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백숙을 만들었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 결국 남겼는데 그것을 무심코 부엌에 놔두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그 냄사를 맡았다. 어찌할까?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부엌은 온통 닭기름 천지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먹고 남은 것이라 뜨겁지는 않아 고양이 녀석들이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 전에 어떻게 알고 피했는지 녀석들 털에는 닭국물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화를 낼까?
물론 화를 낸다. 야단도 친다. 하지만 그때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녀석들은 다시 또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다. 녀석들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녀석들이 고양이인 이유고 사람이 아닌 이유다.
마치 어린아이같다. 어린아이아와 같이 천진하도록 잔인하다. 인간이 신기하다. 인간이 재미있다. 그는 어쩌면 인간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인간이었다가 뱀파이어가 된 주인공 민태연(연정훈 분)이나 장철오, 박훈 등과는 달리 태어나기를 처음부터 뱀파이어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인간의 양심이나 도덕과 같은 것은 그에게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태연하게 악을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죄를 짓는다. 자신을 구속하는 인간의 규범과 체계는 그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아마 인간이었다면 그를 사이코패스라 불렀을 것이다. 반사회증후군이라는 질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데 어찌 인간의 규범을 그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인간이 아니기에 그에게는 인간이 아닌 다른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외모를 하고 인간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다시 모순을 만든다. 그는 인간일까? 아니면 인간 이외의 재해이거나 재앙일까?
결국 그를 세상에 풀어놓은 것도 다름아닌 인간의 욕망이었을 것이다. 뱀파이어가 갖는 불사의 힘. 그것을 탐내어 그를 가두어 놓았고, 그것을 이용하고자 그를 풀어놓았다. 다시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가운데 그는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인간이 되어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신의 본능을 충족한다. 자신을 뒤쫓는 경찰을 농락하는 정도는 뱀파이어로서의 권능을 가진 그에게는 작은 유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박훈이 뱀파이어가 되었고, 장철오와 민태연이 연이어 백파이어가 되었다. 인간의 운명마저 그는 희롱한다.
어쩌면 드라마가 만나게 될 마지막 적이었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끝판왕이다. 주인공들이 상대해야 할 마지막 궁극의 적이다. 특수수사팀이 일상처럼 마주하는 살인사건의 끝자락에 그를 만나게 된다. 엽기적인 잔혹한 살인사건의 뒤에 그를 만나게 되는 단서가 있다. 과거의 회상이 드디어 현재와 이어진다. 어떻게 민태연은 뱀파이어가 되었고, 그 모든 비극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가? 지금은 모습을 감춘 장철오와 연지 또한 그것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 만남이 화목할 것인가는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강한 적이다. 두려운 적이다. 뱀파이어의 권능으로 항상 무적에 가까운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던 민태연조차 최초의 뱀파이어인 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제압이 아닌 저항이었다. 필사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지닌 최초의 존재에게 저항해 보지만 끝내 무력하게 도리어 제압당하고 만다. 흔적도 없이 그를 놓치고 만다. 평범한 인간인 동료들과 그를 쫓아야 한다. 그것이 매력이다. 시즌1에서도 뱀파이어의 권능을 지닌 민태연이었지만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는 동료들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권능은 권능일 뿐이다.
유정인(이영아 분)이 어딘가 어색하다. 갑작스럽게 어른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어른인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원래의 모습 그대로다. 여전히 미묘하기만 한 민태연에 대한 유정인 자신의 감정의 표현이었을까? 그런데 연인사이라기보다는 오빠와 동생 같다. 어른흉내를 내는 여동생을 귀엽게만 바라보는 오라비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무언가 두 사람 사이에 보다 화학적인 결합을 강화한다면 드라마에 더 플러스가 되지 않겠는가. 시즌2로는 부족하다. 그 열쇠가 바로 이들 두 사람에게 있다.
잔인하다. 엽기적이다. 그런데 어린아이와도 같은 장난스런 천진스러움이 있다. 그것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법이다. 인간의 검찰이다. 민태연은 뱀파이어다. 적은 뱀파이어다. 민태연은 뱀파이어 검사다. 본격화된다.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몇 번이다. 드라마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길지 않은 등장이지만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기대하며 본다. 항상 만족하며 보고 있다. 장르에 충실하다. 호러와 그리고 스릴러. 수사과정의 치밀함과 호러의 신비함을 모두 놓치지 않는다. 놀라운 작품이다. 재미있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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