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TOP밴드2 - 의외로 무모한 서바이벌, 심사위원도 개인이다.

까칠부 2012. 6. 10. 08:05

참으로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난폭한 서바이벌이로구나. 어찌 프로의 음악을 감히 심사하고 점수를 매기는가? 프로는 무대 위에서 모두가 동등하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연주한 '와'를 필자는 무척 흥미롭게 만족하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전문음악심사위원단 단장 송홍섭이 '음악이 좋게 들리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말하며 그것이 무시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음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바로 그런 것들이야 말로 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가 추구하고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일 텐데 말이다.

 

간단한 비유일 것이다. 지금이야 전문심사위원단 단장으로 송홍섭이 심사평을 하고 있지만, 만일 송홍섭의 자리에 이혁이 앉아 있다면 이번의 '내 귀에 도청장치'의 음악과 같은 편곡과 연주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하는 것이다. 심사위원 가운데서도 특히 신대철의 경우 유영석과 김경호 등과 그동안도 의견대립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 유영석과 김경호가 다수이니 신대철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신대철이 맞았으니 유영석과 김경호가 틀린 것일까?

 

둘 다 맞다. 그리고 둘 다 틀리다. 정답이란 없다. 단지 근사치에 가까운 여러개의 답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 가운데 무엇이 더 근사치에 가까운가도 아무도 모른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수많은 장르가 있고, 스타일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음악인들이 존재한다. 음악인들과 음악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이 존재한다. 송홍섭에게는 송홍섭의 답이 있고, 신대철에게는 신대철의 답이 있고, 유영석에게도 유영석의 답이 있다. '내 귀에 도청장치'에게는 당연히 그들만의, '야야'에게도 또한 그들만의 답이 있다. 그래서 음악을 한다. 만일 한 가지 답만 존재한다면 세상에는 단 한 사람의 음악인과 그가 추구하는 한 가지 스타일의 음악만 존재할 것이다.

 

무리한 것이다. 설사 아마추어라 할지라도 나름의 스타일로 자기만의 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충분히 존중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멋대로 맞았다 틀렸다 말할 수 없다. 다만 일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프로의 입장에서 조언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때로 그조차 겉넘는다. 그런데 하물며 같은 프로의 음악을 심사하고 점수를 매긴다. 과연 '내 귀에 도청장치'나 '데이브레이크', '트랜스픽션', '피아'등에 비해 신대철이나 유영석 등이 확실하게 음악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 실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음악적으로 우위에 있기에 그들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그냥 개인이다. 신대철이라는 개인이고, 유영석이라는 개인이다. 송홍섭이라고 하는 개인이기도 하다. 비평이라는 것이 그렇다.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을 갖춘 비평가라고 하지만 그 또한 남들보다 학습과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고작 개인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원래 비평가들의 견해라고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비평가끼리 같은 작품을 두고 서로 논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보다 전문적이고 상대적으로 객관에 가까울 뿐 그들 또한 개인으로서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거나, 혹은 지원자 가운데 필요로 하는 재능이나 개성을 발굴하려는 입장이 아닌 한 그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것은 어떤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평가의 기준이 아닌 상대적으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개인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다.

 

시청자는 물론 참가팀들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보도등을 통해 듣자니 <TOP밴드2>의 예선에서 탈락한 것으로 인해 참가팀 가운데 내홍이 작지 않다고 한다. 실망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봐야 고작 개인 아니던가. 그저 음악적 견해가 달랐을 뿐이었다. 심사위원과 추구하는 답이 서로 달랐을 뿐이었다. 어차피 계급장 때고 선후배 상관없이 서로의 음악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것은 밴드의 또다른 로망 가운데 하나다. 단지 먼저 시작했고 어쩌면 더 대단한 결과를 이루어냈을 뿐 음악을 하는 이상 그들은 이미 동등하다. 참가팀이 좌절할 이유도 없고, 시청자가 그에 현혹될 이유도 없다. 내가 좋으면 좋다. 심사위원도 그렇게 판단한다.

 

하여튼 생각 이상으로 독하다. 필자의 경우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수가 하나의 음악의 단위를 이루고 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가수들 가운데 순위를 정하고 탈락을 결정하는가.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가수다>는 그다지 전문적이지 못한 일반 대중에게 그 판단을 맡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대중으로부터 선택되었는가? 그것은 어떤 권위라고 하기보다는 결과에 불과하다 할 수 있었다. 탈락하더라도 가수의 책임만이 아닌 청중평가단의 성향에 대한 비판과 지적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TOP밴드2>는 전문적인 음악인들이 평가한다. 자칫 심사위원의 판단이 객관적인 기준인 양 여겨질 수 있다. <TOP밴드2>의 심사결과에 대해 항상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 가운데에도 심사위원의 공정함과 결벽함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당연히 그 평가와 판단 역시 같은 권위를 갖게 된다. 프로일 텐데도. 이미 나름대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상당한 팬도 확보하고 있을 텐데도.

