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옥탑방왕세자 - 반전, 같은 어머니를 둔 홍세나와 박하의 악연과 운명

까칠부 2012. 4. 13. 07:39

어쩌면 가장 큰 반전일 것이다. 홍세나(정유미 분)가 박하(한지민 분)를 거부하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코 반길 수 없는 어머니의 새남편이 데려온 딸이었다. 자신과 상관없는 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끼어든 그녀를 그토록 미워하고 못되게 굴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사실은 자매였다고 한다.


아니나다를까 드라마다. 드라마속 세계는 좁다. 미리 설정된 세트와 미리 준비된 장소와 캐스팅 된 배우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주 좁은 세계다. 따라서 우연은 중첩될 수밖에 없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는 사이였더라. 서로 원망하고 증오하며 적대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아니면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인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이였다. 하필 장회장(나영희 분)이 잠시 함께 살았던 남자가 홍세나의 엄마 공만옥(송옥숙 분)의 새남편이었을 것은 또 무엇인가? 그나마 혼인신고조차 하지 않고 살았었다.


미혼모였던 장회장이 도저히 혼자서는 키울 수 없어 딸을 알고 지내던 언니 공만옥에게 맡겼다. 그리고 다시 박하의 아버지 박인철을 만나 당시 박인주라는 이름의 딸을 낳은 뒤 얼마 안 있어 헤어졌다. 그때의 헤어짐으로 인해 박인철은 딸 박하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에서 엄마인 그녀의 얼굴만 찢어내버렸다. 그렇게 장회장과 헤어지고 박인철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이 당시 홍세나를 맡아 키우고 있던 공만옥, 박인철이 공만옥과 함께 살림을 차리며 홍세나와 박하 사이의 비극이 발생한다. 무책임한 어머니 장회장이 홍콩까지 흘러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안 그녀의 딸들은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악연을 쌓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


어쩌면 홍세나를 지금껏 길러온 엄마 공만옥의 고집이기도 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녀가 장회장이 바라는대로 그녀의 딸 홍세나를 다시 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홍세나가 장회장이 자신의 친어머니인 것을 알고, 다시 장회장이 찾는 또다른 딸 박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그것은 홍세나를 지배하고 있는 억눌린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든 당당하게 과시할 수 있는 어머니가 있고, 그리고 알고 보니 박하 또한 그녀의 친동생이었다. 박하에게 무척이나 미안하고 죄책감도 가지게 되겠지만 대신 더 이상 용태무(이태성 분)의 아버지 용동만(안석환 분)에게 당한 것과 같은 수모는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알지 못하기에 그녀는 다시 죄를 짓는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죄다.


용납할 수 없다. 박하다. 그 박하다. 동생 아닌 동생이다. 동생이라 주장하는 전혀 타인이다. 그래서 버렸다. 그래서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도록 멀리 보내버렸다. 겨우 박하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매몰찼다. 동생이 아니다. 동생일 수 없다. 박하와는 결코 가족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모든 진실을 알고 독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던 그 박하가 알고 보니 장회장과 같은 대단한 사람의 딸이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껏 눈아래로 보고 무시하고 멸시하던 박하가 사실은 자기보다 더 대단한 - 그녀가 꿈꾸던 신분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심술을 부린다. 두려움과 불안이 초조가 되어 그녀의 등을 떠민다. 결코 다시 만나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어쩌면 응석이기도 했을 것이다. 대본상의 문제였거나 아니면 원래 의도했던 부분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매의 정이라고는 전혀 없이 20년만에 만난 사이인데 그렇게까지 거리감없이 서로를 대할 수 있을까? 박하를 매몰차게 밀어내려 하고는 있지만 그러나 그런 홍세나의 말과 행동은 친동기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혀 타인을 만나 거래를 하려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친자매에게 심술을 부리려는 듯한 모습이다. 과거에도 그랬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새로 동생이 생겼는데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제껏 없던 동생이 갑작스럽게 생기고 나니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고 아이다운 혼란과 동요를 드러내고 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지 예정에 없던 동생의 존재에 놀라고 당황하고 있을 뿐, 그러나 그녀의 말과 행동은 동생을 대하는 바로 그것이다. 대본의 문제이거나, 연기의 문제이거나, 연출의 문제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원래 의도한 바일 것이다. 그녀들은 어찌되었거나 같은 어머니를 둔 자매였을 테니까.


