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쓸데없는 짓이다. 일일이 파헤치고 분석해가며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낱낱이 까발려 하나하나 드러낸다. 그래서 드라마라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러던 때가 있었다.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일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그다지 게임이 재미가 없다. 그 이후로 게임을 할 때면 아무생각없이 그냥 하려고 노력한다. 최고의 난이도로 있는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게임을 즐기던 시절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면 게임이 재미가 없다.
만화책도 그래서 지금은 휙휙 대충 넘겨본다. 덕분에 김성모 만화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재미있게 본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느낀다. 이성으로 계량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보이고 느끼는대로 그저 보고 느낀다. 대충 지나치며 보고 그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다시 돌려보며 그것만 쓴다.
가만 보면 그래서 내가 쓰는 드라마 리뷰는 그다지 디테일하지 않다. 오히려 나중에 다른 사람이 쓴 기사나 리뷰, 혹은 어딘가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보고서 그런 장면이 있었구나 깨닫는다. 하지만 당시 보이지 않았으면 그것은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게는 그것이 없다.
생각없이 글을 쓴다. 내 유일한 장점이다. 글에 어떤 의도를 담으려 하지 않는다. 채에 받쳐 걸러도 하나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쉽게 쓰고 쉽게 읽히고 쉽게 잊혀진다. 아마 나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바로 직전까지 전혀 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하고, 글을 써내려가며 마저 생각을 떠올리고, 글을 마무리하며 생각을 마무리한다. 오죽하면 나중에 곰곰히 생각하니 뭔가 빠뜨린 것이 있는 것 같아 일부러 수정하려 들어가면 그 내용이 고스란히 글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겠는가. 나 자신조차 내가 무슨 글을 썼는가 다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그래서 기복이 심하기도 하다. 미리 무엇을 쓸까를 생각하고 고민해서 쓴다면 일정한 퀄리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그 순간만 생각하기에 그 순간의 컨디션에 따라 글의 퀄리티가 전혀 달라진다. 어떤 것은 빠르고 어떤 것은 느리다. 어떤 것은 전혀 진전이 되지 않아 대충 마무리하고 끝난다. 글쓰는 방식을 바꿔볼까 했지만 어차피 글을 쓰는 그 순간에는 항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생각이 많다.
내가 리뷰를 쓰는 스타일이다. 절대 진지하게 보지 않는다. 심각하게 보지도 않는다. 디테일하게 보지도 않는다. 일부러 분석하지도 않는다. 그냥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쓴다. 비효율의 극치다. 재미있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과 전쟁2 - 친정의 가장, 남편의 아내, 결혼이란 선택이며 다짐이다. (0) | 2012.05.19 |
---|---|
적도의 남자 - 죄와 악, 그리고 인간, 5월의 광주를 떠올리며 보다. (0) | 2012.05.18 |
적도의 남자 - 김선우의 분노,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0) | 2012.05.18 |
적도의 남자 - 비루한 죄의 최후, 김선우 선택하다. (0) | 2012.05.17 |
사랑비 - 사랑은 미안하다 않는 것, 사랑이란 가장 지독한 이기다. (0) | 2012.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