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하나로 맞물리기 시작한다. 옥황상제(유승호 분)와 염라대왕(박준규 분)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400년 전의 어떤 사건과 저승사자 무영(한정수 분)의 집착과 후회, 그리고 무엇보다 아랑(신민아 분)이 죽임을 당한 이유까지. 죽어 귀신이 된 아랑이 기억을 잃고, 그런 아랑의 말을 일일이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듣고 있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주왈(연우진 분)의 정체와 그와 아랑의 죽음에 어떤 연관이 있는가?
아직까지 은오(이준기 분)는 단지 구경꾼에 불과하다. 그는 타인이다. 우연히 귀신을 볼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아랑의 눈에 띄었을 뿐 그와 지금의 사건들과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단지 그의 어머니가 걸린다. 그의 어머니의 비녀가 어째서 아랑의 손에 들려 있었는가? 그리고 귀신을 볼 수 있으니 아랑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미인을 사랑하는 것은 - 그것이 설사 귀신이라 할지라도 - 남자의 당연한 본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보다 더 직접적인 동기는 없다. 귀신들과 싸우는 은오의 모습은 그가 선비라기보다는 격투에 능한 무사에 가까움을 보여준다. 방관자도 심판자도 아닌 직접 나서서 부딪혀 싸우는 영웅이다.
다층적인 심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드러난 구도는 단순하다. 간결하기에 켜켜이 다양한 이야기를 그 위에 쌓아 올릴 수 있다. 다만 그 쌓아올린 구조의 단단함이 다른 여지를 없애 버린다. 이제 아랑이 옥황상제를 만나러 저승까지 가고 나면 이야기의 방향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넓이나 크기에 한계가 있다면 깊이로 승부본다. 얼마나 깊을까? 아랑과 은오, 주왈과 최대감 사이에 놓인 사연의 깊이란. 여전히 은오는 이름만 사또일 뿐 사또로서 한 일이 없다. 프롤로그치고는 길다. 제목이 <아랑사또전>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소한 재미가 있다. 부분부분 재치가 남다르다. 얼뜨기 무녀 방울(황보라 분)의 깨알같은 코믹연기는 드라마에 질감을 더한다. 이방(김광규 분)과 형방(이상훈 분), 예방(민성욱 분)의 밀양고을 3방 또한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도록 밀양이 처한 모순을 보여준다. 진지함과 심각함이 가벼운 웃음과 만나 시청자로 하여금 지치지 않도록 만든다. 망가지는 것을 서슴지 않는 아랑의 연기 또한 탁월하다 할 것이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은오만 아직 조금 아쉽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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