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3 - 중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 아버지의 도전과 눈물...

까칠부 2012. 11. 3. 09:33

꿈은 살아가는 이유이고 직업은 살아가는 방식이다. 누구의 말이더라? 오로지 인간만이 꿈을 꾼다. 자면서 꾸는 꿈은 고양이도 꾼다. 하지만 깨어나서 꾸는 꿈은 오로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만의 전유물이다. 그것이 인간을 존엄하게 만든다.

 

아이가 어른이 된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무얼까? 아이는 자기가 꿈을 꾼다. 자기가 자기의 꿈을 꾼다. 어른은 영리하다. 그래서 꿈을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한다. 남의 꿈을 대신 꾸고, 자기의 꿈을 남에게 맡기기도 한다.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 꿈까지 짊어지고 가기에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이다. 꿈을 꾸지 않아도 되는 법을 알게 되었을 때. 아주 이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주 늦기도 한다.

 

39살. 많은 나이다. 누구나 말할 것이다. 누구나 비웃을 것이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다. 번듯한 직장도 있다. 그런데 아직도 꿈을 꾸는가?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기 때문에 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마지막 꿈에 도전한다. 그것은 현실의 무게에도 굽히지 않는 아버지의 용기이며 의지이며 존엄이다. 모든 아버지들은 꿈꾼다. 자식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등이 세상을 모두 가리도록 크고 단단할 것을. 아버지는 비겁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한 번의 무대에 모두 쏟아부었다. 후회가 없었을까? 그러기에는 아버지 역시 어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겁하게 외면하고 도망쳐서 얻는 편안함보다 단호히 맞서 부딪히고 깨지는 치열함을 아버지는 선택했다. 그것이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었으므로. 그리고 그가 살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 줄 것이다. 비록 모든 꿈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한 번은 발을 딛어 보았기에 지나고 나서도 그것은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목표란 닿으려 해서도 목표지만 지나고 나서도 목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는 그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삶의 힘이 되어준다. 목표를 지나고 나서는 지난 순간의 기억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주 잠깐 모든 힘을 다해 다만 스치기라도 했을 때와 지레 겁먹고 포기한 채 멀리 돌아왔을 때 누구에게 삶이란 더 보람차고 의미있는 것이겠는가? 서른아홉의 나이에 항상 두려움에 머뭇거리던 한 남자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한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서. 행복을 위해서. 그는 행복할 수 있을까?

 

너무나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리기에. 너무나 일찍 어른이 될 것을 강요받기에.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어른이 너무 많다. 현실을 핑계로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고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에게 맡겨 버리는 어른들이다. 다른 사람의 꿈을 자기 꿈처럼 쉽게 대신해 만족해 버리는 어른들이다. 그래서 신선했을까? 차라리 그다지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라서,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는 말처럼 모두를 웃겨버린 첫등장이, 찰리 채플린의 웃음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웃음 속에 진한 슬픔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진한 슬픔이 즐거운 웃음으로 승화된다.

 

굳이 <위대한 탄생3>의 제작진이 안길수씨의 사연을 길게 편집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위대한 탄생3>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늦은 나이에 다시 꿈에 도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처럼. 아저씨와 아주머니, 심지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있다. 오랜 세월 깊이 간직해온 꿈과 열정을 새삼 다시 끄집어내어 확인하는 기회가 되어준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위해 한 번이나마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 가운데 가장 마지막 단계의 가장 존엄한 것이 자아실현의 욕구다. 자아를 찾는다. 그것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멋진 모험이며 여행일 것이다.

 

몇 번을 반복해 돌려보았다. 과연 필자는 스스로 꿈을 꾸고 있는가? 진정 간절하게 솔직한 자신의 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가? 포기하지는 않았을까? 포기했다고 말하기에는 과연 자신은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했었는가? 먼 훗날 나는 자신에 대해 무엇이라 말하게 될까? 안길수씨의 아들은 장차 안정된 일자리마저 포기하고 꿈에 도전한 아버지에 대해 무어라 기억하게 될까? 아름답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진정 꿈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의지와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렇게 먼 아프리카에서 땅이 있는 모든 곳으로 뻗어나갔다. 안길수씨야 말로 인간의 존엄함일 것이다. 먹먹하다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 게다.

 

그 밖에 특별히 인상에 남았던 참가자로 권세은씨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말한대로 한국사람들은 너무 어려서부터 어른이 될 것을 요구받는다. 아니 강요당한다. 그래서 자신을 억누르는 방법부터 배운다. 표정이 다양하지 못하다. 표정이 다양한 것을 경망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마저 있다. 그런데 그녀는 목소리만이 아닌 표정으로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심지어 오히려 소리를 끄고 그녀의 표정만 보았을 때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가 더 잘 들리는 것 같았다.

 

뮤지컬과도 다르고 일반 대중가요와도 다르다. 정말 독특하다. 특히 고음으로 치켜올라갈 때는 이제는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마저 떠올리고 있었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 이상이다. 아우라라 할 것이다. 권세은 자신만의 소울이다. 장르를 넘어서는 힘이다. 다만 그같은 강한 개성이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와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멘토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멘토와 만나 어떤 음악인으로서 자신을 만들어갈까. 아니 이미 음악인으로서의 자신은 완성되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대중에 보여줄까 하는 것이다. 가장 기대가 되었다.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무대게 설레기만 하다.

 

확실히 재능있는 참가자들이 많다. 케이블과 공중파를 통틀어 그토록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기고 그에 비례해 헤아릴수도 없이 많은 참가자들이 그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거쳐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려져 있던 참가자들이 많다. 과연 그들 가운데 누가 당당한 승자가 되어 스타의 길을 걷게 될 것인가? 기약은 없다. 아직 <위대한 탄생> 출신의 스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그런 스타가 준비되어 있을 것인가.

 

멘토 용감한 형제와 김태원의 신경전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인상과는 달리 주로 김태원이 용감한 형제를 괴롭히는 편이다. 그래도 그림이 되어주는 것은 김태원이 갖는 호감의 이미지와 음악인으로서 선배와 후배라고 하는 서로의 입장 때문일 것이다. 다소 짓궂은 말이나 행동에도 용감한 형제가 유쾌하게 잘 반응해주고 있다. 시즌1에서의 방시혁과는 다른 다소 귀여운 악당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시즌2에 윤상이 있었다면 시즌3에는 김연우가 있다. 말이 많다. 그런데 말이 너무 전문적이다. 유익하기는 하지만 조금은 부담스럽다. 묘하게 예능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물론 그 전에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트레이너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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