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TOP밴드2 - 마침내 3차예선 300초 경연, 좋은 것은 하나면 족하다.

까칠부 2012. 6. 3. 08:15

제작진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째서 트리플토너먼트 다음이 300초 경연인가? 오래전 원조 '봉숭아학당'에서 맹구는 이렇게 일갈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리바이벌은 안해~!"

 

반복이다. 처음 트리플토너먼트의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즌1에서 가장 재미있던 것이 300초 경연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것을 빼기로 했구나. 하기는 거의가 프로들인데 밴드로서의 기본을 보고자 했던 300초의 룰이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트리플토너먼트는 충분히 300초 경연의 대체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굳이 겹치는데 둘 다 할 필요는 없다.

 

무리수인 것이다. 심사위원까지 같다. 같은 심사위원 앞에서 같은 커버곡으로 심사를 받는다. 다른 점이라고는 셋이서 함께 무대에 오른 것과는 달리 혼자서 300초라는 시간제한을 가지고 무대에 오른다는 것과 심사위원의 평가가 점수로 계량된다는 것, 더불어 전문음악심사단의 점수가 추가된다는 정도다. 관객이 더해지기는 하지만 관객의 반응이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에 의미는 없다. 당장 핵심은 밴드가 무대 위에서 커버곡을 선보이면 심사위원이 심사하여 평가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심사위원이라도 바꾸는 성의를 보일 생각은 없었던 것일까?

 

벌써부터 지겨워지고 있다. 그토록 기대했던 300초 경연이었다. 트리플토너먼트로 대체되어 사라진 줄 알았던 300초 룰이었다. 이제부터는 재미있으리라. 하지만 결국 반복이었다. 같은 심사위원에 같은 밴드, 그리고 역시나 같은 커버곡 미션, 차라리 어떤 데자뷰같은 것을 느끼고 말았다. 어디선가 한 번은 본 것 같다. 바로 몇 주 전, '야야'의 경우는 지난주 같은 시간 같은 방송국을 통해서 보았다. 놀라움이 있어야 설렘도 기대도 있는데 너무 빨리 소진시켜 버렸다. 둘 중 하나만 했어야 했다.

 

안이했다. 하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했을 것이다. 설마 트랜스픽션이나 피아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밴드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다니. 그들을 어떻게 예우해야 할까? 시즌1에서와 같이 아마추어나 이름없는 무명밴드들 대하듯 해서는 어쩐지 대한민국의 밴드와 밴드음악을 모독하는 듯한 죄악감마저 든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감도 붙었을 것이다. 이만한 밴드들이라면 시즌1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 주저하고 말았다. 이른바 네임드라 불리우는 유명밴드에 대한 예우와 활용이라는 경계에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시청률이 그 결과다.

 

시즌1에서와 같은 서사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네임드들을 살린 음악도 제대로 들려주지 못했다. 처음부터 무리였다. <TOP밴드>는 어디까지나 예능이었다. 예능이라면 예능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해야 했다.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이소라의 프로포즈>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보다는 대중이 서바이벌이라는 양식에 대해 기대하는 것들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에서 일약 스타가 되는 스타탄생의 드라마이거나, 아니면 유명밴드가 무명밴드에게 오히려 격침당하는 격변의 드라마이거나. 그조차 아니라면 음악 그 자체를 파고들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출연한 밴드들이 너무 많았다. 조금 더 단순했어야 했다.

 

'TOP초이스'는 차라리 네티즌에 의한 1차예선에서 쓰이는 쪽이 옳았다. 장차 심사를 맡을 심사위원으로서 반드시 직접 보고 평가하고 싶은 팀을 탈락자 가운데 선택에 올리도록 한다. 일단 경연이 시작되면 심사위원의 임의에 의한 부활은 없다. 잔인하게 떨구고 과감하게 올린다. 도대체 '스윙스'가 슈퍼키드나 데이브레이크를 이기고 올라가지 못할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잔인함은 권위가 되고 과감함은 기대가 된다. 기회는 최소화한다. 밤이 길면 꿈도 길고, 기회가 길면 말이 많아진다. 트리플토너먼트는 300초 경연이든 한 가지만을 선택해 올라갈 수 있는 최소한만을 걸러낸다. 탈락하고 절망하는 참가팀들의 모습만으로도 최소한의 자극성은 기대된다. 대중은 항상 제작진보다 잔인하다.

