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게스트로 나온 서인국이 한 마디 하고 만다.
"뭐야, 이거?"
거기서 제갈공명이 왜 나오는가? 그것을 머뭇머뭇 공명정대라 받는 윤종신도 윤종신이다. 그런 때 예전 김구라가 다시 붙이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웃겨?"
어째서 김구라인가? 김구라가 빠진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차라리 애처로울 정도로 재미없어진 이유일 것이다. 사실 아마추어들이 많이 빠지는 함정이기도 하다. 정작 관객이 즐거워야 하는데 자기들끼리만 즐겁다. 자기들끼리 재미있어 웃고 떠드는 사이 관객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다.
바로 김구라의 역할이었다. 한창 MC들이며 게스트가 서로 시끄러울 때 항상 팔짱을 끼고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다가 한 마디씩 던진다. 마치 자기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상관없은 사람인 양 거리를 두고 있다가 전혀 타자의 입장에서 적절히 분위기를 조율해준다. 아마 그같은 김구라 스타일의 정점을 찍은 것이 예전 강원래가 출연했을 때 눈물을 보이던 그에게 건넨 한 마디였을 것이다.
"오늘 여러가지 하십니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이 <라디오스타>를 보는 것은 웃고자 해서다. 한 바탕 웃음으로 하루의 시름을 잊고 내일의 힘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무리 그럴만한 절절한 사연이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무게를 잡으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을 김구라가 적절하게 끊는다. MC와 게스트들 사이에서도 항상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토크버라이어티란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여야 한다.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결국 시청자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 어느사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MC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로그램 안에서 적절히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하면서도,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조율하고 조절해야 한다. 그것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경규와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토크버라이어티의 MC로써 믿고 볼만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김구라는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사실 김구라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였다. 토크버라이어티에서 그는 철저히 객관적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시청자의 입장에서 출연자들을 긴장시키고 출연자의 행동이나 반응을 유도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인다. 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는 프로그램 안에 자신을 깊숙이 위치시키지 않으면 힘들다. 토크버라이어티는 안에서 밖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리얼버라이어티는 밖에서 안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김구라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조차 항상 밖을 향한다. 그런 만큼 토크버라이어티에서 그는 대체자없는 독특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은 신동엽도, 이경규도, 이른바 유강도 대신할 수 없는 김구라만의 영역이다.
바로 <라디오스타>란 그같은 김구라의 스타일에 최적화된 예능이었다. MC들 자신들끼리 중구난방으로 떠든다. 게스트와 게스트가 주고받고, MC와 MC가 떠들며, 게스트와 MC가 서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어수선함 속에 정리를 해주던 것이 바로 김구라였다. 때로는 매를 드는 입장에서, 때로는 매를 맞는 역할로, 그리고 그러면서도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바로바로 잡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김구라가 사라졌다.
물론 MC들 사이에 활력이 도는 것은 좋다. 어느 정도 김구라에 의지하며 진행하던 것이 자기들이 뭐라도 해야겠다 의욕이 넘쳐 있다. 그런데 그것이 지나치다. 그것을 조율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들 안에서 빠져드는 이야기에 밖에서 적절히 끊어주고 조절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보고 나서도 저것이 도대체 왜 웃긴지? 어째서 MC들과 게스트들은 저것을 듣고 웃고 있는지. 그나마 게스트는 낫다. 나름대로 예능을 위해 준비한 티가 난다. 하지만 MC들의 경우 그나마 게스트들의 멘트조차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게스트들이 애써 준비한 이야기를 자기들 안에서 그대로 소모해 버리고 만다. 서인국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래서 김국진이 아쉽다. 지금 현재 김구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김국진 한 사람 뿐이다. 오히려 김국진의 경우 평소 그다지 멘트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김구라와 마찬가지로 한 발 물러서서 프로그램 전반을 관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대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MC가운데 최연장자이기도 하기에 적절히 권위를 세우며 프로그램이 혼자 내달리는 것을 틀어쥐고 방향을 조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 웃음에 욕심을 내고 말았다. 윤종신은 항상 받아서 골을 넣는 섀도우 스타일이기에 너무 뒤로 물러서서 프로그램을 관조하기란 힘들다. 윤종신마저 그런다면 골을 넣을 사람이 없다. 웃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한 마디로 MC가 없다. 게스트만 있다. 패널만 있다. 조율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방향을 잃은 이야기들이 그들 안에서만 떠돌다 사라진다. 시청자 입장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TV를 켜놓고 딴짓 하다가도 어느새 웃고 말던 예전의 <라디오스타>와는 달리 한참 집중하며 도대체 어떤 의도로 그러는가 관찰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억에도 없는 멘트들을 일일이 떠올리지 않고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조차 알 수 없다. 필자의 경우 남의 일에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다. 그것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토크버라이어티이고 MC의 역할일 텐데 그것이 사라져 있었다. 혼란스럽고 무엇보다 재미없다.
스산하다. 다른 말로 썰렁하다고들 한다. 도대체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지난주 미친 듯 달리던 손진영마저 주춤하다. 받아주는 MC가 있어야 한다. 살려주는 MC의 역할이 받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손진영이 기껏 내뱉은 말조차 MC들 안에서 방향없이 소모되고 말 뿐이다. 서인국도, 허각도, 구자명도 어쩌면 김구라였으면 더 재미있게 살렸을 수 있을 것이다. 김구라의 빈자리만 휑하니 크게 느끼고 말았다. 김구라란 얼마나 대단한 MC였는가. 고작 피규어에 불과하지만 그의 모습이 그래서 간절하기조차 하다.
더 이상 <라디오스타>가 아니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그래서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때는 그때대로 <라디오스타> 나름대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갈 것이다. 규현의 철없는 독설이나, 유세윤의 작위적이지만 노련한 액션이나, 윤종신의 킬러본능, 그리고 김국진의 진중함, 역시 무게감 있는 공격수가 필요하기는 하다. 과연 대체제라 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김구라를 대신하려면 최소한 신동엽 정도는 있어주어야 한다. 실력있는 MC란 항상 귀하다.
재미없었다. 정말 재미없었다. <라디오스타>가 이렇게 재미없기도 오랜만이었다. 어느 망한 토크버라이어티의 파일럿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체계도 없고 중심도 없이 의욕만 넘쳐 스스로 방향을 잃어가는 데뷔에 안달내는 초보의 느낌이었다. 하필 게스트가 오디션프로그램 입상자들이었다. 오디션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프로가 자신을 알리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럼에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또 몇 배의 민망함이 필요하다. 어울리는 게스트였다.
<라디오스타>의 앞날에 대해 절망하게 된다. 무엇보다 김국진이 지금처럼 나서서 웃기려 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라디오스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유세윤과 규현은 연륜이 부족하고, 윤종신은 무게감이 부족하다. 김구라의 무게감이란 그 덩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설픈 멘트보다는 지금 <라디오스타>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최연장자이며 가장 선배로서 그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 할 것이다.
물론 모두가 예상하기는 했다. 예전 <놀러와>에 <라디오스타>의 멤버들이 출연해서도 윤종신이 말한 바 있었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라디오스타>의 전부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컸다. 스타가 스타인 이유는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 한 사람 뿐이기에 그는 스타인 것이다.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이유다.
고군분투가 안쓰럽다. 그럼에도 보람이 없다는 점이 더 애처롭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을 마냥 지켜보는 것도 시청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이란 의리로서 보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더 지켜보겠지만 더 큰 반전의 계기가 있어야 한다. 안타깝다. 필자가 다 슬퍼지려 한다. 슬프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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