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나는 가수다>가 많이 부진했었다. 초반 한때 일요일 황금예능시간대에 동시간대 최고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온갖 이슈를 몰고다녔던 <나는 가수다>였건만 최근의 모습은 '추락'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당히 저조한 것이었다. 말들이 많았다. 도대체 무엇때문일까?
하지만 사실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미 작년초 <나는 가수다>의 포맷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을 때 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결코 오래 갈 수 있는 포맷이 아니다. 반드시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일단 첫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충격과 자극은 결국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란 한 마디로 극약처방이었다. 대중음악의 침체기에 이름만 내면 누구나 알만한 최고의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연을 펼친다. 승자는 남고 패자는 떨어져나간다. 과연 <나는 가수다>를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이 단지 음악이 좋아서 가수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를 즐기고자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던 것이었던가.
실제 최근 <나는 가수다>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며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서 거의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던 것이 다름아닌 '전보다 긴장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김건모가 손까지 떨며 노래부르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하고, 혹시라도 탈락하지 않기 위해 무대에 서기 전,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즐기려 한다. 마치 원형경기장의 검투사처럼 피가 튀는 살벌한 진검승부를 기대한다. 문제는 과연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어디까지 시청자들에 그와 같은 극적인 드라마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경연이 끝나고 나면 순위가 발표되고 탈락자가 나오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도대체 더 어떻게 어디까지 가수들을 몰아세워 그들이 바라는 긴장을 유도해야 하는 것인가. 끝이 없다.
더구나 다름아닌 대중에 의해 가수와 무대가 평가되어진다고 하는 포맷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 것이다. 가수를 평가하려 한다. 무대를 평가하려 한다. 단순히 출연하고 있는 일곱 가수의 무대만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가수 자체를 평가하려 한다. 이른바 말하는 '나가수급'이라는 것이다. 어떤 가수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만하고, 어떤 가수는 그럴만한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몇몇 가수들이었다.
전설이란 어째서 전설인가? 대가란 어째서 대가라 불리우는가? 흔하다면 그들을 굳이 전설이라 부르지 않는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 그들을 대가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출연가수들을 전설로 채울 수 있는가? 대가로 채울 수 있는가? 모두가 감탄하는 대단한 무대라는 것도 항상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도 앞서의 이유가 반복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새로운 무대가 신선하고 충격적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이 별 것 아니게 된다. 그런데도 이전의 기억만을 떠올리며 그보다 더 나은 것만을 요구한다. 같은 것이 아니다. 이미 한 번 경험했다면 그와 같은 정도의 감동을 느끼려면 그보다 더 강한 충격과 자극이 필요하다. 무뎌진다. 감각이 둔해진다. 그처럼 감각이 둔해진 채로 가수들을 비교하고 평가하려 들게 되는 것이다. 심판자의 위치에서.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멀리는 옥주현에서부터 최근에는 적우까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에 대해 그 자격을 따져묻고,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 의혹을 제기하며, 마침내는 <나는 가수다>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온갖 루머가 떠돌게 된다. 출연가수들에 대해, 그리고 그와 관련한 <나는 가수다>의 정체성에 대해서. 당연히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인상이 좋아질 리 없다. 스스로 만들어낸 논란으로 인해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인상은 갈수록 나빠지고 마침내는 <나는 가수다>를 외면하게 된다.
결국은 심판자의 위치에서 가수들을 평가하려는 대중의 시도가 만들어낸 부작용일 것이다. 가수들의 무대에 대해 평가하듯 가수들과 <나는 가수다>에 대해 평가하려 하는 것이 실제의 <나는 가수다>와 서로 충돌하며 이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출연하는 가수들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선을 긋는다. 가수들의 무대를 평가하듯 선을 긋고 평가하고 단정한다. 부메랑이라고나 할까?