 

99팀 가운데 49팀과 49팀 가운데 16팀, 그리고 99팀 가운데 16팀, 시즌1에서는 208팀 가운데 24팀이 본선에 오르고 있었다. 다시 말해 208개 팀 가운데 24개 팀만 올라가고 무려 184개팀이 탈락해 사라진다는 뜻이다. 99개 팀 가운데 16팀이면 83개티이다. 그러나 99개 팀 가운데 49개 팀이면 50개 팀, 49개팀 가운데 16개팀이면 33개팀이다. 그만큼 치열함도 덜하고 흥미 또한 덜해질 수밖에 없다. 탈락한 이들의 처절함과 비례해 합격한 이들의 환호가 가슴을 울려야 하건만 어지간하면 거의 올라가니 그만큼 긴장도 덜하다. 무엇보다 어렵게 합격해 올라갔는데 이들 팀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영웅의 권위란 딛고 선 시체의 수에 비례하는 법이다. 위대한 이의 시체를 밟고 올라섰을 때 그는 더 위대한 이름을 허락받는다. 그들은 이미 영웅이 되어 있었어야 했다.

 

역시나 교양국 출신들인 때문일 것이다. 예능이라고 하는 속성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다 착하기까지 하다. 밴드와 밴드음악에 대한 애정이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시즌2에서도 싫어도 물씬 묻어나고 있다. 고작 그런 정도의 편집 가지고도 미안했는지 굳이 밴드의 멤버들을 출연시켜 해명케 하는 것을 보라.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참가자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그런 일 없다며 애써 덮으려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작진이 먼저 나서서 해명해주고 변명의 기회를 주는 일따위 어지간해서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유명한 밴드들이 다수 출연하며 그같은 선량함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유명하다는 것은 써먹으라고 유명한 것이다.

 

아무튼 안타까운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3차 300초 경연도 벌써 오래전에 끝난 뒤라는 것이다. 비판을 해보지만 결국 지나간 약방문이다. 대안을 제시해 보지만 이미 모든 것은 결론까지 나버린지 오래다. 더 이상 달라진 것이란 없다. 더 이상 나아질 기대라는 것도 없다. 부디 본선은 조금은 나아질 수 있기를. 하지만 역시 본선 또한 지나고 나야 안다. 리뷰어의 숙명이다. 리뷰어는 창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뒤쫓아 그것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애정이 너무 깊다. 애정이 깊으면 리뷰가 힘들다.

 

어쨌거나 2차예선의 마지막주차는 그럭저럭 제작진도 '예능'이라는 것에 대해 감을 잡은 듯한 모습이다. 아니 시즌1에서 사람들이 <TOP밴드>를 통해 밴드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들던 그 모습을 되돌리고 있는 듯하다. 빠르다. 명쾌하다. 그러면서도 서사성이 있다. 아직 10대인 발랄한 소녀들의 모습과 어쩐지 땀내가 고약스러울 듯한 마초들의 모습을 이어서 보여주는 까닭이 무엇인가? 핵심이 되는 부분만 보여주고 지나간다. 완곡은 어차피 인터넷에 올려져 있으니 알아서 찾아보면 된다. 이 팀의 매력이 무엇인가? 이 팀에서 무엇을 유념해 보면 되는가?

 

소녀밴드 스윙스와 마초밴드 쿼츠, 유영석과도 함께 작업을 했었다는 스튜디오의 여신으로까지 불렸던 보컬세션 김효수가 보컬로 나선 도트는 그래서 더욱 김효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간단한 심사위원의 멘트와 함께 스쳐지나간 더레이크나 라피아타 역시 덕분에 그런 점에서 유념해 그들의 음악을 듣게 만든다. 루루루와 아이러닉 휴, 붉은나비합창단, 악퉁, 언사이드... 언사이드의 음악에는 솔직히 놀랐다. 붉은나비합창단의 여성보컬은 쿼츠의 남성보컬과 바로 비교되어 들리고 있었다. 바로 이런 팀들이었다. 바로 이런 팀들이 2차예선에서 살아남아 3차예선에 출전하게 되었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에 여유를 두고 보여줄 수 있었다면 탈락한 다른 팀들 가운데서도 그렇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팀들이 있었을 것이다.

