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딸 서영이 - 현실적인 남녀의 비현실적인 사랑, 아버지가 슬프다.

까칠부 2012. 10. 8. 09:14

남자에게 부족한 것은 사랑 하나다. 사랑 하나만 채워진다면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에게는 사랑보다도 더 아쉽고 간절한 것이 많다. 차라리 나중에 놓치고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안타깝고 아픈 그것을 부여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여자는 이해한다. 자기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정이지만 그런 세상이 있기도 하다는 사실을 여자는 머리로나마 알고 있다. 그러나 남자는 아니다. 그러기에는 그는 너무나 혜택받은 환경에서 살아왔다. 서로 좋아한다면. 그리고 그깟 자존심만 조금 죽이면. 그러나 자존심이야 말로 여자가 가진 유일한 마지막 것이었다.

 

이서영(이보영 분)이 무르다는 이유일 것이다. 아버지의 잘못이다. 그래도 사랑받고 자라왔다. 그토록 사고를 치고 가족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딸인 이서영을, 그리고 가족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놓고 응석을 부리듯 원망을 쏟아낼 수 있었다. 쌍동이인 이상우(박해진 분)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에 익숙하고 사랑을 바란다. 강우재(이상윤 분)는 그녀에게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다.

 

드라마의 장르가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독하지만 독하지 않다. 강하지만 강하지 않다. 여리고 무르다. 달리 정이 많고 속이 깊다. 거부하지 못한다. 끝까지 자기의 자존심을,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고집하지 못하고 강우재를 시련에 들게 하지도 못한다. 시간대가 달랐다면 강우재는 더 큰 시련과 함께 인간적인 성장을 강요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강우재의 성장은 가족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에 손을 내밀고 내민 손을 잡는 것으로 모든 성장을 마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맞잡은 손과 서로 기대고 있는 따뜻한 체온일 것이다.

 

어차피 자기의 꿈이라는 것도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았다. 꿈을 포기하더라도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아버지 강기범(최정우 분)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나이트클럽의 일을 그만두고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지 못해 손놓고 있는 이서영의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와는 다르다. 아들 강우재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 있다면 가난하고 부모마저 없는 이서영과의 결혼 따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결혼을 통해 얻게 될 인맥 또한 강우재가 회사만 물려받는다면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다. 물론 그같은 강기범의 결정에는 이서영의 판단 따위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가진 자의 오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당장의 불편함을 값비싼 쇼핑으로 푸는 그 순간 누군가는 고시원에서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었다. 사는 것이 그와 같다. 그렇게 그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이란 절박한 현실이고,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이고 판타지다.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남자와 무엇을 하려 해도 그것이 쉽지 않은 여자, 그렇게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두 남녀는 서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결코 순탄치 못할 그 사랑은 드라마라는 이유로 어느새 결실을 맺으려 한다. 그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가족을 위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자존심을 굽히고 체면을 접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자식들에게 상처가 된다. 자식들은 단지 사랑할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바랐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노력이 자식들에게 상처가 되고, 자식들의 마음이 아버지에게 다시 상처가 된다. 역설이지만 현실에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대개의 경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몇 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기에 그 일방적인 감정이 가족 사이에 상처를 남긴다. 항상 이서영과 그녀의 아버지 이삼재의 관계를 주목해 보는 이유다.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었다 말해야 하는 자식의 심정이란 어떠할까? 아버지는 자식을 위하려는데 그 아버지가 살아있다 말하기 두렵고 꺼려진다.

 

여자는 세상을 너무 잘알고 남자는 세상을 너무 모른다. 모른다기보다는 무시한다. 너무 잘알아 겁먹고 움츠러들고, 세상이 만만해서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만 같다. 전형적인데 그것이 너무 노골적이라 시리도록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판타지다. 그들은 사랑을 한다. 답답할 정도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 심지어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일 게다. 현실을 잊게 하는 꿈이 그곳에 있다.

 

진부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뻔하지만 항상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배우의 힘이다. 캐릭터의 힘이다. 이보영의 이서영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천호진이 연기하는 아버지는 어딘가 반드시 존재할 수많은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다. 재미있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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