그 결과인 셈이다. 옥주현에 대한 자격논란은 곧 <나는 가수다>에 대한 평가와도 이어진다. 적우의 자격논란은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음모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것들이 과연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있어 도움이 되는가? 그러나 그렇게 대중가수란, 그리고 그들의 무대란 대중에 의해 일방적으로 평가되어지는 것이라 가르친 것이 <나는 가수다>다. 그것이 대중가수의 의무이고, 또한 대중의 권리라고. 그래서 가수를 평가하고 <나는 가수다>를 평가한다. 선을 긋고 단정하고 단죄하려 든다. 7위한 가수를 떨어뜨리듯. 룰을 어긴 가수와 출연자들에 대해 비난을 가하듯.
한 마디로 <나는 가수다>의 위기란 태생적인,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문제들이 종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출연가수들을 더 유명하고 더 실력있는 가수로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포맷을 더 흥미로운 자극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으로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그 또한 지금처럼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더 큰 자극을 요구할 것이고, 지금의 출연가수들을 기준으로 다시 가수들과 프로그램을 평가하려 들 것이다. 계속해서 더 큰 자극과 만족을 주지 않는 이상에는 불만을 가지게 되고 다시 그것은 <나는 가수다>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무엇도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없다. 없는 것이 대안이다. 말했듯 지금의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정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너무나 당연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의 충격과 놀라움이 가시고, 호기심과 흥미로 프로그램에 접근했던 사람들이 떨어져나가며 진정으로 <나는 가수다>의 포맷과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주로 남게 되었다. 아마 이대로 더 시청자들이 걸러지고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게 된다면 시청률은 더욱 안정된 추세를 그리게 될 것이다. 고정팬이 더욱 확고해지며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완성된다. 그러면 그 수준에서 만족하면 그만인 것이다.
문제라면 과연 그 수준에서 만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일 텐데, <나는 가수다>의 최근 시청률이 10%를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확실하게 안정되고 나면 그보다 더 낮은 시청률에서 안정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방송국 차원에서 과연 그러한 시청률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최근 몇 년 간 <일밤>의 시청률로써는 매우 준수한 시청률이기는 하지만 경쟁방송사의 동시간대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서는 한참 낮은 것이다.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더 높은 시청률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반복이다. 더 강한 자극과 더 놀라운 캐스팅, 그러나 그조차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가. 하기는 예능프로그램이 2년 정도 방송되었다 하면 그 기간이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의 수명이 다하더라도 아직 할 수 있는 예능의 아이디어는 많이 있다.
아무튼 마치 이번의 MBC 예능국PD들의 파업이 기회이기라도 한 듯 때를 맞추어 이제까지의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를 준비하려 하는 지금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어디까지를 생각하고 있는가. 어느 정도의 시청률로 어떠한 시청자들에 어필하려 하는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 하는가. 거기에서 전략은 결정될 것이다. 낮지만 안정된 시청률로 오래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는가. 아니면 높지만 화려하게 불사르고 말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는가. 결국 프로그램을 소모성으로 만들려 하는가, 애초에 공언했던 대로 대중음악의 침체기에 대중과 대중음악을 잇는 창구로서의 역할에 다시 충실하려 하는가.
자극에는 한계가 있다. 더 큰 자극을 주려 한다면 오히려 수명은 더 짧아질 뿐이다. 어차피 대중음악의 침체기라는 자체가 <나는 가수다>의 수요층이 그리 크지 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계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적우와 관련한 여러 논란들을 지켜보면서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무명의 적우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것은 분명 <나는 가수다>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그러나 적우와 관련한 논란에 휘말려 그 자신조차 더럽혀지고 마는 것은 <나는 가수다>가 갖는 근본적인 모순이며 한계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살릴 것인가? 그렇게 시청자를 길들여 온 것은 아닌가. 그럼에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장점이 필자로 하여금 고민에 동참케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비관적인 생각들이 새로운 PD에 의해 철저하게 부정되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놀라움이란 신선함이며 일상의 활력이다.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긍정과 장점만을 살릴 수 있기를. 그래서 우려를 더한다. 고민을 더하려 한다. 좋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TV프로그램 하나로도 얼마든지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행복해진다.
위기다. 시즌1을 마무리하는 지금이야 말로 어쩌면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큰 위기일 것이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즌1에 대한 불만과 비판 만큼이나 시즌2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무엇을 준비하려 하는가. 더욱 흥미롭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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