 

음악은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듣는다. 음반으로 듣고 음원으로 들으며 공연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낀다. 예능은 어디까지나 예능으로서만 소비된다. 예능은 재미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그 소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지루하게 모든 음악을 다 듣고 있을 수는 없다.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면 음악도 재미있다. 예선이란 다름아닌 본선의 음악을 듣게 만들기 위한 장치다. 결국 처음에 너무 욕심을 부린 결과 정작 마지막에 힘이 딸려 버렸다. 시간조차 부족해 허덕이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게 아예 무대에 선 자신을 보이지도 못하고 탈락한 팀들은 어쩌는가? 배려가 지나쳐서 돋이 된 경우다. 배려가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밴드는 역시 소녀들로 이루어진 스윙스였다. 마치 어딘가 소녀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상큼함 그 자체였다. 깊이나 단단함은 없지만 대신 또래다운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그리고 즐겁다. 쿼츠는 과연 마초라는 말이 어울리는 음악을 하고 있었다. 아이러닉휴는 매혹적이었다. 이슈타르는 항상 흥미로운 음악을 한다. 시즌1에서도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밴드다. 밴드란 하나하나가 곧 음악의 단위다. 장르다. 어디에서 이만한 개성들과 감정들을 한 데 모아 즐길 수 있을까?

 

300초 경연에서도 야야는 여전히 흥미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몽니의 '비창'은 이렇다 할 장점을 찾기 힘들었고, 슈퍼키드의 '와'와는 살짝 길을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심사위원의 점수는 가장 낮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해받지 못할 만큼 특별한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배척할 정도로 독특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래도 독특하다 훌륭하다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야야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TOP밴드>가 야야의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밴드음악의 전부가 될 수도 없다. 현모양처가 꿈이라며 무대의상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모습은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논란을 넘어 이번 시즌2가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밴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식당을 경영하는 '탈밴드'의 김태규씨와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내귀에 도청장치'의 보컬 이혁씨, '온더스팟'의 DJ는 놀랍게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클럽의 화려함과 어울리는 디제잉과 소박한 농촌의 자연이 역설을 이룬다. 특별한 사람들이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돈을 벌려고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이 좋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한다. 음악을 하기 위해 직업을 갖는다. 물론 자신의 직업에도 충실하다. 원래 강호의 고수는 저자에 사는 법이다. 농촌에서 농사짓고, 어촌에서 고기를 잡고, 약국의 약사며 포목점의 주인이기도 하고, 고수는 결정적인 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대중에 빚을 지지 않는다. 자본과 업계 어디에도 빚을 지지 않는다. 인디정신의 요체다. 자기 일을 가지고 그 일을 통해 돈을 벌며 음악은 단지 하고 싶어서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만을 한다. 무술의 고수가 다른 일 없이 무술로만 돈을 벌자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음악으로 돈을 벌고자 한다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더 그들의 음악은 자유로운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중들이 듣기에 이상한 불편한 음악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시즌1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같은 타이틀을 달고 시즌만 바꾸어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숙명이다. 무언가 더 낫고 무엇보다는 못하다. 남느니 아쉬움 뿐이다. 역시 오디션은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었다. 프로를 대상으로 했다면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쪽이 더 좋았다. 시청률도 낮은데 혹평까지 하기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안타까운 이유다. 그래도 'TOP초이스'를 늘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하기에 <TOP밴드>구나 생각을 가져본다.

 

역시 음악이 좋다. 밴드가 좋다. 사실 탈락할 밴드는 거의 없었다. 하나같이 좋고 개성적이다. 필자와 같아서는 심사를 아예 할 수조차 없다. 이런저런 불만이 있어도 그래서 <TOP밴드>를 보게 되는 이유다. 흔치 않은 그런 만남이 좋다. 조금만 더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면.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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