홍세나는 운명이다. 홍세나와는 환생을 거쳐 무려 300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운명적인 사랑이다. 그에 비하면 박하는 일상이다. 3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 뒤 만나게 된 새로운 일상에 그녀가 있다. 홍세나에 대한 감정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면 박하에 대한 감정은 갑작스럽고 즉흥적이다. 그래서 홍세나에 대한 이각(박유천 분)의 감정은 진지하고, 박하에 대한 감정은 한없이 가볍다. 그는 과연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30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운명의 무게인가? 아니면 300년을 뛰어넘은 일상의 순간인가? 하지만 박하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이각은 그녀에게서도 300년의 운명을 찾아내고 있다. 박하가 부용이라면 홍세나와 그녀가 자매인 것은 또한 운명이다. 


사실은 조금 억지스런 설정이다. 환생을 한다고 가족관계까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전생에 자매였다고 해서 이생에까지 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드라마고 드라마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다. 드라마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었기에 이각 또한 어느새 환생이라는 것을 통해 홍세나에게 박하라고 하는 동생이 있음을 미루어짐작하게 된다. 부용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박하가 세자빈의 동생이던 부용의 환생일 것이라 확신하게 되는 순간 그녀가 어쩌면 홍세나의 친동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홍세나와 박하가 서로 같은 어머니를 둔 자매사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결국 이각은 두 자매 사이에서 그들의 갈등과 화해를 조율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용태무와 이각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사실 용태무 자신이 자초한 상황이기도 하다. 차라리 실수로 용태용을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을 대 그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 실수였고 우연이었다.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황해서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 더 큰 죄를 뒤집어쓸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이미 죽어 사라진 용태용마저 이각이라고 하는 전혀 똑같은 얼굴로 눈앞에 다시 나타나고 말았다. 모두는 이각을 용태용이라 생각한다. 다시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아니 홍세나와의 관계마저 위협받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동정이 가는 캐릭터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비록 창업주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밖에서 낳은 아들이라 창업주의 본부인인 여회장(반효정 분)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자기가 더 나이가 많음에도 여회장의 친손자인 용태용으로 인해 항상 무시받으며 겉돌고 있었다. 그래서 기껏 용태용을 찾으러 미국까지 가게 되었는데 그만 우연한 사고로 말미암에 용태용을 죽인 범인으로 몰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겨우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모른 척 빠져나와 한국으로 돌아오니 그나마 그에게도 운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용태용의 빈자리가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한창 야심을 불태우려는데 갑작스럽게 이미 죽었을 용태용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이각이 있다. 그 이각이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홍세나에게 다가가려 한다. 화가 난다.


억눌렸지만 바른 사람이다. 두틀렸지만 착한 사람이다. 용태용을 찾아가 귀국을 종용할 때도 그는 진심이었다. 비록 용태용의 죽음을 숨기고는 있지만 회사일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능력있고 열심이었다. 홍세나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다른 계산이나 욕망을 감추고 있지 않았다. 그에게 한 가지 잘못이 있다면 용태용이 바다에 빠지는 순간 그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은 것 뿐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이 다 뒤집으쓰게 생겼는데 도망치지 않을 사람도 그리 드물다. 더구나 그렇지 않아도 용동만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입지가 불안하던 터였다. 그의 이각에 대한 적의는 따라서 정당하다. 이각은 지금 거짓말로 자신이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용태무의 또다른 거짓말이다. 화해와 용서의 해피엔드를 예감한다. 미워할 수 없다.


용태무와 이각의 본격적인 충돌을 예감한다. 홍세나와 박하의 악연 또한 깊어질 것이다. 홍세나와 용태무 사이의 오해도 깊어진다. 홍세나와 이각의 인연은 300년을 넘어 이어진다. 박하와도 또다른 인연이 얽힌다. 서로 알지 못하는 자매와 알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모녀, 그리고 사랑하면서도 멀어지고 마는 연인과 감춘 진실로부터 돌아오는 징벌까지. 드라마다. 드라마가 본격화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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