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빅 - 너는 강경준이야! 새로운 사건을 필요로 하다.

까칠부 2012. 6. 20. 10:34

이를테면 레자의 어원인 Leather는 말 그대로 가죽을 뜻하는 영어단어였다. 다시 말해 레자 자체가 가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한국사회에서 레자라 하면 인조가죽을 뜻하는 단어로서 쓰이게 되었다. 어원과는 상관없는 독자적인 기호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원래는 서윤재(공유 분)였다. 그리고 강경준(신원호 분)이었다. 그런데 이 둘이 하나가 되었다. 서윤재의 몸에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갔다. 혼란이 있을 법하다. 그는 과연 서윤재인가? 강경준인가? 그런데 길다란(이민정 분)은 명쾌하게 정의내린다.

 

"너는 강경준이야!"

 

하기는 이제는 강경준이라 불러야 할 자신도 그다지 생각이 없다. 그다지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게 길다란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을까? 원래의 자신을 버리고 전혀 엉뚱한 사람의 모습과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까지 강경준은 길다란의 곁에 있고 싶었던 것일까? 강경준에게 있어 자신이란 길다란의 곁에 있는 자신이다.

 

어쩌면 그것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일 것이다. 원래의 자신마저 포기해가며 길다란의 곁에 남아 있기 위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강경준이라고 하는 10대 소년의 영혼과 그의 10대 소년다운 올곧고 순수한 사랑이. 그러나 정작 그가 사랑하는 대상인 길다란 역시 얼핏 어눌해 보이는 모습 그대로 바보같을 정도로 올곧은 사랑으로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서윤재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그녀는 서윤재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녀에게 강경준은 단지 그녀가 한때 교사로써 가르쳤던 그녀의 학생에 불과하다.

 

서윤재는 잠시 치워진다. 길다란조차 서윤재와 같이 있는 동안에도 그를 강경준이라 부른다. 강경준은 당연히 스스로를 강경준이라 인식한다. 심지어 장마리(수지 분)마저 서윤재가 사실은 강경준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듯하다. 이세영(장희진 분) 역시 서윤재와 강경준의 관계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접근해가고 있다. 강경준이 깨어나기 전까지 서윤재란 없다. 단지 30대의 서윤재의 모습을 한 10대의 강경준의 영혼이 있을 뿐이다. 즉 사고로 인해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상당히 말이며 행동이 이상해진 서윤재라는 남자가 강경준이라고 불리게 된다. 한 번 헤어졌던 연인들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다시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이다.

 

고민은 주위에서 한다. 길다란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혼란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서윤재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서윤재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강경준은 강경준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 어머니도 그다지 혼란스러워한 것 같지 않다. 길다란의 가족들도 혼란스러울 이유가 없다. 아도 그래서 장마리와 이세영이 사실을 눈치채도록 단서를 준 것일 게다. 각각 강경준을 사랑하는 장마리와 서윤재를 사랑하는 이세영이 강경준의 영혼이 서윤재의 몸에 들어간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들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강경준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서윤재를 찾으려 할까? 역시나 지금까지 패턴대로라면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다. 상당히 명쾌한 드라마다.

 

문제라면 결국 영혼교체라고 하는 소재의 특성상 언제까지나 그런 모습으로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일 게다. 언젠가는 파탄이 일어나게 된다. 영혼과 육체가 다르다. 서로 다른 영혼이 서로 다른 육체에 들어가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도 있다. 이세영과 서윤재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길다란에 대한 서윤재의 감정에 대해 아직 서윤재 자신의 입으로 직접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렇게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결국은 강경준이 다시 깨어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서윤재가 다시 나타나야 어느새 안정을 찾아가는 관계에 혼란이 일어나고 사건이 일어난다.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 서윤재의 영혼이 뒤바뀐 것으로 인해 아직 제대로 사건이 일어난 것이 없다. 그보다는 서윤재와 길다란의 관계로 인한 사건들이었다. 서윤재, 혹은 강경준의 영혼과의 관계로 인한 사건들이었다. 역시 갈 길이 멀다. 언제쯤에나 서윤재의 영혼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라마의 전면에 나서게 될까? 역시 강경준이 깨어나고 난 뒤일까?

 

그러나 재미있다. 가볍지만 그래서 유쾌하다. 심각해지지 않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공유나 이민정이나 로맨틱코미디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만 기대가 크다면 아쉬움도 상대적으로 커진다. 묘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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