 

물론 어쩔 수 없는 서바이벌이다. 결국 누가 도태되고 누가 살아남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TOP밴드2>는 심사위원의 판단에 맡기고 있었다. 다만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또한 개인이다. 심사위원들 또한 단지 참가한 팀들과 서로 다른 음악적 견해와 추구를 갖는 개인일 뿐이다. 그러한 개인의 판단이다. 그것이 <TOP밴드2>가 탈락자와 우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너무 대단한 심사위원들이 자칫 그같은 판단에 권위를 부여하게 만든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2>에서처럼 아마추어인 불특정다수의 대중에게 결과를 맡기는 것이 어땠을까? 시즌1과는 다르다. 시즌2는 다수가 심사위원과 크게 음악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베테랑들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시즌1 당시 전문음악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멤버도 있다.

 

그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작진도 경솔한 것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입지가 불안한 밴드들이다. 그동안의 활동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생소한 신인으로 여겨지기 쉽다. 심사위원의 판단은 곧 그같은 대중에 있어 각인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단정지어지고 결론지어진다. 밴드 자신들의 그동안의 노력과 음악적 성과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지만 심사위원이란 단지 한 개인일 뿐, 그리고 그같은 심사위원을 위촉한 <TOP밴드2>에 한정된 입장일 뿐 그것이 어떤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부분을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이것은 단지 놀이라고. 음악이 아닌 단지 예능에 불과하다고. 미흡했던 부분이었다. 심사는 단지 심사에 불과하다. 심사결과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확실히 <TOP밴드>의 시즌1과 시즌2가 다른 부분이라 할 것이다. 원래 300초 슬라이드 무대란 스피드였을 것이다. 300초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세팅을 마치고 무대마저 끝내야 한다. 아마추어들에게는 악기를 세팅하는 것만으로도 자칫 버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쫓기듯 불안과 긴장으로 무대를 소화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역시나 프로밴드가 다수 출연하다 보니 300초 정도는 여유가 있지 않은가. 마치 단독공연을 보는 듯 여유를 가지고 연주를 끝마치고 있다. 굳이 이럴 것이면 300초라는 제한시간이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시즌1에서 밴드들이 코치들과 조를 나눌 때 보여주었던 100초미션으로 300초 미션을 대신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100초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세팅을 마치고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보일 수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굳이 편집으로 압축할 필요 없이 밴드들이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과 매력을 미리 파악해서 대중과 심사위원 앞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100초미션에서의 하이라이트가 트리플토너먼트에서 완곡의 경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100초미션을 통해 어느 정도 대중에 알려진 팀들이 토너먼트에서 맞붙는다는 화제성도 있다. 300초를 가지고 긴장하기에는 너무 무대에 익숙하다. 편해서 좋기는 한데 재미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

 

2차예선에서 개개의 팀들과 멤버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내보내고, 3차예선에서는 오로지 팀들간의 경합에만 집중한다. 대충 어떤 팀들인가 안다. 어떤 음악을 하는가도 안다. 살아남는 것은 오로지 한 팀이다. 하지만 2차예선에서 트리플토너먼트를 거치며 살아남은 49개팀 가운데 생존팀을 고르는 경연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바짝 조여주어야 한다. 물론 덕분에 예능으로서는 아쉽지만 느긋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그조차 어느 순간에 이르면 무척 급해지며 중간을 건너뛰는 모습을 보이게 되지만 말이다.

 

게임이 되어야 한다. 탈락과 합격이 나뉘어지는 순간은 긴장이 고조되고, 그러면서도 그것이 심각하게 각 팀의 음악에 대한 평가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바로 그것이 예능이라는 것일 테지만. 소소하다. 하찮다. 굳이 <TOP밴드2>에서 우승하지 못해도 밴드는 밴드다. <TOP밴드2> 없다고 데이브레이크나 내귀에 도청장치나 아예 활동 못하는 게 아니다.

음악은 좋다. 애쉬그레이도, 고래야도, 탈

락했지만 스윙즈나 탈밴드 역시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밴드란 각각이 모두 음악의 단위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이전에 그들이 즐거워서 하는 음악을 함께 즐기며 보고 듣는다. 하지만 역시 예능으로서, 무엇보다 어차피 밴드음악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을 유인하는 동력으로서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기존의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굳이 <TOP밴드2>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듣는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심사위원도 중요하기는 하다. 전문적인 심사평도 참고가 된다. 그러나 음악은 머리로 듣는 것이 아니다. 지식으로 듣는 것도 아니다. 권위를 따르는 것은 더욱 아니다. 아쉽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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