 멘티다.
저스틴 김은 많이 아쉽다. 사실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선곡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은진에게는 전은진의 스타일이 있었다. 김태극 역시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며 노래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저스틴 김이 과연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는 음악을 계속 하게 될 것이다. 잠시의 헤어짐이다. 패자부활전도 있고, 패자부활에서 실패하더라도 음악은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하고자 한다면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음악을 하고자 한다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하기는 이미 멘토스쿨까지 왔으면 걱정이란 무의미하다. 그들은 이미 자기 길을 찾았고, 그 가능성을 보였으며, 단지 생방송무대로 가는 것에 약간의 아쉬움과 부족함을 보였을 뿐이다. 저스틴 김도 그러리라 믿는다. 당장 패자부활전이 바로 얼마 뒤면 방송을 시작한다.
역시 음악은 캐릭터인 것이다. 특히 대중음악은 캐릭터다. 음학이 아니다. 음악이다. 즐기는 것이다. 소통이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들려준다. 대중과 함께 공유한다.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고 쉽게 납득시키려면 진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것은 이야기와 이야기하는 자신의 일치에서 비롯된다. 설사 일치되지 않더라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의 감동의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중이다.
가장 <위대한 탄생>다웠다. 단지 노래를 잘하는 가수지망생이 아닌 열정을 가지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멘티들이 있었다. 그들의 사연이 있었고, 그들의 드라마가 있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있었다. 특히 그 가운데 이선희 멘토스쿨이 기대된다. 더욱 구체화된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새 그들이 써나갈 드라마를 기대하게 된다.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시즌1에서는 처음이 가장 좋았고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양새였다. 그에 비하면 시즌2에서는 뒤로 갈수록 탄력이 붙는다. 역시 시청자들에 무언가를 먼저 보여주어야 하는 시즌1과 이미 시청자로부터 인정받은 시즌2의 안정감의 차이일 것이다. 이 또한 좋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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